Phase 29. 대형사고, 신설학교는 끝나지 않는다

by 한승재

## 평범한 주말의 끝


주말에 아이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 진행하는 연주회가 있어, 아이의 피아노 뽐내기를 감상하고 왔다. 그런데 공연 에티켓을 위해 잠시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꿔놓은 줄 모르고, 월요일 출근하게 되었다.

정상적인 근무를 마치고 퇴근 후 집에서 아이 간식을 한참 준비하는 중, 잠시 핸드폰을 보는데 부재중 통화가 10 통화나 넘게 와있어 깜짝 놀랐다.

마지막 발신은 교장선생님이었다. 바로 전화를 드리고, 전화를 못 받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무슨 일이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런데 교장선생님도 퇴근 중 다시 학교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며, "학교가 물바다가 되었다"라고 한다. 퇴근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 난데없이 물바다라니? '큰일은 아니겠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나 역시 학교로 빠르게 출발했다.


## 말도 안 되는 상황


그런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1층에서 마주한 광경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1층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2층 천장에서도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계속 5층까지 올라갔더니, 5층 스프링클러 배관이 설치되어 있는 유수검지실에서부터 누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필이면 5층에서 사고가 터져, 1층까지 누수가 되는 상황이었다.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니, 초과근무를 하고 있던 교무부장님이 인쇄물 출력을 위해 교무실 출입문 가까이 서 있는데, 갑자기 문 아래 틈새로 물이 들어와 깜짝 놀라 문을 열었더니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으며, 교무실 바로 앞 피트실(유수검지실)에서도 물이 넘쳐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당직기사님이 소방유지보수업체에 전화하여 지하실 주펌프 스위치 동작을 off로 눌렀고, 소방유지보수담당 팀장님도 현장에 이미 도착하여 수습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수톤의 물이 펌프로 작동하여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30.png 소방 배관 탈락의 충격적인 모습

## 전 교직원 총동원


교감선생님께서 긴급 메시지로 모든 교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학교 인근에 있는 교직원들 중 학교로 올 수 있는 직원들에게 학교로 와달라는 요청 문자를 보냈으며, 20명 정도의 교직원이 도착해 10시까지 물 치우기 작업을 실시했다. 소방유지보수 팀장님과 누수가 시작되었던 지점을 확인해 본 결과 스프링클러 소방 배관(150mm)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탈락하여 누수 사고가 발생했고, 총 피해 상황은 심각했다. 전체 건물 중 절반이 넘는 부분이 누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5층부터 1층까지 테라조 바닥이 물에 잠겼고, 각층의 교실 및 연구실 강마루 바닥도 마찬가지였다. 각층 천장 텍스는 물론이고 전기 및 통신 단자함까지 침수되었으며, 엘리베이터까지 물에 잠겨 곧 다가오는 개학준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해당 시공업체에서도 긴급히 현장으로 도착해 상황을 살펴보고는 동파가 아니냐는 책임 회피성 말만 되풀이했다.


## 7개월간의 복구


누수가 된 후, 하자처리를 위해 업체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갔지만, 결국 모든 시설물을 최종 복구하는 데까지는 7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누수 당일 물을 치워주는 걸 도와준 교직원들,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격려해 주신 교장선생님, 빨리 소방업체에 전화해 초동 대처를 해주신 당직기사님 덕분에 잘 처리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방점검 시에는 꼭 유수검지실을 들어가 배관 상태를 확인하게 되었고, 행정실장도 기계점검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기계설비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하고 있다. 신설학교는 개교로 끝나는 게 아니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해도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화려한 개교기념식 뒤에도, 평범한 주말 뒤에도 신설학교 행정실장의 긴장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여정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끝.

이전 29화Phase 28. 개교기념식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