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인가, 합창인가?

by 시온

의문은 단순한 데서 시작됐다.


국내 프로농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한 명은 리그 최고의 슈터로, 한 명은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로, 나머지 한 명은 어떤 포지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셋 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몇 차례 국가대표 선발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왜일까? 처음엔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량의 문제인가? 국내 최고라는 평가가 과장이었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결국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선수 개인이 아니라, 팀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쪽으로.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선수가 현재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재능과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몇 차례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있는 것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농구를 어느 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몸으로 아는 사실이 있다. 공격은 혼자서도 될 수 있다. 탁월한 선수 한 명이 흐름을 바꾸고, 막힌 상황을 혼자 뚫어낸다. 하지만 수비는 다르다. 단 한 명이 자리를 이탈하거나, 로테이션에서 한 박자 늦으면 팀 전체가 무너진다. 공격이 '재능'의 영역이라면, 수비는 '합의'의 영역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많은 것이 설명된다. 이 비운의 스타들이 속한 팀은 이번 시즌 리그 평균 득점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평균 실점 분야에서도 리그 최하위이다. 팀 순위는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공격은 넘치고 수비는 무너지는 팀. 재능으로 만들어낸 득점이, 조직력의 부재로 허물어지는 실점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다. 이건 개인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수비에 임하는 집단적 태도와 합의의 문제이다.


스타 선수들을 한데 모은 팀이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무는 일은 스포츠 역사에서 반복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이름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초라한 결과를 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대로 고만고만한 구성으로도 정상에 오른 팀들이 있었다. 차이는 개인의 수준이 아니었다. 역할이 명확했는가, 그리고 누군가 기꺼이 내려놓았는가의 차이였다.


이 팀에도 같은 질문이 놓인다. 선수 구성만 보면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말이 나온다. 국가대표급 선수가 네 명이나 한 팀에 있다. (앞서 언급한 세 선수 외에 최고 수준의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그런데 순위는 중간이다. 재능의 합이 팀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 팀이 이 공식에 대한 하나의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문제는 사공의 수가 아니다. 노를 같은 방향으로 젓게 만드는 기준과 합의가 없는 것이 문제다. 방향을 정하는 사람과 그 결정을 따르는 구조,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강한 팔을 가진 사공이 모여도 배는 제자리를 맴돌 수 있다.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흔히 오해된다.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순서대로 뽑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기준은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선수가 이 팀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의 비중을 줄이고도 기여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최고의 선수'들이 걸린다.


리그에서는 중심이었던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는 여러 부품 중 하나가 된다. 이건 격하가 아니라 재정의다. 조직은 개인의 능력보다 그 개인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본다. 그 기능의 핵심은 태도다. 역할을 수용하는 태도, 보이지 않는 일을 감당하는 태도, 희생이 억울함이 아닌 당연한 역할로 느껴지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신뢰.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대표팀의 퍼즐 조각이 되지 못한다.


이 이야기를 스포츠로만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 조직, 리더를 원하는 유능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방향이 흔들리는 집단, 각자 열심히 하는데 결과는 늘 평균 이하에 머무는 팀. 이런 상황은 기업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떤 집단에서도 반복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오는 진단은 대부분 개인을 향한다. 저 사람이 문제다, 인성이 문제다, 이기적이다.


하지만 더 정확한 진단은 다른 곳에 있다. 조직이 무엇을 합의했는가? 누가 방향을 정하는가? 희생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


성과를 내는 팀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누군가는 반드시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있다. 그 문화는 선의만으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설계되어야 한다.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유는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들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낼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구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 아직 낯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문제의 본질은 같다.


우리는 재능 있는 개인을 모아 놓을 것인가? 팀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은 코트 위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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