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부로서 행복감을 느낄 때는 작물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볼 때이다. 작물이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나는 지켜보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그것을 식물과의 교감 또는 소통으로 여긴다.
농부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농부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것은 식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교감의 밑천은 변화다. 변화가 없는 식물과 교감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교감은 농부의 노동보다 식물의 의지를 중요시한다. 식물은 스스로 의지를 통해 성장이라는 변화를 모색해 간다. 그런 식물을 나는 사랑한다.
늘 변화를 기대하고 설레임을 준다. 변화는 예측불가능한 것이기에 설레임은 더욱 크다.
특히나 영롱한 아침이슬 맺힌 새벽녘의 싱그러운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노동하는 시간보다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그들과 교감이 이끌어낸 변화다. 내가 정원을 가꾸면서 그들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유다. 변화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늘 안도감에 충만한다. 이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내가 농부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특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