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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정신

난 많이 써보고 많이 실패해봐 (광고 아님, 스포 아님)

by 걷는사람

올리브영 Olive Young 가게


얼마 전 썬크림이 떨어져서 급하게 집 근처 올리브영에 갔다. 가면 썬크림 뿐만 아니고 헤어부터 메이크업 스킨 로션까지 매대별로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참 편리하다. 내화장품 섹터에서도 두 친구가 이것저것 발라보고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이거 살까 저거 살까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다른 친구가 이렇게 얘기한다.


"난 많이 써보고 많이 실패해 봐"




경험의 비용


그렇다. 이거다.

나는 이것을 "올리브영" 정신이라고 명명하겠다.

많이 써보고 많이 실패해봐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우선 제품의 가격이 싸야한다. 가격이 싸야 쉽게 사서 써보고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한다. 립스틱이건, 헤어염색 칼라이건 많이 실패해 볼수록 나에게 맞는 것으로 수렴할 확률이 커진다. 많이 써보고 많이 실패해 보면서 다양한 물건의 값어치도 알게 되고 나에게 맞는 취향이 어떤 것인 지도 서서히 알게 된다.


물건 뿐만이 나이라 경험도 그러하다. 첫 경험의 비용이 싸야 한다. 어떤 경험을 하든 진입 비용도 싸야 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턴을 하든, 알바를 하든, 처음 신입으로 취직을 하든 첫 진입의 비용이 싸야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회에 막 나온 스무살 청년이 뭔가를 시도해보려 할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 대학생이 학교의 보호 속에 있다가 막 사회에 진출해 기업이나 회사에 들어갈 때에도 큰 부담 없이 접근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용자인 회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을 쉽게 채용하고 활용해볼 수 있어야한다.


한번 실패하면 나락 가는 세상이면 안되쟎아요...


흔히 젊은이들은 많이 시도해보고 많이 실패해보라고 말하곤 한다.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면 구매의 비용이 싸야하고, 경험의 진입문턱이 낮아야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어른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말로는 실패를 많이 해보라고 하면서 한편으론 안정적인 직장, 직업을 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도전적인 것을 하겠다고 말하면 어느새 안정적인 자격증이나 큰회사를 권유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번 실패하면 나락가는 세상이면 누가 쉽사리 아무 경험이나 하려고 달려들겠는가?한국 사회에서 의사나 변호사에 목 매달고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반 입시준비를 시키는 것도 우리 사회의 경직된 직업체계에 큰 원인이 있다. 어른들은 이미 그것을 보아와서 자식들만큼은 그런 어려움을 겪게하고 싶지 않은것이다.


결국 창의적인 시도는 경험의 비용과 새로운 직장으로의 진입비용이 낮아서 많이 시도해보고 많이 실패해볼 수 있는 사회여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 다양한 시도나 창의적 모험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같은 저가 편집샵이 보여준 교훈과 미덕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우리는 많이 시도하고 많이 실패해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도, 사회에도, 일상에도
"올리브영"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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