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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12. 2021

산감나무의 힘

감 대봉 산감나무

 우적동에 들어와 살면서 이것저것 여러 과일나무를 심었다.

미니사과 아오리사과 자두 살구 포도 다래 밤 호두 대봉감 단감나무 등을 심었다.  처음부터 자연농을 염두에 두었기에 농약이나 비료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농을 통해 그래도 나름 경제성이 확인된 품목은 감 밤 다래다. 이 세 가지 품종은 우적동 기후조건에 잘 맞았으며 나름의 성과도 좋은 편이다.


 대봉이나 단감으로 과수원을 하시는 분들은 최소 대여섯 번 이상 농약을 살포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또 거기에 투입할 노동력이 없다. 겨울에 우리 집 흙돼지 퇴비를 주는 정도면 족한다.


지금은 솔직히 과수시장에서 감 밤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요즘은 씨 없는 청포도 샤인머스켙이 대세다. 가격도 좋으며 판매가 잘된다. 이런 탓에 감 농사를 포기하는 농부들이 많다. 요즘 추세는 특별한 과일을 비싸게 사먹는 것이다. 생산도 소비도 비효율적이다.


 수년 전에 돌아가신 우적동 수원아재는 젊은 시절에 산에 대봉 감을 많이 심으셨다. 가을이면 그 감을 자식들을 통해 도시 사람들에게 직거래로 파셨는데 수원아재의 산감은 인기가 아주 많았다. 수십 박스를 판매하셨는데 한번 맛본 사람은 단골이 되었다.

 말 그대로 자연농인 산감은 밭에서 농약과 비료로 키우는 감과는 품질적으로 비교가 안되었다.

 10월 중순이 지나면 수원아재와 아짐은 며칠 동안 긴 장대로 감을 따셨다.

 크기는 작지만 맛과 영양이 좋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산감 농사는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농사보다 효율성이 높다. 그리고 맛과 영양도 우수하다.


 수원아재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듬해 욕심 많은 동네 영감님 한분이 감 따기가 어렵다며 감을 따면서 수원아재의 감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린 탓에 수원아재의 산감은 이제 더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내년부터 여기저기 자투리 공간과 산에 감을 심으려 준비 중이다. 한 십여 년 후에는 산감과 같은 유기농 과일이 인기가 많을 것 같은 기대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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