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는 건 보통 사람이다. 화가 나는 걸 알아차려서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건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이다.
진짜 수행을 하는 사람은 화가 나지 않아야 한다. 화를 낼 이유가 없음을 알아서 아예 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내 생각이나 내가 기대하는 바와 달라서이다. 또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일어날 수도 있는 나쁜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거다.
그래서 화가 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 뿌리를 봐야 한다. 화가 왜 나는지.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내가 기대하거나 예측했던 방향이 아니면 안되는 건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건지.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내 생각이나 기대했던 바가 아니라고 해서 화가 나야 할 이유는 없다. 세상은 늘 변하고, 상황도 변하고, 사람 마음도 변한다. 처음부터 가치관이 다른 사람도 많다. 인생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른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거나 예측이나 기대를 벗어난다고 해서 화가 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근거없는 막연한 두려움일 경우도 많다. 실제로 어떤 피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저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인 경우도 많다.
결국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방이나 상황이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이나 기대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나 집착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화가 나지 않는 상태라야 수행이나 공부가 무르익은 것이다. 괴로움의 뿌리가 뽑힌 것이다. 그렇게 뿌리를 뽑으려면 실상을 제대로 봐야 한다. 지혜가 필요한 거다.
내 안의 빛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비출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혜가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요가나 명상은 그 진전을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안으로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의 동요는 자기 수행의 성적표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다.
감정적 동요가 완전히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일어나더라도 금방 알아차리고 녹아버릴 수 있을 때까지.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은 날들이 자유롭고 평온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 그래프처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감정적 동요로 스스로 흔들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민폐를 끼칠 수 있다.
비전이 확실해지면 수행에 진전이 생긴다. 화가 안나는 척 하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나는데 참는 것도 아니고, 아예 화를 낼 이유가 없음을 알아서, 또는 자비심으로 화가 안나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부를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진정한 자유와 평온한 삶이 거기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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