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학교 공모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은 공모지원서 및 자기 기술서 작성이었다. 기술서 작성은 어떻게든 하겠지만 면접 준비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미리 신설학교를 지원했던 분들에게 전화해서 면접 당시 어떤 부분을 물어보았는지 여쭤보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예전 총무과 공모 담당자에게도 전화를 걸어 면접 관련 질문이 생각나는지 물어보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누구의 도움도 없는 신설학교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절망하지 않고 침착하게 예상 질문과 답변을 스스로 만들어보았다.
1) 간단한 자기소개
"저는 2007년 첫 근무를 시작하여, 6개 학교, 시교육청 3개 과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학교 근무에서는 모든 교원 및 학생들이 저의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작은 일 하나라도 최대한 친절하게 도와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교육청 근무에서는 과장님 및 팀장님 업무 지시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근무하였습니다. 현재까지도 어느 기관에서 근무하더라도 겸손한 자세와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
2) 지원동기
"신설 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운영방침 및 모든 교직원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행정실장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지금까지 경험하고 배웠던 저의 모든 역량을 신설학교 행정실장이라는 역할을 통해 펼쳐 보여,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행복하고 삶의 힘이 자라는 학교를 만드는 데 꼭 기여하고 싶습니다. “
3) 한별초도 있는데 해든초를 선택한 이유
"병설유치원을 제외한 학급수 기준으로 보면 인천해든초등학교는 42 학급, 한별초등학교는 48 학급으로 구성되어, 공무직 정원은 해든초가 2명, 한별초 3명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별초와 달리 해든초는 공무직이 행정실에 근무할 여력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어, 행정실장이 최대한 많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해든초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사실 이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진짜 이유는 경쟁이 적을 것 같아서였다. 누구보다 꼭 신설학교에 입성해야 하는 상황이라, 교육청 공모 담당하시는 분께 내가 지원한 학교의 경쟁률을 물어보았다. 당시 공모 담당자는 동기형이었다.
"형, 경쟁률 좀 알려줘." "안돼” 역시 동기일지라도 일절 답해주지 않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왕짜증이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었다.
최종 면접일에는 아주 오랜만에 양복을 풀세트로 맞혀 입고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면접 대기자들이 많아서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다행히 본청 전입 공모 신청자와 같이 면접을 진행한다고 했다. 전입 공모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는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본청은 역시 누구에게는 탈출의 대상이며, 또 누구에게는 기회의 장이 되는 곳이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등록 대장에 사인을 하고 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신설학교 총 2곳 중(한별, 해든) 내가 지원한 학교(해든)는 나밖에 지원자가 없었다. 다른 신설학교(한별)는 행정실장 자리에 2명이 경합하고, 7급 및 8급 자리는 사이좋게 1명씩 신청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순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내가 신청한 학교는 왜 나밖에 없는 것인지' 당혹감과, '면접만 잘하면 무혈입성이다'라는 안도감이었다. 더욱이 내가 지원하지 않았던 학교는 나보다 선임 기수 2분이 신청하여, 뭔가 모를 긴장감도 있어 보였다.
경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내 운인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면접관은 총 5명이었다. 그중 2명은 내가 잘 알고 있는 분들이 앉아 있어, 생각지도 못한 안도감이 들었다.
면접 분위기도 지원자가 나 혼자였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화기애애한 상황이 펼쳐졌다. 나를 잘 아시는 분께서 나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질문했는데, 뭐라고 답변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많이 웃어주셨던 게 기억난다.
웃음이 났다면 끝난 게임이지? 질문해 주신 분은 현재 총무과장님으로 근무하고 계신다. 면접을 끝낸 후 넥타이를 풀고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되는구나' 거만을 떨며 면접장을 나왔다. 해든초는 처음부터 내가 가야 할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곧장 퇴근했다.
동아줄을 잡기는 했다. 이제 그 줄을 타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