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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적동 봄을 그리다.

시작을 여는 글

by 정영호

다시 우적동에 봄이 찾아오는 중이다.

햇살이 따사롭다. 오늘처럼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면 쉬는 시간 햇살을 찾던 중학생 시절 기억이 난다. 맘 맞는 친구들 몇몇 이서 쉬는 시간이면 교실을 나가 바람이 없고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 어느 언저리를 찾았다. 따사로웠다. 그것은 폭력이 난무했던 교실을 벗어나는 일종의 탈출이었다. 봄은 그날의 탈출처럼 춥고 아픈 시간과 공간에서의 탈출이기도 하다.

봄이 설레는 것은 내 마음이 그만큼 아프고 춥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여름 이후 나는 죽음이라는 어둡고 아픈 터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중이다. 죽음과 정면으로 맞서며 나의 존재 이유를 찾고 있는 중이다.

쉰세 번째 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우적동의 봄을 그려보기로 결정했다.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우적동의 봄날을 그려보기로 결심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이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온갖 풀들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향기를 퍼트리는 그 봄 날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겨울을 물리치고 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자연에 맞추어 굳게 얼어붙은 내 마음의 변화도 함께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연으로부터 잠시나마 아픔을 잊고 위로를 받고 싶어졌다.

아직 내가 봄을 들여다볼 설렘을 갖는 것은 삶에 관한 나의 의지가 남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눈부신 봄날에 이별의 고통도 그리움이라는 아픔도 함께 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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