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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nut Dec 22. 2021

의대생이 되다

추가 합격은 정말 짜릿한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 속에서 합격하자마자 바로  일이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대에 자퇴서 내기.

불과 며칠 전에 잘해보겠다고 인사드리러 갔던 교수님께 다시 가서 자퇴서에 사인받을 때 얼마나 민망하던지.

교수님은 무뚝뚝하게 사인만 해주셨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교수 방을 나왔다.

충분히 화내실만. (죄송합니다... 교수님...)


두 번째는 알바를 찾아보았다.

제일 해보고 싶던 알바는 카페였지만 지방대로 가야 해서 근무할 시간이 짧은 게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재수 때 다니던 학원에서 1달 동안만 학원 조교로 일했다.

중학교 1학년들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했어야 하나 맨날 얘기 나누고 붕어빵 사주고 놀았고 예비 고등학교 3학년들은 과학 문제 채점과 질문을 받아주는 역할이었다.

그중에서 기억 남는 중학교 1학년 여자애가 있는데 나한테 수업이 끝나고 찾아오더니 남자 친구가 무뚝뚝하다고 고민상담을 하더라.

사실... 나 아직 연애 못해봤는데...

그렇다고 안 해줄 수 있나?

아는척하면서 어찌어찌 고민 상담을 해주다 보니 아직까지 카카오톡으로 친구로 남아있다.

글을 적는 김에 한번 프로필 사진을 보니 잘 살고 있는 거 같다.

다만 그래도 연락은 못하겠다.  (지금은 연애 상담해줄 수 있는데..)


즐거운 기분과는 다르게 추가 합격자에게는 좋지 못한 사실 또한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대기번호가 너무 끝번호인 나머지 합격 전화를 받기 전에 이미 신입생 환영회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정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는 )

개강을 하기 전부터 애들은 이미 여러 번의 모임으로 친해진 상태였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였다.

(나중에 듣자 하니 처음 보는 학생이 있어서 다들 내가 선배인 줄 알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지방대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숙사 추첨도 이미 끝났다는 사실이다.

전화를 받고 나니 이미 배정이 끝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원룸을 알아보러 다녔다.

가성비 좋은 원룸들도 당연히 이미  나간 였고 비싼 신축 투룸만 남아있었다.

어쩔  없이 비싼 신축 원룸을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비슷한 대기번호 끝번호 친구들이 3명이  있었다.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자취방도 구해지 못했기에 그중 1명과 같이 자취를 시작했고

이런 웃지 못할 공통점으로 우리 4명은 빠르게 친해졌고 대학 생활을 함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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