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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nut Dec 26. 2021

대학생활 (1)

의대는 보통의 대학교와는 다르게 6년을 다녀야 한다.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눠지게 되고 예과 2년은 의학 기초를 배우고 본과 4년은 본격적인 의학을 배우는 시기이다.


병원에 취직 (인턴, 레지던트) 지원을 할 때 대부분 예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렇기도 하고 본과에 들어간 이후로는 공부할 것도 많고 바쁘게 살아야 하니 예과 때 미리 좀 쉰다고 생각을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고 부모님은 서울에 계시고 나는 자취까지 하니 매일 친구들과 놀면서 2년을 보내고 본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의대 교육과정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리 입학할 때부터 6년 치 교육과정이 짜여있어서 가만히 앉아서 수업 듣고 공부만 하면 된다.

보통 1학기는 23~24학점이고 커리큘럼을 요약해보면

1학년은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과 같은 기초 의학

2학년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와 같은 임상 의학

3, 4학년은 병원에서 실습을 돌게 되고 졸업을 할 때 국가고시를 합격하면 의사가 된다.


보통은 본과 1학년을 제일 힘들어한다.

예과 2년간 쉬다가 공부를 하니 잘 외워지지도 않고 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해부학은 무려 9학점짜리인 데다 이해해볼 수 있는 다른 과목이랑은 다르게 암기 과목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업 스케줄은 화요일 8시간 강의를 듣고, 수요일 8시간 실습을 해야 하는데 8시간 배운 걸 실습하려면 최소 16시간은 필요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남아서 실습을 했다.


그렇게 붙어 있다 보니 의대 커플도 많이 생기긴 했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이때 연애를 시작했다. (첫 연애 아닙니다 여러분)

의대 동기가 100명 정도이다 보니 이름만 알고 친하게 지내지 않던 여자였다.

우연히 해부학 실습 옆 조가 되었는데 같이 도와주고 하다 보니 눈이 맞아버렸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의대생의 공부'라고 하면서 두개골에 깨알 같은 크기의 영어로 해부학 용어가 적힌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런 사진이 수백, 수천 장이라고 하는 게 많다.

원래라면 다 외워야 하는 게 맞긴 맞는데 보통은 중요한 것만 외운다.

정말 그걸 다 외우는 사람들은 의대생 중에서도 정말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 혹은 뭐가 중요한지 선택을 못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보통은 후자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F가 있거나 학점이 1.75 미만이면 유급을 하게 되는데 매년 100명 중 7명 정도가 유급을 했다.

그럼 4년 동안 30명 가까이가 유급을 하는가!?

그렇진 않다. 유급을 한번 하게 되면 동기들은 진급을 하지만 본인은 후배들과 수업을 듣게 되면서인지 또 유급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나는 필기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선배들에게 좋은 자료를 많이 받는 여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100명 중 10등 정도로 1년을 마무리했다.

10등을 하고 나니 성적을 더 잘 받고 싶다는 욕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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