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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07. 2021

촌닭

우리 집 촌닭이다.

계란 좋아하는 아내와 큰 놈을 위해 잡아먹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키운다.

닭이라는 존재는 청소부다. 돼지는 곰팡이 독소에 치명적이어서 부패한 곡물이나 음식은 극약이 된다. 대신 닭은 썩은 것을 먹고도 훌륭하게 처리하는 대단한 소화기능을 갖춘 청소부다.

 호박 중 썩어가는 것은 닭들의 차지다. 호박을 먹으면 지방도 제거되고 몸이 건강해진다. 열 마리의 닭이 하루에 한통씩 먹어치운다. 재배한 보리도 이 녀석들의 차지다.


수탉은 마누라 부자다. 아홉 마리나 거느리고 산다. 참 팔자가 좋은 놈이다. 닭은 성기능이 뛰어나다. 하루에 매일 모든 암탉과 관계를 맺는다. 2년 된 수탉은 닭 중에서 가장 보양식이다.

 대계 씨암탉이 좋다고 하는데 2년 된 수탉을 몰라서 그런다.


암탉 아홉 마리가 하루에 평균 네 개에서 다섯 개 사이의 알을 낳는다. 달걀은 언제나 넘처나고 집에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나눈다. 보리를 먹어서 더없이 맛이 좋고 구수하다.


짐승도 좋은 팔자가 있다. 태어나서 30일 살다 죽는 팝콘치킨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 촌닭과 같은 놈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30일에 쓴 글입니다.

사라져 가는 촌닭도 소중한 우리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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