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 3년 차 BD의 솔직한 회고
3년 차 사업개발자로 일하면서 정부지원사업을 기반으로 MVP를 만들고,
시장성과 실현 가능성을 입증해가며 초기 스타트업을 여러 번 성장시켜봤어요.
일에 대한 성취감도 컸고, 제가 가진 역량이 회사에 기여된다는 자부심도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던 방향일까?”
프로덕트는 성과를 내고 있었고, 대표님도 제 일에 만족해하셨어요.
그런데 제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자라나기 시작했죠...ㅎㅎ
처음엔 단순한 피로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매주 열리는 팀 미팅에서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는 회사의 방향성과 가치 판단 기준을 보며,
이게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특히 정부지원사업을 활용한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본격화됐어요.
저는 시장성과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가며,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고민했는데,
회사는 '단기 매출'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대표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어요.
투자 유치 이전에 당장 성과를 보여줘야 하고,
지원사업 과제에서도 '눈에 띄는 수치'가 필요하다는 걸요.
하지만 저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은 '왜 이 지원사업을 선택했는가'를 돌아보고,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서비스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회사는 당장의 매출을, 저는 미래의 고객 가치를 우선순위에 뒀던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동안은 그냥 버텼어요...ㅎㅎ
"지금은 타이밍이 아닐 뿐, 곧 방향이 다시 맞춰지겠지."
그런데 점점 제가 제 일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고,
회의에서 제 의견은 ‘듣긴 하지만 반영되지는 않는’ 흐름이 반복되었어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정부지원사업 보고서를 쓰던 날이었어요.
보고서를 쓰며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 방향은 내가 원한 것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날 이후로는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느낌이 강해졌고,
업무 몰입도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스스로에게 물었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그날 이후 저는 제 성장 방향을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어요.
사업개발자로서 내가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어떤 조직에서 가장 몰입했는지, 어떤 프로덕트에 자부심을 느꼈는지를 하나씩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저는 ‘고객 중심의 문제 해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성과보다 과정의 정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어요.
그걸 알게 된 뒤, 저는 회사에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온 답은 간결했어요.
“그건 우리랑 안 맞는 방향이네.”
상처였지만, 동시에 명확한 대답이었어요.
그 후 저는 팀을 나와 잠시 쉬면서,
작은 스타트업과 단기 컨설팅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어요.
사업개발자로서의 정체성도 다시 정리하며,
내가 진짜 좋아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어긋남’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경험해보니, 방향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나를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오히려 제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회사와 내 방향이 어긋났을 때, 무작정 회사를 탓하거나 나를 탓하지 않아도 돼요.
중요한 건, 그 어긋남 속에서 나를 더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정부지원사업이든, 시장 중심의 프로젝트든, 사업개발자로서의 길은 계속 열려 있어요.
내가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그 선택이 나의 방식이라면, 그건 결국 옳은 선택일 거예요.
지금의 어긋남도, 언젠가 지나보면 ‘성장의 갈림길’이었음을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