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들

보이지 않는 우주의 주인공을 찾아서

by 사우스파크

1933년, 스위스의 천체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가 머리털자리 은하단을 관측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은하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이들을 붙잡아둘 중력이 부족했습니다. 츠비키는 이 미스터리한 물질을 "dunkle Materie", 즉 암흑물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우주 질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신비로운 존재의 정체를 찾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제안한 암흑물질 후보들은 마치 추리소설의 용의자들과 같습니다. 각각은 고유한 특징과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단서들을 남깁니다.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어떤 것이 진짜 범인인지 찾아보겠습니다.



3-1. 표준모델의 한계 - 완벽해 보이는 이론의 치명적 빈칸

현대 물리학의 왕관보석이라 불리는 표준모델(Standard Model)은 정말 놀라운 성공작입니다. 1960년대부터 구축되기 시작한 이 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들과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마치 정교한 시계처럼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전자와 쿼크 같은 물질 입자 12개, 힘을 전달하는 보손 4개, 그리고 모든 입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손까지, 총 17개의 기본 입자로 이루어진 이 "우주의 주기율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모든 실험적 검증을 통과했습니다.



20250927_112154.png 그러나 이 표준표델로 설명 가능한 것은 우주의 5%에 불과하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에서 힉스 보손이 발견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은 환호했습니다. 표준모델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축배를 든 과학자들은 곧 깨달았습니다. 이 완벽해 보이는 이론에 치명적인 빈칸이 있다는 것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관측과 대규모 구조 연구를 통해 얻은 우주론적 매개변수들을 보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에서 일반 물질(바리온)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5% 정도입니다. 암흑물질은 26%, 그리고 더욱 신비로운 암흑에너지가 69%를 차지합니다. 즉, 표준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우주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마치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표준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 즉 BSM(Beyond the Standard Model) 이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암흑물질은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야 하고, 138억 년의 우주 나이 동안 안정하게 존재해야 하며, 일반 물질과는 매우 약하게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하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입자여야 합니다.


20250927_112708.png




3-2.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입자(WIMP) - 자연이 준비한 완벽한 후보

1980년대, 소련의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이론은 암흑물질 연구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주 초기의 열역학적 평형에 있습니다. 빅뱅 직후 극도로 뜨거웠던 우주에서 WIMP들은 표준모델 입자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열평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수프 속에서 모든 재료가 고르게 섞여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20250927_112926.png
20250927_112955.png
20250927_113006.png
20250927_113012.png
20250927_113024.png
20250927_113031.png
20250927_113041.png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WIMP들의 상호작용이 점차 "얼어붙기(freeze-out)" 시작했고, 더 이상 소멸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나리오의 놀라운 점은 계산 결과입니다.


관측된 암흑물질 밀도를 설명하려면 WIMP의 상호작용 강도가 약 3×10⁻²⁶ cm³/s 정도여야 하는데, 이는 정확히 약한 핵력(weak nuclear force)의 전형적인 크기와 일치합니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는 "WIMP 기적(WIMP miracle)"이라고 불리며, 마치 자연이 의도적으로 이런 입자를 준비해둔 것처럼 보입니다.


WIMP의 질량은 대략 수 기가전자볼트(GeV)에서 수 테라전자볼트(TeV) 범위로 예상됩니다. 이는 양성자 질량의 수 배에서 수천 배에 해당하는 상당히 무거운 입자입니다. 과학자들은 세 가지 방법으로 이 "우주의 유령"을 포착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직접 검출입니다. 지하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깊이에 설치된 거대한 검출기들이 WIMP가 원자핵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반동을 포착하려고 합니다. 액체 제논(xenon)이나 아르곤(argon)을 사용한 검출기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우주선(cosmic ray)으로부터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있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그란사소 국립연구소의 지하 1,400미터에 있는 XENON 실험이나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지하 1,480미터에 있는 LUX-ZEPLIN 실험이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는 간접 검출입니다. 은하 중심이나 태양 같은 곳에서 WIMP들이 서로 충돌하여 소멸할 때 나올 수 있는 감마선, 양전자, 반양성자, 중성미자 등을 우주에서 관측하는 방법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알파 자기분광기(Alpha Magnetic Spectrometer, AMS-02)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이 이런 신호를 찾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입자가속기에서 WIMP를 직접 생산하는 것입니다. CERN의 LHC에서는 WIMP가 생성되면 검출되지 않고 빠져나가므로, "결측 에너지(missing energy)"와 함께 나타나는 제트나 광자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 모든 방법들이 WIMP에 대해 점점 더 강한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직접 검출 실험들의 감도가 급격히 향상되면서 스핀-비의존 산란단면이 10⁻⁴⁷에서 10⁻⁴⁸ cm² 수준까지 제약되어, 전통적인 WIMP 모델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WIMP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더 가벼운 WIMP, 더 무거운 WIMP, 또는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WIMP들이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3-3. 액시온과 초대칭 입자들 - 이론의 아름다움에서 나온 후보들


