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을 초입 이맘때 피는 맥문동과 메리골드는 청순한 매력을 지닌 꽃이다.
화려해서 매력 있는 꽃이 있는가하면 수수하고 청순한 매력이 있는 꽃도 있다. 지금 이시절 더 호감 가고 기다려지는 꽃은 전자보다는 후자다.
강렬함은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그를 지켜보는 관찰자도 같은 에너지를 요한다. 기록적 폭염을 가까스로 견뎌낸 마음이 강렬함에 끌리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자연의 이치가 폭염에 지친 이들을 위해 맥문동과 메리골드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맥문동의 보랏빛과 메리골드의 주황빛 청순함은 평화로운 호수와 같다. 지친 지구별 나그네에게 잠시 쉬어가라 손짓하는 꽃이다. 평화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잠시나마 안정을 준다.
그래서 나는 매해 맥문동과 메리골드를 특별한 애정으로 기다린다.
맥문동은 음지일수록 보라색빛이 강렬해지는 꽃이다. 대신 양지로 나올수록 빛이 약해지고 존재감도 떨어진다. 마치 밤하늘의 별이 어둠이 깊을수록 빛나는 것처럼 음지에서 빛나는 보석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아래 맥문동 군락은 청순한 보랏빛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보랏빛은 긴 여운을 남긴다.
메리골드는 양지에 잘 자라는데 주황빛이 매력이다. 강렬하지 않은데 마음을 붙들어 매는 멋진 꽃이다. 메리골드는 꽃 욕심이 많다. 엄청난 꽃이 피고 그 무게에 가지가 누우며 또 쓰러지며 꽃을 피운다. 메리골드의 또 다른 매력은 향기다. 향기에 취하고 색에 취하면 그 누군들 쉬이 뿌리치기 힘들다.
더 자극적이고 더 강렬하고 더 재미있고...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극단의 행복이다. 이러면 여유가 없다. 너무 행복하길 바라면 쉽게 불행해진다. 극단은 늘 위태롭다.
마음이 잔잔한 평화에 놓여지는것 그것이 맥문동과 메리골드가 주는 특별한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