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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 되다.

- 아프리카 출신 여성 수영선수가 최초의 여성 IOC 위원장으로 선출되다

by 걷는사람

2025년 3월 20일, 제10대 IOC 위원장을 뽑는 며칠간의 선거에서 41세의 커스티 코벤트리가 당선되었다. 7명의 후보 중 유일한 여성 후보였을 뿐만 아니라, 당선됨으로써 13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IOC 위원장이자 최초의 아프리카계 위원장이 되었다. 40대 초반이라는 매우 젊은 나이에 여자로서 유리 천장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성취했다.


Kirsty Coventry, 그녀는 누구인가


코벤트리는 짐바브웨의 유명한 수영선수로서 20대초반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려서부터 수영운동을 계속 해왔고 국가대표까지 한 것이다. 수영선수로서 커스티는 올림픽에서 7개의 메달을 땄는데, 짐바브웨라는 국가가 역대 딴 8개의 메달중 7개를 그녀가 딴 것이다. 이후 선수에서 멈추지 않고 짐바브웨 체육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IOC 위원으로서 선수위원회 위원장직도 맡았다.


IOC와 제10대 위원장 선거의 이변


이번 IOC 투표는 근 10여년 만에 진행된 투표였다. 이미 작년 9월에 차기 위원장 선거 일정을 공고하면서 세바스찬 코 라는 영국 출신 세계육상연맹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때만해도 코번트리는 여자이고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중 제약을 헤어나지 못할꺼라는 설이 유력했다. 즉 아무도 그녀를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


- 연합뉴스, 2024.9.17, 막 오른 차기 IOC 위원장 선거…변수는 '나이 제한' | 연합뉴스


선거는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올림피아에서 남쪽으로 약 60마일(약 96km) 떨어진 해변 휴양지의 고급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3월 중순 한낮이 되자 IOC 위원들은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회의장에 들어간다. 당초 올해 1월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후보자들은 15분간의 발표를 했으며, 당시 언론의 출입도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에 대한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회원들의 지지나 비방 표명 또한 금지됐으며, 경쟁 후보들에 대한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 후보자의 발언이나 행동 등이 중요하고 막후 로비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사실 IOC는 세계 체육계의 최고권력기구이다. 부패와 비밀스런 운영 등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왔다. 특히 최근 2013년부터 회장직을 맡은 토마스 바흐가 10여년 이상 지휘해 와 사실상 고인물에 가까웠다. 이런 점 때문에 가디언지 등 영국쪽 언론에서는 이번 코벤트리의 당선에 바흐가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해 된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많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바흐가 후보를 부정적으로 봤다면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포스트 바흐'는 누구…제10대 IOC 위원장 선거 일주일 앞으로 | 연합뉴스


불가능할 것 같은 선거에 도전한 것 자체가 승리


이런 배경이나 비아냥 혹은 가쉽으로 코벤트리 당선의 의의를 폄하해선 안될 것이다. 일단 비판적 기사는 대부분 가디언지에서 나왔는데 이는 영국 출신의 유력 후보가 낙선된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 위원장인 바흐가 낙점했거나 혹은 도왔다고 해서, 그것이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못할 일을 한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틀에 도전하고,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 제 열정입니다"


코벤트리는 자신이 체육계에서 쌓아온 인맥과 전문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오히려 남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연대와 막후정치를 통해 선거를 치르는데, 여성이 선출되자 완전히 막강한 후원자 덕에 선출된 것인양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해보인다.


무엇보다 코벤트리는 스스로 도전하기로 결심하였다. 위 사진만 보더라도 그녀가 얼마나 남성중심적인 체육계에서, 세계 최고의 권력기구에서 외롭게 투쟁해왔을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아무도 그녀가 당선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나, 스스로 명성과 신뢰를 쌓아 올린 것이다. 설령 당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선거에 도전한 그 자체만으로도 코벤트리는 충분히 찬사받을 만하다.


스포츠를 통한 도전과 열정

2025.3.20, https://www.olympics.com/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도 갖고 있습니다.


코번트리는 당선 인터뷰에서 "기존의 틀에 도전하고,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 제 열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번트리는 기존 틀에 도전하고 장벽을 허무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며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성별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켜왔다.


세상의 모든 여성, 딸들에게


제가 선거에 도전하고 뛸수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취에요. 이제 며칠동안 어떤일이 펼쳐질지 보시죠... " "Just the fact that I am running is a huge achievement. Now, we’ll see how the next few days unfold, but I’m looking forward to what comes next.”


어린 두 딸을 둔 코번트리 당선인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도 전한다. "이전에도 훌륭한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평생 동안 제 곁에 있어 준 훌륭한 여성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제 딸들과, 그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을 성취하고 싶어하는 모든 젊은 여성들에게, 그들 주변의 여성들을 포용하고 그들에게 의지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한 여성을 만나면 가능한 모든 기회를 잡고 [어떻게 해냈는지] 물어보세요. 대화를 나눠보세요. 함께 일하고 미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ㅇ참고자료

- 2025.3.21, 코번트리 IOC 위원장, 역사적인 도약, 커스티 코벤트리, 최초의 여성 IOC 위원장이 되다! : 네이버 블로그

- 2025.3.20, the Olympic, IOC 위원장 당선인 커스티 코번트리 단독 인터뷰

- 2025.3.21, the Guardian, 그래서 IOC 선거에서 커스티 코벤트리의 승리입니다. 조작된 덱이 있는 카드는 올림픽 스포츠가 아니라고 누가 그랬나요? | 마리나 하이드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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