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바랜 원고지와 검은 글씨
할아버지의 손때 묻은 이야기가
칠십 년 잠에서 깨어난다
"이 글을 누가 읽을까?"
밤마다 자문하며 뒤척이지만
창작자의 뜻도 모른 채
함부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
법이 세운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하지만
마음은 묻는다, 글쓴이의 마음 모르는 채
후손이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
"언젠가 내 글이 세상에 나와 누군가를 위로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친구가 들려준 그 말에 비로소 답을 찾았다
창작의 다리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글쓴이와 독자를 잇는 약속, 시간을 건너 전하는 마음
그 마음을 지키는 성스러운 의무로구나
오늘도 누군가 할아버지 글을 읽고 편지를 보내온다
"고맙습니다" 그 한 마디에
창작을 지키는 참뜻이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