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5)

장편소설

by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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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 일병이 사망한 다음 날, 나를 중심으로 한 추문이 부대를 발칵, 뒤집어버렸다. 김석훈이 자살하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의 친구가, 술에 취한 김석훈이 “만약 내가 죽으면 중대장 때문이야”하고 자신에게 말했다는 사실을 유족에게로 전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헌병대 측에 전해지면서 헌병대는 보강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대장은 즉시 나를 따로 불러 이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나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의 말을 살아 있는 자가 부정하는 것은 어쩐지 불공평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수사 장교는 중대원뿐 아니라 소대장들, 그리고 김석훈의 동기들을 집중적으로 면담했고, 나는 교육대장의 뜻에 따라 차에 앉아 대기했다. 아마 헌병대 측의 요청일 것이었다.

다음 날 헌병대에서는 ‘김석훈 일병이 소속된 4중대의 병사들과 간부들, 그리고 대대 내 김석훈의 동기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부대 내 괴롭힘 등 부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통고했다. 또한 어떤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예견할 수 없는 어떤 갈등이 그에게 갑작스러운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음을 밝혔다. 또한 그의 시신에서도 폭행으로 인한 상흔이나 저항의 흔적 같은 것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라 상급 부대에서는 김석훈 일병의 장례식을 서둘러 진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유족들은 물론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몬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례식은 섣부르다는 것이었다. 물론 정당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게 군인으로서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였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설득하는 게, 일단 장례식을 치르자고 설득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이었을까? 헌병대가 내게 유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기는 했어도, 어쨌든 유족 입장에서 나는 당신의 소중한 가족을 괴롭게 한, 말하자면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었다.

김석훈 일병의 장례식은 대전 국군병원 내에서 거행되었다. 나는 중대장으로서 유족들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다. 망자의 친인척들이 하나둘씩 도착할 때마다 나는 죄인의 심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불신의 눈빛으로, 원망의 눈빛으로, 때론 경멸의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어쨌든 나는 지휘관으로서 병사를 지키지 못한 실패한, 무렴한 군인이었다. 그럼에도 몇몇 유족들은 내게 몇 차례 밥을 권했는데, 물론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뻔뻔하게 앉아 숟가락이나 들 염치가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후 열 시쯤 식장에서 나왔을 때는 속이 매우 쓰리고 어지러웠다. 나는 빵과 우유라도 살 수 있을까 싶어 주변을 거닐었지만, 군 내 매점은 모두 닫혀 있었다. 나는 하릴없이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들이붓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지쳐서 입맛도 잃었기에, 나는 씻지도 못하고 옷만 벗은 채 그대로 누워 잠들었다.

누구인가 나에게 생전 김석훈 일병과의 관계에 관해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남자 대 남자로서, 병사 대 간부로서.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묻는다면, 특별히 어떤 상황을 설명하거나 주고받은 대화를 언급해서 설득할 자신은 없지만, 그와 단둘이 있을 때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말할 때의 태도 같은 것에서 존경심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징병되어 여자친구의 곁을 떠나는 일을 피하려고 장교가 되었을 뿐 절대 존경받을 만한 군인도, 인간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막 일병 계급을 단 병사의 눈에는 대위라는 계급이, 혹은 중대장이라는 위치가 막연하게나마 대단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결코 군대라는 조직에서 좋아할 만한 인간은 아니었다고 해도, 병사들에게만큼은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랬다고 생각한다. 나는 간부들이 제 진급을 위해 병사들을 이용하는 문화, 그리고 휴가를 줄 수 있는 권리로 병사에게 사적인 업무를 부여하는 문화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에게 필요 이상의 업무를 지시하는 일은 지양해 왔고, 소대장들도 조심하도록 지시했다. 물론 교육대장이나 연대장은 매사에 욕심이 없고 초연한 나를 좋지 않게 보았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게다가 나는 서른이 되면 전역하는 것으로 결정했기에 다른 장교들과 달리 평가나 진급 문제로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상급 부대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아무런 상관없었다는 말이다. 나의 병사들이 체력 측정에서 나쁜 성적을 받는다고 그들을 질타할 이유도, 부대 평가에서 부대 관리를 지적받는다고 해서 소대장이나 분대장들을 닦달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의 중대에 있던 병사가, 자신이 죽는다면 나 때문이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맸다는 사실은, 나를 고독한 혼란으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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