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스톡옵션 부여대상자의
신분 확정과 계약 설계

임직원인가 외부전문가인가: 벤처기업 스톡옵션 취소의 법적 쟁점

by 김태경 변호사

상법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대상을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 피용자 등 임직원으로 한정하고 있고,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그 범위를 관계회사 임직원까지 확장하는 데 그친다.


반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은 임직원뿐만 아니라 일정한 외부전문가에게도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금전적 보상 대신 지분을 통해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제도적 설계로 이해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같은 ‘주식매수선택권’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부여 대상이 임직원인지 외부전문가인지에 따라 그 해석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임직원을 전제로 한 재직요건이나 내부 인사 구조에 기반한 취소사유는 외부전문가에게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반대로 외부전문가의 경우에는 용역계약의 이행 여부가 스톡옵션의 행사 요건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때 그 ‘이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 권리의 존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벤처기업 실무에서는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톡옵션의 부여를 취소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외부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여와 노력이 부정되는 결과가 된다.


결국 이는 단순한 계약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매수선택권이 어떤 지위에서 부여된 것인지에 따라 그 법적 구조가 달라지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관련 판례가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대상자의 신분 확정의 문제


벤처기업에서 임직원의 신분과 외부전문가의 신분을 동시에 갖는 경우, 해당 주식매수선택권이 임직원 신분을 전제로 부여된 것인지, 아니면 외부전문가 신분을 전제로 부여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신분에 따라 취소사유 등 법적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원은 “대상자가 어떠한 신분으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는지에 따라 취소 사유 등의 요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판단은 계약의 객관적 해석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9. 4. 선고 2019나2003965 판결).


위 판결은 이른바 신라젠 사건으로,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A대학교 교수로 이직한 자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의 취소가 문제된 사안이다.


사실관계를 보면, 원고는 피고 신라젠의 임원으로 재직하던 중 A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기술자문계약을 체결하였고, 해당 자문계약의 책임자로서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였다. 이후 피고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원고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였고, 이에 따라 부여계약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피고는 이후 이사회를 통해 계약상 취소사유를 근거로 해당 주식매수선택권을 취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임원의 지위와 동시에 대학 교원이라는 외부전문가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었다. 피고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사직하였다는 점을 들어 정관상 취소사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취소사유는 문언상 회사의 정식 임직원으로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대학 교원이라는 외부전문가의 지위에서 부여받은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유사한 취지의 판단은 사내이사이자 변호사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 자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이 문제된 사건에서도 확인된다(서울고등법원 2022. 6. 24. 선고 2021나2039455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던 중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이전에 이미 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였고 이후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여 지속적으로 자문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이사직에서 사임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주식매수선택권을 취소하였으나, 법원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법률자문계약이 체결된 점, 이사직 사임이 예정된 상태에서 스톡옵션이 부여된 점, 실제로 이후에도 자문업무가 지속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임원의 지위가 아니라 변호사, 즉 외부전문가의 지위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판단하였고, 따라서 이사 사임을 이유로 한 취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례들을 종합하면, 임직원에 대한 취소사유와 외부전문가에 대한 취소사유는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으며, 해당 주식매수선택권이 어떤 신분을 전제로 부여된 것인지에 따라 형성되는 법률관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계약서 문언뿐만 아니라, 부여 당시의 지위, 계약 체결 경위, 이후의 실제 수행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고 있다.


결국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을 설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권리가 어떤 지위에서 부여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지위에 따라 행사요건과 취소사유를 구분하여 규정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외부전문가의 긴밀한 협조와 용역이행의 문제 –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조건이 수단채무인가 결과채무인가


외부전문가와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계약에서 ‘긴밀한 협조(협력)’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취소사유로 규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위 규정은 외부전문가는 임직원과 달리 기업의 내부자가 아니기에 성실한 기여의 동기부여를 위하여 설계된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긴밀한 협조’라는 표현 자체보다, 이러한 의무를 수단채무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결과채무로 볼 것인지에 있다. 이 구분에 따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요건의 충족 여부와 취소의 정당성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벤처기업인 피고가 외부전문가인 원고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가 그 행사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관련 연구개발의 중단 또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기여가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를 취소한 사례에서 ① 구체적인 업무 및 협조를 위해 유지되어야 할 계약관계가 전혀 특정되어있지 않다는 점, ② 원고들의 협조란 피고의 자문이나 협조, 연구 요청 등에 응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 ③ 조건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그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조건성취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신약 개발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협조관계가 깨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1. 4. 2. 선고 2020가합401167 판결). 위 성남지원 판결은 2심(수원고등법원 2021. 11. 26. 선고 2021나16030 판결)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 위 판결의 핵심은 외부전문가의 협조의무를 특정한 결과의 달성으로 보지 않고, 요청에 응하여 협력하는 형태의 의무, 즉 수단채무로 이해한 데에 있다.


위 사례에서 피고인 벤처기업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신약개발의 연구개발이 중단되었기에 외부전문가의 기여가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오지 않았기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주식이전을 해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에는 실패의 이르는 확률이 높지만 개발과정에서 제약회사가 주도하여 성공하면 모든 권리를 제약회사가 취득하게 되어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고 대신 실패시 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고 제약회사는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전문가의 협조의무는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에서도 특정한 결과를 이뤄낼 것이 아니라 ‘긴밀한 협조’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법원 또한 이를 수단채무로 보아 위와 같이 해석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계약에서 ‘특정한 신약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 ‘특정한 신약 개발 사업이 특정한 단계에 이르렀을 것’과 같이 구체적인 조건을 정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 경우에는 단순히 신약 개발이라는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외부전문가의 의무를 ‘결과 채무’로 해석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위 사례와 같이 모호하게 규정한 경우에는 그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벤처기업법 제16조의5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의4 제3항은 외부전문가의 경우 벤처기업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와 관련한 용역을 체결하고 이를 이행한 경우에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용역의 이행’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상 명백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면 위 사례에서의 법원의 판단과 같이 계약의 문언, 산업의 성질 등 기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그 용역이 수단채무인지 결과채무인지 판단하여 조건성취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참고로 위 벤처기업법 조항은 위 성남지원 판례가 선고된 이후 시행된 것이다).


결국 외부전문가의 긴밀한 협조 또는 용역이행이라는 조건은 그 채무의 성격이 수단채무인지 결과채무인지에 따라 권리의 발생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 특히 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결과의 부존재에 따른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여계약 체결 시 해당 의무의 성격과 이행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정리


벤처기업법은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대상을 외부전문가까지 확장함으로써 제도의 활용 범위를 넓혔지만, 그에 따라 동일한 형식의 스톡옵션이라도 부여 대상자의 신분에 따라 전혀 다른 법적 구조가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판례는 이를 전제로 해당 권리가 임직원으로서 부여된 것인지 외부전문가로서 부여된 것인지에 따라 취소사유와 행사요건을 달리 해석하고 있으며 나아가 외부전문가의 경우에는 용역의 이행이 수단채무인지 결과채무인지에 따라 권리의 존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스톡옵션 계약의 핵심은 조건을 얼마나 유리하게 설정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가 어떠한 지위에서 부여된 것인지,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떠한 법적 구조가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전제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전제 없이 형식적으로 동일한 계약 구조를 사용하는 경우 기업이 기대한 통제는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그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벤처기업에서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계약은 임직원과 외부전문가를 구분하여 별도의 구조로 설계하고, 특히 외부전문가의 경우에는 용역의 내용과 이행 기준 그리고 그 채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성과와 보상이 합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의 : tkkim@deah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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