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텃밭으로 향했다. 푸릇푸릇한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을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그 설렘은 텃밭에 도착하자마자 당황으로 바뀌었다. 풀이 산처럼 자라 있었다.
내 텃밭에 잡초 정글이 펼쳐져 있을 줄이야! 한숨을 크게 내쉬고, 호미를 들고 풀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한참을 호미질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그런데 그때, 기세등등하게 풀을 제거하다가 그만, 어마어마한 실수를 저질렀다. 쓱싹인지, 싹둑인지 모르겠지만, 호미가 뭔가를 잘라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글쎄 복수박의 줄기를 잘라버린 게 아닌가! 그것도 자랑스러운 야구공 크기만큼 자란, 애지중지 키우던 복수박이었다.
"으악!" 눈앞이 아찔해지며, 손에는 아직 제대로 크지 못한 복수박이 들려 있었다. 토마토 크기만한 작은 수박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나 공을 들였던가! 매일같이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며 정성스럽게 돌봤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다니.
그 순간, 내가 얼마나 멍청하게 느껴졌는지! 하지만 바로 이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래, 이게 바로 삶이지!"였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거기서 무엇을 배우느냐는 것이다.
복수박을 들고 멍하니 서 있던 나는, 이 작은 수박이 내게 주는 교훈을 곱씹기 시작했다. 때로는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때가 있다. 실수 하나로 그동안의 애썼던 시간이 무색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의 가치를 잃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내가 그 복수박을 키운 정성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식물과 교감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실수로 인해 깨달았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 실수를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는 것을.
오늘의 복수박 사건은 내 삶의 또 다른 작은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겠지. "아, 그때 참 멍청했었지!"라며. 어쩌면 다음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지겠지만, 실수 하나쯤은 유머로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삶은 그런 것이다. 실수도, 성공도, 웃음도, 눈물도 모두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나를 좀 더 유연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준다.
그러니 복수박아, 비록 널 크고 둥글게 키우지 못했지만, 네가 내게 준 교훈은 오래오래 간직할게. 오늘은 네 덕분에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잡초 정리할 때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음 수확은 꼭 무사히 이루어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