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간 계약의 약속은
왜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나

민희진-하이브 가처분 사건으로 본 주주간 계약과 상법의 충돌

by 김태경 변호사


민희진-하이브 사건의 결론이 갈린 이유는 단 하나다. 계약서의 문구가 아니라, 그 문구가 작동하는 '구조'가 달랐기 때문이다.
주주간 계약이 상법의 강행규정과 충돌할 때 벌어지는 치명적인 결함에 주목해야 한다.


주주간 계약은 다양한 동기에 따라 다양한 국면에서 체결되고 있다. 소수 지분을 투자한 투자자가 경영에 필요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나, 엑시트가 용이한 구조를 미리 설계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되기도 하며 창업자나 경영진도 투자유치를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 그러한 구조를 받아들이고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다.


주주간 계약에 이러한 다양한 목적 달성을 위해 의결권 구속 계약(이사 선임권), 프로큐어 조항, 경업·전직·이직 금지 조항, 주식양도제한 조항, 신주발행 사전 동의 조항 등 다양한 내용이 규정된다.


주주간 계약의 유효성과 위 각 조항의 효력에 관하여는 많은 논쟁과 법원의 판례가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프로큐어 조항’에 관하여 최근 이슈가 된 민희진 – 하이브 가처분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본 글의 목적은 민희진 – 하이브 가처분 사건을 통해 법원이 구조적으로 왜 그렇게 판단하였는지 살펴보고 주주간 계약을 어떤 시각에서 이해해야하는지 살펴보는 것이지 주주간 계약의 유효성이나 그 개별 조항의 효력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추후 주주간 계약의 유효성과 개별 조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관하여 차근차근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의결권 구속조항과 프로큐어 조항


민희진과 하이브 사이에는 수 개의 법적 분쟁이 진행 중에 있으나, 본 글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카합20635 사건(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카합21391 사건(의결권행사등가처분)을 살펴볼 것이다.


그 전에 의결권 구속조항과 프로큐어 조항의 개념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의결권 구속조항은 주주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약속된 내용대로 행사하기로 하는 합의를 말한다. 주주총회에서 특정 주주가 추천한 이사 선임에 있어서 찬성해야한다는 규정이 그 예시가 되겠다. 한편,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가 자신의 권리인 의결권이 아니라 이사 혹은 이사회로 하여금 특정한 행위를 보장하거나 특정한 결정을 이끌어 낼 책임을 규정하는 내용의 조항을 말한다.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의 의결권 구속조항과 달리 계약의 주체(주주)와 행위의 주체(이사·이사회)가 다름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희진과 하이브 사이의 의결권행사 등 가처분 사건의 경과


민희진은 어도어의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어도어 발행주식총수 중 17.8%를 보유한 주주이고, 하이브는 어도어 발행주식 총수의 80%를 보유한 주주이다. 민희진과 어도어는 2023. 3. 27. 주주간계약(이 사건 주주간계약)을 체결하였다.


하이브는 2024. 4. 22. 어도어의 이사회에 대해서 민희진을 어도어의 사내이사에서 해임하는 의안 등을 목적사항을 하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였고, 어도어는 2024. 5. 10. 이사회를 개최하여 2024. 5. 31. 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의결하였다.


민희진은 법원에 위 5. 31. 주주총회에서 ‘민희진의 사내이사 해임의 건’에 하이브가 찬성의결권을 행사금지를 신청하였고, 법원은 2024. 5. 30. 민희진의 신청을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카합20635 사건). - 선행 가처분 사건


어도어는 2024. 8. 27. 이사회를 개최하여 민희진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였고, 민희진은 2024. 9. 13. 법원에 ‘하이브가 민희진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여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하이브가 민희진의 대표이사 재선임을 위해 이사들에게 찬성 의결권 행사를 지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 후행 가처분 사건


어도어는 2024. 10. 17.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민희진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법원은 2024. 10. 29. ‘하이브가 민희진의 대표이사 재선임을 위해 이사들에게 찬성 의결권 행사를 지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카합21391). - 후행 가처분 사건



