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될 무렵, 트럼프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조만간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감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중동의 상황은 그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란의 핵 야심은 꺾이지 않았으며, 체제는 전쟁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결속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6년 4월 9일 이 상황을 두고 냉정한 기사를 썼다. "이번 전쟁의 최대 패배자는 트럼프다."
그런데 트럼프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후퇴는 강경한 수사로 채워지고, 달성되지 않은 목표는 슬그머니 사라지며, 그 자리엔 새로운 서사가 들어선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것이 트럼프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유형의 리더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들은 늘 이긴다. 적어도 본인 생각에는 그렇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어떤 결과가 나와도, 사후에 정리되고 나면 그 판단은 언제나 옳았던 것이 된다. 누가 봐도 실패인 경우에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치던 프로젝트는 바로 잊혀지고, 새로운 위대한 프로젝트가 벌써 시작되어 있었다. 이 구조 안에서는 실패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리더십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판단이 틀릴 수 있어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조직의 성과 평가가 서서히 왜곡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리더가 자신의 판단을 항상 옳다고 전제하는 순간, 결과 보고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그 판단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포장되고, 불편한 수치는 보고서에서 누락된다. 조직 전체가 서서히 하나의 착각에 빠진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그 착각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수정의 기회를 조용히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패는 치명적인 한 번의 오판에서 오지 않는다. 작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아무도 그것을 문제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쌓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진단이 없으면 처방도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여기서 멈추면 그나마 낫다. 더 나쁜 일이 이어진다.
이 유형의 리더는 스포트라이트가 언제나 자신만을 비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것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리더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결과와 무관하게 후한 평가를 받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같은 수준의 성과가 어디서 나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된다.
이 신호를 가장 빠르게 읽는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상황을 잘 읽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곧 깨닫는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리더가 보는 방향에 서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부터 조직의 에너지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흐른다.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성과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고, 적당히 맞추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 일을 잘하는 것이 바보짓이 되는 조직. 이것이 이 유형의 리더십이 결국 만들어내는 풍경이다.
실리콘밸리의 영웅이었던 엘리자베스 홈즈를 떠올려보면, 이 경로가 얼마나 전형적인지 알 수 있다. 테라노스의 기술은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내부에는 수없이 경고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신호는 무시되거나 조직 밖으로 밀려났다. 비판은 이해 부족으로 해석됐고, 문제 제기는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으로 낙인찍혔다. 홈즈의 세계에서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성공한다. 그 전제 위에서 모든 현실은 재해석됐다. 그리고 결말은 알려진 대로다.
이런 리더가 만들어지는 경로는 하나가 아니다. 초기의 우연한 성공이 자신에 대한 과대 확신으로 굳어진 경우도 있고, 애초에 실력보다 관계와 정치력으로 자리에 오른 경우도 있다. 경로는 달라도 결과는 같다. 자리가 만드는 확신은 경로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확신은 점점 수정 불가능한 신념이 된다. 반대 의견은 다른 시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오류가 되고, 주변은 서서히 같은 말만 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 순간부터 리더는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보게 된다.
좋은 리더는 늘 옳은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사결정 과정 안에 남겨두는 사람이다. 그 가능성이 사라진 조직에서는 리더가 아무리 유능해도 결국 같은 문제에 도달한다.
늘 승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늘 승리한다고 믿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직에 가장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를 실패로 부르지 못하는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