액시온(Axion): 강한 상호작용의 수수께끼에서 탄생한 암흑물질

1977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베르토 페체(Roberto Peccei)와 헬렌 퀸(Helen Quinn)이 제안한 액시온은 매우 독특한 기원을 가진 암흑물질 후보입니다. 이 입자는 원래 암흑물질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아니라,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QCD)의 한 가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문제는 "강한 CP 문제(strong CP problem)"였습니다. 이론적으로 중성자는 상당한 전기쌍극자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를 가져야 하는데, 실제 측정값은 이론 예측보다 10억 배 이상 작았습니다. 마치 지구가 완벽한 구형에 가까운 것처럼, 중성자도 놀라울 정도로 "둥근" 전기적 분포를 보였습니다.


페체와 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대칭성을 제안했고, 이 대칭성이 자발적으로 깨지면서 나타나는 골드스톤 보손(Goldstone boson)이 바로 액시온입니다. 1983년 피에르 시키(Pierre Sikivie)가 액시온이 강한 자기장에서 광자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을 때, 과학자들은 깨달았습니다. 이 입자가 암흑물질의 완벽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액시온의 질량은 매우 가벼워서 마이크로전자볼트(μeV)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자 질량의 10억분의 1도 안 되는 극히 작은 값입니다. 액시온은 WIMP와 달리 "비열적(non-thermal)" 방식으로 생성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초기 우주에서 액시온 장이 특정 방향으로 "미스얼라인(misalignment)"되어 있다가, 우주가 팽창하면서 진동하기 시작하여 현재의 밀도를 만들었다는 메커니즘이 대표적입니다.


액시온을 찾는 방법은 WIMP와 완전히 다릅니다. 1980년대 피에르 시키가 제안한 "할로스코프(haloscope)" 방법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 장치는 강력한 초전도 자석과 마이크로파 공진기를 결합하여, 은하 헤일로에 존재하는 액시온들이 마이크로파로 변환되는 신호를 포착하려고 합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가 대표적인 할로스코프입니다.


또한 태양에서 생성된 액시온을 지구에서 광자로 변환하여 검출하는 "헬리오스코프(helioscope)"도 있습니다. CERN의 CAST(CERN Axion Solar Telescope) 실험이나 계획 중인 IAXO(International Axion Observatory)가 이런 방식을 사용합니다. 더 나아가 빛이 벽을 통과할 때 액시온으로 변환되었다가 다시 광자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관측하는 "빛이 벽을 통과하는(light-shining-through-wall)" 실험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질량 범위에서 액시온 탐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검출기의 감도가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확정적인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액시온은 강한 CP 문제와 암흑물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후보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대칭 입자(SUSY):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보이지 않는 파트너들

1973년 소련의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초대칭(Supersymmetry, SUSY)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적 아이디어 중 하나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놀라운 대칭성이 숨어있습니다. 모든 보손(정수 스핀을 가진 입자)에는 페르미온(반정수 스핀을 가진 입자) 파트너가 있고, 모든 페르미온에는 보손 파트너가 있다는 것입니다.


20250927_113338.png
20250927_113324.png


예를 들어 전자에는 "셀렉트론(selectron)"이라는 보손 파트너가, 광자에는 "포티노(photino)"라는 페르미온 파트너가, 쿼크에는 "스쿼크(squark)"라는 파트너가 있습니다. 이런 명명법은 물리학자들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각 입자의 초대칭 파트너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줍니다.


