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숟가락만 올려 놓으면 밥상은 누가 차리나?

by 시온

회사에서 이런 사람들이 꼭 한두 명씩 있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일 때는 멀찍이 서서 비판적인 눈초리만 보내다가, 막상 성공하고 나면 어느새 그 한가운데 서있는 사람. A 씨가 그랬다.


마케팅 전문가를 자처하며 대기업 임원으로 스카웃됐지만, 결과물이 없어 다른 부서로 밀려났다. 그런데 회사에서 대규모 캠페인을 준비할 때, A 씨는 뒤에서 "이건 수준 이하"라며 반대했다. 캠페인을 이끄는 임원이 자리에 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그 임원이 회의실을 나가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그 캠페인은 업계를 뒤흔드는 성공을 거두었다. 얼마 후 A 씨는 책을 냈다.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XX 캠페인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만든 사람이 아니라 '중심에 서 있는' 사람. 교묘한 표현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A 씨는 유명 강연장에 섰다. 청중에게 물었다. "여러분! XX 캠페인의 슬로건, 아시죠?" 사람들은 환호했다. A 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유비성외자(乳非城外者)가 파다(頗多)하다". 성 밖에서 생산된 우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 밖의 것이 아닌 것이 많다는, 즉 가짜가 많다는 말이다. 미디어에 비치는 A씨의 얼굴을 보면 이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숟가락 올려놓기'의 달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땀 흘린 사람 옆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박수가 쏟아질 때 함께 고개를 숙인다.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만든 사람처럼 행세한다.


실리콘밸리에는 "There are those who do the work, and those who take the credit"이라는 말이 있다. 일하는 사람과 공을 가져가는 사람은 다르다는 뜻이다. 문제는 후자가 더 큰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A 씨가 정말 교묘한 건, 절대 직접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XX 캠페인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그 회사에 있었으니까. "여러분 이거 아시죠?"라고 물어보는 것도 거짓이 아니다. 실제로 묻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이런 애매한 표현들이 쌓이면 인식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그리고 그 착각이 A 씨를 네임드로 만든다.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시스템은 많아졌다. 팩트 체크 언론도 생겼고, 허위 정보를 신고하는 플랫폼도 있다. 하지만 A 씨 같은 사람을 걸러낼 장치는 없다. 왜일까? 기술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중심에 서 있었다"는 말이 무슨 죄가 되나? "여러분 이거 아시죠?"라고 물어본 게 사기인가?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땀 흘린 사람은 조용히 다음 일을 준비하는데, 숟가락만 올려놓은 사람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을 믿고 싶다. 하지만 A 씨는 지금도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여전히 '전문가' 행세를 하며 이 사업 저 사업을 기웃거린다. 가끔 방송에도 얼굴을 내민다. 진짜 전문가들은 대부분 조용하다. 자기 일에 집중한다. 떠들 시간에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한다. 반면 A 씨 같은 사람들은 시끄럽다. 소셜 미디어도 부지런히 한다.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자님은 말씀하셨다. "군자는 자신의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君子恥其言而過其行)." 하지만 A 씨 같은 사람들은 정반대다. 행동은 없어도 말은 넘친다.


완벽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속지 않을 수는 있다. 누군가 자기 업적을 떠벌리면,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팀 구성은 어땠나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진짜는 디테일이 있고, 가짜는 추상적이다.


그리고 정말 일을 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조용히 일하는 사람, 묵묵히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숟가락만 올려놓고도 밥상을 차지할 수 있는 세상은, 결국 아무도 밥을 차리지 않는 세상으로 이어진다. 그런 세상에서는 모두가 굶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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