회사법 등 단체법적 규율과 사적자치를 바탕으로 하는 주주간 계약의 구조적 충돌


같은 주주간 계약상의 조항이 근거로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선행 가처분 사건과 후행 가처분 사건에서 결론을 달리하였다. 이는 해당 조항이 작동하는 구조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주주간 계약이 규범으로서 효력을 갖을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상법의 회사법은 회사의 내부관계를 규율하는 기본 법률이다. 그리고 회사법에 근거하여 작성된 정관은 회사의 자치법규로서 효력을 갖는다. 회사의 이해관계자는 상법을 포함한 법령과 회사 정관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체법적 규정의 내용이 개별 사안에 있어서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 내부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기에 주주들은 사적 계약을 통해 회사 내부관계의 형성 및 변경을 시도하는데, 주주간 계약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주주간 계약은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사적자치에 따라 작성된다는 점에서, 회사의 단체법성을 반영하는 회사법 등 법령과 그에 근거한 정관과 긴장관계를 이루게 되고 법령과 정관 취지에 상충하는 주주간 계약의 그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러한 구조적 관계(법령 vs 주주간 계약)에서 주주간 계약의 내용으로서 프로큐어 조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선행 가처분 사건과 후행 가처분 사건의 결론을 달리한 구조적 이유는?


선행 가처분 사건에서 민희진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하이브가 갖는 의결권의 행사를 주주간 계약에 따라 행사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의결권 구속 약정은 주주들이 회사의 특정한 내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상법 등의 규정과 달리 의결권의 내용에 제한을 가한 것인데,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 다른 주주의 권리를 해하거나 상법상 강행규정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라고 볼 사정이 없다면 그 유효성을 인정하더라도 법령이 회사를 규율하는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기에 채권적 효력을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선행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 또한 하이브가 어도어의 주주총회에서 민희진을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로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문제가 된 의결권 구속 약정이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단체법적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행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① 이 사건 이사들은 어도어의 이사로서 선관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와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이 사건 안건에 관한 찬반 여부를 판단·결정하여야 하고, 채무자(하이브)의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채무자의 지시에 기속된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프로큐어 조항은 회사에 대한 효력은 물론 그 계약당사자 사이에 채권적 효력이 있는지조차 논란이 있으며 ③ 프로큐어 조항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자체의 강제이행을 소구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민희진의 가처분 신청에 대하여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선행 가처분 사건과 달리 프로큐어 조항의 효력 자체도 의심하는 판단을 내린 것은 회사법상 주식회사의 지배구조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바탕으로 회사-이사-주주의 3자간 관계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주는 회사의 소유권을 주식의 형태로 보유하지만 직접 경영에 관여할 수 없고 단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한 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이사가 주주의 영향력 하에 놓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사는 회사가 아닌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의 이념에도 반하게 된다. 이에 법은 이사에게 선관주의 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와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를 부여함으로써 이사가 주주가 아닌 회사를 위한 판단과 결정을 하도록 하고, 주주의 이사에 대한 간섭을 차단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적자치의 허용범위에서 주주간 계약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주주가 이사의 권한에 간섭하는 조항은 법의 의도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고, 후행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법의 구조를 고려하여 선행 가처분 사건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리


주주는 주주간 계약을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를 상황에 맞게 설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주주는 법이 예정하고 있는 내용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고, 법이 예정하지 않는 부분을 채워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주간 계약 당시 모든 주주가 그 설계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주주간 계약은 법이 지키고자 하는 이념과 가치의 한계까지만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주주는 주주간 계약의 문구를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며,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민희진 – 하이브 사이의 프로큐어 조항과 관련된 가처분 사건인 것이다.


결국 프로큐어 조항의 문제는 단순히 특정 조항 하나의 유효성 문제가 아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주주간계약이 어디까지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계약이 회사법의 구조와 충돌할 때 무엇이 우선하는지를 보여주는 문제다. 그래서 이 쟁점은 개별 사건의 흥미를 넘어서, 주주간계약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와 연결된다.


문의 : tkkim@deah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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