20250927_113343.png



초대칭이 주목받는 이유는 표준모델의 중요한 문제인 "계층 문제(hierarchy problem)" 또는 "힉스 질량의 미세조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준모델에서 힉스 입자의 질량은 양자 보정에 의해 플랑크 질량(10¹⁹ GeV) 정도로 커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125 GeV로 훨씬 작습니다. 이는 마치 깃털과 철구가 정확히 같은 무게를 가지는 것만큼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초대칭이 존재한다면 보손과 페르미온의 양자 보정 기여가 서로 상쇄되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또한 초대칭 이론에서는 자동으로 암흑물질 후보가 나타납니다. R-패리티(R-parity)라는 대칭성이 보존된다면, 가장 가벼운 초대칭 입자인 LSP(Lightest Supersymmetric Particle)는 안정하여 붕괴하지 않으므로 암흑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LSP 후보는 "뉴트랄리노(neutralino)"입니다. 이는 여러 중성 초대칭 입자들(비노, 위노, 히그시노)의 혼합 상태로, WIMP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뉴트랄리노도 초기 우주에서 열평형을 이루다가 얼어붙는 메커니즘으로 현재의 밀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질량은 대략 수십에서 수백 기가전자볼트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만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CERN의 LHC에서 수년간 초대칭 입자를 찾았지만, 경량 초대칭 입자들에 대한 상당한 범위가 배제되었습니다. 또한 직접 검출 실험들의 감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단순한 초대칭 암흑물질 모델들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칭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압축된 스펙트럼(compressed spectrum)"에서는 초대칭 입자들 사이의 질량 차이가 작아 LHC에서 탐지하기 어렵고, 특별한 상호작용을 가진 모델들은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자연의 아름다운 대칭성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3-4. 스터릴 중성미자 - 숨어있는 유령 입자의 비밀

중성미자는 이미 잘 알려진 표준모델의 입자입니다. 1930년 볼프강 파울리(Wolfgang Pauli)가 베타 붕괴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을 구하기 위해 "절망적인 수단"으로 제안한 이 입자는, 이후 "유령 입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매우 작으며,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서 매초 수조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지만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데 표준모델의 세 가지 중성미자(전자형, 뮤온형, 타우형) 외에 "스터릴 중성미자(sterile neutrino)"라는 가설적 입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입자는 일반 중성미자보다도 더 은밀합니다. 약한 핵력과도 상호작용하지 않고, 오직 일반 중성미자와의 미세한 섞임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20250927_113509.png


1990년대부터 여러 중성미자 실험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 신호들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의 LSND 실험, 페르미연구소의 MiniBooNE 실험 등에서 나타난 "중성미자 이상(neutrino anomaly)"은 네 번째 중성미자의 존재를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만약 스터릴 중성미자의 질량이 킬로전자볼트(keV) 정도라면, 이는 "따뜻한 암흑물질(warm dark matter)"의 훌륭한 후보가 됩니다. 따뜻한 암흑물질은 차가운 암흑물질과 뜨거운 암흑물질의 중간 성질을 가집니다. 차가운 암흑물질이 모든 크기의 구조를 잘 만드는 반면, 따뜻한 암흑물질은 작은 규모의 구조 형성을 억제합니다.


이는 실제 천문학적 관측에서 발견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우리 은하 주변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작은 위성 은하들이 발견됩니다. 이른바 "미싱 새틀라이트 문제(missing satellite problem)"인데, 따뜻한 암흑물질이 이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터릴 중성미자는 초기 우주에서 일반 중성미자와의 미세한 섞임을 통해 비열적으로 생성되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들은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붕괴하여 일반 중성미자와 단색 X선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하나 은하단에서 특정 에너지의 X선을 관측하는 것이 주요 탐지 방법입니다.


2014년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에스라 불브울(Esra Bulbul)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의 알렉세이 보이아르스키(Alexey Boyarsky)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흥미로운 발견을 보고했습니다.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3.5 킬로전자볼트 에너지의 미확인 X선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것이 7 keV 질량의 스터릴 중성미자가 붕괴하며 내는 신호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전 세계 천체물리학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그러나 후속 관측들에서는 상반된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어떤 관측에서는 신호가 확인되었지만, 다른 관측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3.5 keV X선선의 정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스터릴 중성미자는 우주의 대규모 구조 형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원거리 퀘이사의 빛이 중성 수소 가스를 통과하며 만드는 "라이먼 알파 숲(Lyman-alpha forest)" 관측을 통해 작은 규모 구조에 대한 제약을 받고 있어, 가능한 매개변수 공간이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3-5. 프리모디얼 블랙홀 - 우주 초기의 중력 괴물들

암흑물질이 반드시 새로운 입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1971년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제안한 프리모디얼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 또는 원시 블랙홀도 흥미로운 후보입니다. 이들은 별의 진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일반적인 블랙홀과 달리, 우주 초기에 직접 형성된 "태생적" 블랙홀들입니다.

