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gnity.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
2004년 제작된 이영화는 한마디로 Dignity 존엄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4관왕을 석권할 정도로 이야기 자체의 완결성도 대단하지만 클린트이스트우드의 감독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스포일러 있음!!)
이상하게 나는 이영화를 20년이나 지난 이제야 처음 보게됬다. 사실 나는 테린이로서 여성과 스포츠에 대한 영화를 찾다가 이영화를 보게되었다. 제목만 보고서 여성 복서에 관한 로키 같은 영화라 생각했다. 로키가 남자 복서의 성공스토리이니 이건 여성복서가 역경을 이기며 성공하는 스토리겠거니 지레짐작한 것이다.
스펙타클한 장면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평범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매기의 집은 가난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비정하고 천하며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다. 그런 집에서 그녀는 13살때부터 웨이트리스 생활을 한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30살에서야 처음 복싱을 배워보겠다고 체육관을 찾는다.
가족들은 딸이 힘들게 복싱경기를 해 조금 벌어 모은 돈으로 집을사주어도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심지어 나중에 매기가 크게 다쳐 입원했는데도 한참 후에야 변호사를 대동해 찾아와서는 재산을 다 넘기라며 협박을 한다.
그녀의 일생 동안, 주변에서 아무도 이런 존엄성과 위대함을 가르쳐주거나 이끌어준 사람은 없어보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스스로 그런 가정에서 뛰쳐나와 뭔가를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스스로 존엄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서른두살이 늦은거라면 저한텐 아무것도 남은게 없어요
웨이트리스를 하면서도 손님들이 남기고 간 스테이크 반쪽짜리를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혼자 연습하고 꿈꾸는동안 아무도 끌어주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좋은 멘토를 찾아 나섰다. 다 그녀 자신이 선택한 용기였다.
서른이넘어 그녀는 복싱을 통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꿈꾸고 그것을 온전히 해나가며 작은 성취를 쌓아간다.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꿈을 향해 도전하고 즐기며 사는 동안 행복했다. 잡지에도 나와 보고 사람들의 환호성도 받아보고 돈도 좀 모았다.
가족들을 위해 집도 사드리고 생활비도 보태 주었다. 고마움도 모르는 가족들에게 실망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충만해 보였다.
이런 그녀의 사정을 본 프랭키가 어떻게 그녀를 위로하지 고민하고 난처해할 때 오히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골 레몬 파이집을 소개시켜준다.
작은 시골 식당안에서 레몬 파이를 먹고 있는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충만해 보였다.
원하는 것을 찾고 노력했고 갈 때까지 가보고 먹고 싶은 것도 먹었고 좋은 사람도 만났다.
인생에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 매기는 복싱을 제대로 배우기 전에도 혼자 나름 복싱을 해본다며 개인훈련을 해왔다. 프랭키 코치를 찾아온 걸로 보아 아마 평소 관심을 갖고있다가 그의 코칭 스타일을 좋아하게 되었나보다. 프 랭키는 그녀가 나이가 많고 돈도 없고 여자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거절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체육관에서 계속해서 연습한다.
매기는 포기 하지 않고 계속 체육관에 나왔고 성실한 그녀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도와준다. 그러면서 좋은 어른을 하나둘씩 만난다.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
인생에서 이런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그녀에겐 가족이 일차적으로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매기의 모습을 보면서 꼭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프랭키는 매기가 스스로 찾아낸 그의 가족이자 아버지 같은 어른이 되어주었다. 복싱도 가르치고 이런저런 생활에서 보호 자가 되어주었다. 무쿠슈라라고 붙인 그녀의 별명은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이라는 뜻이었다.
그와 그녀는 친족관계는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까지 의지하고 위해 주었던 가족 이상의 관계였다. 프랭키는 진짜 딸과 가족과 어떤 이유에선 지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고 매기 역시 가족들에겐 헌신하지만 늘 가족들의 무시를 받았다.
행복한 충만함을 가득 안고 생을 마감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더이상 고통으로 연명하기보다 이미 충만한 상태에서 삶을 끝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대단한 성공스토리가 극적으로 펼쳐질 줄 알았으나 인간육체의 나약함, 운명의 가혹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인간정신의 존엄함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