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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08. 2021

동행

 아이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등교시간을 재촉했다. 무성해진 학교 운동장의 풀을 뽑기 위해서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체육선생님을 돕기 위해서였다.


 체육선생님은 이웃 중학교와 가을 연합 체육대회를 앞두고 운동장에 무성한 잡초를 혼자서 뽑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 잡초를 혼자서 틈틈이 뽑아나갔다.

 운동장 잡초로 인해 선생님을 빼앗긴 아이들은 하나둘씩 잡초 뽑기에 동참했다. 점심 식사 후 하교 후 틈만 나면 체육선생님과 아이들의 풀 뽑기 동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동행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은 너무도 넓고 잡초는 무성했다. 연합 체육대회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은 등교시간을 재촉해 운동장으로 모였다.


 왜 일찍 학교에 등교하는지 부모님들이 묻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체육선생님을 도우려고!'였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체육선생님과 아이들의 동행을 대견해하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동행이 고군분투로 이어지던 어느 날.

 교육청에서 교장선생님께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교육청입니다. 익명의 학부모님으로부터 항의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해 잡초제거에 매일 동원시켜 아이들 학업에 지장이 초래되므로 당장 운동장 잡초뽑기를 중단해 달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을 동원해 풀 뽑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


 공부와 성적만을 중시해온 학부모들 중 한 사람이 체육선생님과 아이들의 동행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것도 익명으로 교육청에 민원을 넣어서.


교장선생님께서는 체육선생님은 물론이며 모든 학생들의 운동장 풀 뽑기를 중단시켰다.

 이날 민원 사건은 아이들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의 행실에 분개했다. 학부모들은 서로 소통하며 동행에 조직적으로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일요일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나둘씩 학교로 모였다. 손에는 호미며 괭이 등 풀 뽑기에 필요한 농기구들이 들려 있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연합 동행  풀 뽑기는 하루 동안  내내 이어졌다. 운동장 전체 풀을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민원으로 중단되었던 체육선생님과 아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강력한 지원군을 얻었다.


그날 이후 다시 아이들은 등교 시간을 재촉했고 체육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의 동행이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동행으로 며칠 만에 잡초로 가득했던 운동장은 깨끗해졌다.


  이웃 중학교와 연합 체육대회에서 아름다운 동행의 힘은 계속 발휘되었다. 이웃학교에 비해 학생수가 절반도 못되었지만 체육대회에서 승리했다.

 체육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승리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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