20250927_113603.png




우주 초기, 특히 인플레이션(inflation) 직후의 매우 이른 시기에는 밀도의 요동이 존재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만약 어떤 지역의 밀도가 임계값을 넘으면 그 지역은 중력 붕괴를 일으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비누 거품이 터지듯 순식간에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입니다.


프리모디얼 블랙홀의 질량은 형성 시기에 따라 엄청나게 다양할 수 있습니다. 플랑크 시간(10⁻⁴³초) 근처의 아주 이른 시기에 형성되면 플랑크 질량(10⁻⁸ kg) 정도의 극미세 블랙홀이, 조금 늦게 형성되면 소행성이나 달 정도의 질량을, 더 늦게 형성되면 태양 질량 이상의 무거운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플랑크 질량부터 수천 태양 질량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질량이 가능합니다.


프리모디얼 블랙홀을 찾는 방법은 질량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중간 질량의 블랙홀들은 마이크로렌징(microlensing) 효과를 통해 탐지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 별이나 퀘이사 앞을 지나갈 때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렌즈 효과로 일시적으로 밝게 보이는 현상을 관측하는 것입니다. 1990년대부터 프랑스의 EROS, 폴란드의 OGLE, 일본의 Subaru-HSC 등 여러 프로젝트가 이런 신호를 찾고 있습니다.


매우 가벼운 블랙홀들은 1975년 호킹이 예측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때문에 증발하면서 감마선이나 기타 입자들을 방출합니다. 호킹의 계산에 따르면, 블랙홀이 작을수록 더 뜨겁고 빠르게 증발합니다. 현재 우주 나이 정도의 수명을 가진 블랙홀의 질량은 대략 10¹⁵ g 정도로, 이런 블랙홀들이 지금 증발하면서 내는 감마선 폭발을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나 체렌코프 망원경들이 찾고 있습니다.


2015년 LIGO가 중력파를 최초로 직접 관측한 이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LIGO-Virgo-KAGRA 중력파 관측소들이 관측한 블랙홀 병합 사건들 중 일부가 프리모디얼 블랙홀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관측된 블랙홀들의 질량 분포나 병합률이 별의 진화로 예상되는 것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면, 이는 프리모디얼 블랙홀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다양한 관측들은 프리모디얼 블랙홀이 암흑물질의 전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마이크로렌징 관측 결과,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에서 얻은 제약, 은하 역학 연구,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에 대한 영향 등이 여러 질량 범위에서 강한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10⁻¹⁶에서 10⁻¹¹ 태양질량 같은 특정 질량 구간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고, 암흑물질의 일부분을 차지할 수는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래를 향한 다각적 접근 - 우주 수사대의 종합 수사

현재까지 제안된 주요 암흑물질 후보들은 각각 고유한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WIMP는 "WIMP 기적"이라는 이론적 우아함과 자연스러움을 자랑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실험적 제약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액시온은 강한 CP 문제라는 다른 물리학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미세한 신호로 인해 탐지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스터릴 중성미자는 소규모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X선 관측 결과가 아직 불분명합니다. 프리모디얼 블랙홀은 입자물리학을 넘어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지만, 다중 제약으로 인해 전체 암흑물질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가지 가능성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하 깊숙한 곳의 직접 검출 실험, 우주에서의 간접 관측, 입자가속기에서의 생산 시도, 정밀 측정을 통한 새로운 상호작용 탐색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암흑물질의 정체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암흑물질이 단일한 입자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반 물질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다양한 입자로 구성되어 있듯이, 암흑물질도 여러 종류의 입자들의 조합일 수 있습니다. 혹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거나, 우리가 중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21세기의 물리학은 암흑물질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입자의 발견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본질과 물리 법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발견이 될 것입니다. 1933년 츠비키가 처음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인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우주적 수수께끼의 해답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과 관측들이 머지않아 이 거대한 미스터리의 진범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 순간이 오면,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암흑물질 Basic 5: 암흑물질 탐색의 최전선 3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