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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고-9장

by 모도리

읽은 날 : 2025. 2월 28일

읽은 쪽 : 9장 대온실 수리 보고서(384~404쪽)

9장의 키워드 : 이별, 완전한 소실 혹은 상실이 아닌 머리에서 기억에서 가슴으로 이동할 뿐이다.


- 9장에 대한 에필로그

영두만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가 완성된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부서진 삶을 수리하고 미완으로 남을 뻔한 영두의 소망을 완성해 간다.


- 기억에 남는 문장

388쪽 나는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한번 욕심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했던 그 아이가 그대로 나이를 먹었다면 이별도 받아들일 수 없었을 테니까. 내 것이라고 여겼던 상대가 자신을 거부하고 좌절시키며 자기 인생에서 밀어내려고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397쪽 “아니 안 돼, 하지만 안 되는 일도 가끔 해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

398쪽 무서워서, 부끄러워서, 힘이 없어서, 슬퍼서, 화가 나서, 도망가고 싶어서, 모든 이유들이 생각났지만 나는 “글쎄? 걔가 단무지를 싫어해서?”라고만 말했다.

403쪽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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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소감

어릴 적 초등학교 친구들을 생각하며 반창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워낙 사춘기가 빨랐던 나는 5학년 때 심하게 사춘기를 앓았고, 6학년 때에는 마냥 아이들이 어려 보였다. 뭔가 친구들이 아닌 동생들을 보는 느낌으로 1년을 보냈었는데, 친구들을 친구들로 보기보다는 연구의 대상으로 본 듯 하다. 저 친구는 저런 성격을 가졌고, 저 친구는 아직도 어린 티가 나고 처럼 말이다. 반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성숙하고, 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이었다. 이제는 내가 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의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풍기는 모습은 확실히 달랐다. 그러던 중에 한 친구가 자신이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혼사유가 자신을 너무 배우자의 울타리 안에 넣으려고 했다고 하면서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참 힘들었다는 말을 했다. 그 친구는 초등학생 때 항상 다른 사람에게 잘 베풀어 주고 말을 잘 들어주던 친구였다. 그 배우자도 그런 면 때문에 결혼까지 했겠지 싶다. 결혼은 매번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서로가 함께 해야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항상 그 배우자는 기대려고만 했던 듯 싶다. 마지막 장을 읽으며 우린 누구에게 기대기만 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다. 이 사람에게는 기대도 되. 그 사람은 기꺼이 받아줄거야. 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로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30대가 되어서 안 되는 일도 가끔 해보고 싶어질 때가 있어서 용기내어 실행에 옮긴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말 잘 듣는 사람이었다면 이때 아니면 해볼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뭐 엄청 대단한 건 아니었다. 심장이 약한 나에게 귀신의 집이나 놀이기구는 엄두도 못 내던 거였는데 ‘에이 설마.’ 지금 아니면 못할거야. 큰 일이야 일어나겠어. 하면서 롤러코스트랄 탄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신나게 타고 웃으며 하차했지만 한동안 일어나지 못해서 놀이동산 보건실에서 한참을 누워있었다. 의사선생님이 절대 하지 말라니까 왜 했냐고 그 이후에 물어보셨는데 지금도 그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아니면 정말 타다가 죽을지도 모를 것 같아서요. 그냥 느끼고 싶었어요.‘ 라고. 그 이후로는 안되는 건 없구나라는 생각으로 원래 잘 못하는 것들도 도전하고 해보고 다니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온실수리보고서를 읽어 내려오면서 특히 9장까지 읽고 책을 덮으면서 읽은 소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보니 어느덧 내 인생을 정리하고 부서진 부분은 수리를 하고, 보존하고 싶은 건 잘 보존해 놓기 위해 글로 옮겨 놓고 있는 게 보인다. 책은 대온실수리를 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이들의 인생을 수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창경궁을 태어나서 딱 한번 가봤다. 창경궁보다는 나는 덕수궁을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매주 단 한번도 빠짐없이 덕수궁-학교에서 가까웠다-에 들려 조용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매주를 정리하곤 했다. 이번엔 창경궁에도 한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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