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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07. 2021

목장 - 삶과 죽음의 공존

정은농원 목장은 겉으로만 보면 이보다 평화로울 수 없다. 그러나 가을 늦자락 목장에는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있다.


 어제는 어미 염소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이제 염소는 40마리가 되었다.  초산이 낳은 2개월령 새끼돼지 한 마리가 장발육이 안되어 결국 죽고 말았다.  초산 돼지 새끼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번 주에는 모돈 한마 리포함 총 세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었다.  돼지에게 성장은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의 입장에서 돼지는 죽기 위해  사는 것이다.  


 오늘 아침 닭장에 고양이가 철망을 뜯고 들어가 오골계 병아리 두 마리를 죽였다.  5천 원씩 주고 10마리를 들여와서 많이 컸는데 고양이의 밥이 되었다.  


  며칠 전 무안읍에서 아는 분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셔서 창고에서 지내고 있다.  똘똘이의 빈자리를 채워줄 녀석인데 귀엽다.  우리 딸들이 초롱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창고 밖으로 내놓으니 보리순을 너무 밟아 결국 창고행이 되었다.  


지난밤에 논에는 멧돼지가 내려와 애써 처올린 둑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자운영을 파종하고 개를 쳐놓았는데 재앙을 치고 갔다.  어쩔 수 없이 포수들을 불러야겠다.  선을 넘은 이상 공존은 불가능하다.


 올 한 해 밭과 논,  축사에서 온갖 재앙을 치던 멧비둘기와 저까치는 송골매가 돌아와 자리를 지키면서 흔적 조차 찾기 어렵다.  간혹 숲 안에서만 소리가 난다.  매가 너무도 고맙다.  


우적동은 삶과 죽음이 끝없이 공존한다.  인간사는 더 치열한 전장이다.

저희 목장의 풍경입니다.



2017년 11월 10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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