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만드는 나만의 행복 레시피

글맛 알아가기

by 노에마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마치 아무런 레시피도 없이 요리를 시작한 초보 요리사 같았다. 손에는 도구가 쥐어져 있었고 재료도 있었지만, 무엇을 만들지, 어떤 맛을 낼지 몰라 널브러진 재료들 앞에서 망설였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기라도 할까?”, “매주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서툰 시작에도 불구하고 첫 글을 내놓았을 때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주방은 재료와 도구들로 엉망이었지만, 그날 식탁에 놓인 음식 한 접시는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만족감에 초점을 맞추니 다른 걱정은 잊을 수 있었다.

글쓰기 레시피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요리를 배우는 일과 닮았다. 처음에는 재료를 고르는 것도,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서툴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삶의 작은 순간들, 지나쳤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특별한 재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재료들에 나만의 소스를 더하면서 글은 깊은 맛을 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글쓰기에서 이 소스는 모든 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사실을 나열하는 글은 밍밍할 수 있지만, 거기에 나만의 경험과 감정을 더하면 이야기는 비로소 독특한 맛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짜거나 단맛이 부족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나만의 색깔이고, 꾸미지 않은 솔직함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맛이란 단순히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향이며 기억과 감정을 자극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집밥의 맛이 재료의 조합 때문이 아닌, 정성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처럼 글맛도 글쓴이의 진심에서 나온다. 어떤 글은 담백한 죽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어떤 글은 매콤한 양념처럼 감정을 흔들어 깨운다. 또 다른 글은 달콤한 디저트처럼 미소 짓게 한다.

나만의 소스를 찾아 글맛을 더해가는 과정은 요리처럼 실험과 도전의 연속이다. 어떤 조합은 생각보다 잘 어울리지 않았고, 또 어떤 글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도할 때마다 글은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며 더 풍부해졌고, 미처 몰랐던 맛을 발견할 때면 마치 새로운 요리를 완성한 셰프처럼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맛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작은 순간들을 더욱 특별하게 느끼게 해 준다.

글쓰기는 내 삶의 조미료와도 같다. 덕분에 평범했던 하루도 새로운 맛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오늘 쓴 글이 담백하든, 매콤하든, 때로는 조금 싱거운 맛을 내더라도, 그 모든 맛이 모여 나만의 행복 레시피를 완성해 간다. 글 한 줄 한 줄이 쌓여갈 때, 그렇게 나를 나타내는 고유한 향과 맛이 되는 것이다.

나만의 맛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듯,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멋진 글을 읽을 때면 “이야~ 정말 훌륭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글 속에는 깊이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때로는 새로운 시각이 숨어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삐뚤빼뚤한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간식 같은 작은 쉼이 되길 바란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일상에 잔잔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글이라고 믿으며 나만의 글맛을 찾아간다.

글을 쓰는 날이 기다려진다. 매주 글을 쓰고 올리며 나만의 글쓰기 레시피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글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배부름이 있다. 어떤 날은 마음을 채워주는 따뜻한 수프 같은 글이 탄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톡 쏘는 맛의 글이 나오기도 한다. 글쓰기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내 삶을 조금 더 맛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와, 이런 맛도 있었네!” 하고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조금씩 나만의 방식과 스타일이 생겨나고 있다.

글쓰기는 나만의 행복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되었다. 완벽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재료를 소중히 다루고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일이다. 매주 브런치에 올린 글은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레시피의 일부일 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재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글쓰기라는 부엌에 들어가 마음속 재료들을 꺼낸다. 조금 짜도 괜찮고, 단맛이 덜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맛을 내는 것이다. 그 맛을 찾는 과정이, 결국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레시피가 될 테니까.

혼자 중얼거려 본다.

“오늘은 어떤 글맛이 나올까? 어떤 행복 레시피를 완성해 볼까?”

그리고 부엌을 어질러가며 나만의 요리를 만든다. 그렇게 글로 만들어가는 행복 레시피의 다음 한 페이지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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