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캐피탈협회 SAFE 계약서 개선 제안 사항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에서 검토해볼 몇 가지 쟁점

by 김태경 변호사

한국밴처캐피탈협회는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을 위해 투자 유형 및 시기에 따른 계약서를 배포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배포한 계약서를 크게 수정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스스로도 자신이 배포하는 계약서가 실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정도로 만들지는 않는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또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계약서를 기초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지만 조금 개선되면 좋을 거 같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를 첨부하니 계약서를 살펴보면서 본 글을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에 대한 개선 제안 사항

(이하에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를 지칭할 때는 ‘계약서’라고만 표현하겠다)



“총지분”의 개념과 관련하여(계약서 제1조 제1호)


후속투자 등 조건부지분인수계약에서 사전에 약정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발행할 신주의 양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총지분”을 어떻게 설정할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고 계약서 제1조 제1호는 “총지분”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총지분은 기존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이 전환 또는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여 전체 지분증권 수량을 산정하면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전환 또는 행사는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조건부지분전환계약(Convertible Note, CN. 이하 ‘CN’이라고 한다)은 총지분의 산정에 있어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가장 유사한 ‘전환사채 등’에 포함된다고 보아 총지분 산정에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전환사채는 상법상 엄격한 사채 발행 절차에 따라 발행되는 것이고 CN은 상법상 명문 규정에 따라 발행되는 증권이라기보다는 계약을 통해 설계된 투자수단이라는 점에서 전환사채와 동일한 법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또한 전환사채는 기본적으로 채권으로 전환권 행사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구조이지만 CN은 투자계약 체결 이후 후속투자가 이루어지면 무담보전환사채가 발행되는 구조로 서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CN을 ‘조건부지분인수계약과 유사한 내용의 계약’으로 보고 총지분 산정에서 제외하여야 하는건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과 CN은 겉으로 보면 “후속투자 시 지분으로 전환되는 초기 투자수단”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상환만기일과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채라고 정의하기도 어렵고 미래에 지분을 취득할 권리에 가깝다. 반면 CN은 계약기간 내에 후속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리금을 반환해야한다는 점에서 부채에 가깝다. 본질이 이렇다면 CN을 ‘조건부지분인수계약과 유사한 내용의 계약’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CN을 총지분 정의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거나 제외하는 방향으로 표준계약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후속투자”의 개념과 관련하여(계약서 제1조 제2호)


후속투자를 일정가격 이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조건부지분인수계약 체결 이후 회사가 추가적인 다른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나 전환사채 등과 같은 지분연계증권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후속투자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조건부지분인수계약 체결 후 전환사채 등이 발행된다면 후속투자가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총지분 산정 시 전환사채가 이미 전환된 것으로 간주되므로 투자자의 지분 취득 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조건부지분인수계약 투자자는 전환사채 발행을 예상하지 않았거나 예상했던 것 이상의 전환사채가 발행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SAFE 이후 발행되는 전환증권이 기존 SAFE 투자자의 예상치 못한 지분 희석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후속투자의 최소 규모에 대해서도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투자자는 후속투자를 통해 확정되는 기업가치에 의존하여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데, 만약 극히 소규모의 투자가 높은 기업가치로 이루어질 경우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투자자는 예상보다 적은 수의 주식을 취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즉,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으로 여겨질 수준의 투자규모 요건을 두는 것도 검토해볼만 할 것이다(다른 방법으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투자자가 수령하는 주식을 상환전환우선주 또는 전환우선주로 하고 후속투자의 기업가치로 전환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후속투자 시점에서 기업가치를 임의로 정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개념의 불명확성(계약서 제1조 제3호)


계약서 제1조 제3호는 ‘경영권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구조조정’인데 그 범위가 모호하다. 열거된 다른 사례와 비교하여 해석해보려고 해도 구조조정을 명확히 정의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정의조항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계약기간을 특정한 점에 관하여(계약서 제7조)


계약서 제7조 제1항은 계약의 존속기간을 특정일자로 정하도록 하면서 계약기간의 연장에 관하여 따로 정하고 있지 않고, 동조 제2항은 신주발행 또는 금전지급이 계약기간 만료일보다 먼저 도래하면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신주발행 또는 금전지급 없이 계약기간이 도과한 경우의 법률관계가 모호해지게 된다. 만약 계약기간 도과 이후 후속투자가 이루어졌다면, 회사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해야하는 것인지 불분명해지게 된다. 존속기간 도과하면 투자금을 반환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투자금액의 상환기일이 없다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정의와 충돌하게 되므로 투자금반환을 규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특정한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고, 후속투자로 인한 주식발행과, 경영권 변동에 따른 회수금액 지급 중 빠른 시점에 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경우 계약 종료시점이 길어질 수 있어 투자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 투자라는 점에서 그런 위험은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의 투자자에게만 특별히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타 개선 및 고려해야할 사항


계약서 제5조는 계약일 기준으로 진술 및 보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계약체결일과 투자금 납입일 사이에 시간 간격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일 및 투자금 납입일을 진술 및 보장의 제공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계약서 별지는 진술 및 보장 사항을 정하고 있다. 진술 및 보장의 대상은 그 시점 및 이전의 상태에 관한 것이지 미래의 사항까지 그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별지 제6항은 회사가 미래에 발행될 주식의 적법·유효성을 보장하고 있다. 차라리 제3조(회사의 의무 등) 제1항에 회사 ‘적법·유효한’주식을 발행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체계 정합성에 부합한다고 본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명시적으로 계약상 권리 및 의무의 양도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한바, 양도금지 조항을 명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사항이다.



보론 - 경영간섭 조항(동의권, 협의권)의 부재에 관하여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다른 유형의 투자계약서와 달라,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에는 경영간섭 조항(동의권, 협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간섭 조항은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투자자(또는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갖는 투자자)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즉, 주주이거나 주주로의 전환이 구체적으로 예견되는 자에게 부여되고 있다. 하지만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아직 지분이 아니라 특정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 비로소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회사 경영에 간섭하는 권한까지 부여할 경우 투자자에 과도한 경영간섭 권한이 부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영간섭 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그 자체가 초기 투자를 단순화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경영간섭 조항까지 두게 되면 계약구조가 복잡해지고 신속한 투자유치와 비용절감이라는 목적 달성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투자자는 신주발행시 별도의 주주간 계약 등을 통해 경영간섭 조항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배포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서는 국내 벤처투자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계약서로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 거래를 간소화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투자 실무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투자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계약서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해석상 공백이나 구조적 보완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 글에서 언급한 총지분 정의와 CN의 위치, 후속투자의 범위와 규모, 일부 정의 규정의 명확성, 계약기간 설정 방식 등은 이러한 점에서 한 번쯤 검토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이러한 사항들이 계약서 자체의 중대한 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투자 상황과 거래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표준계약서가 실무에서 널리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계약서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논점들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 구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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