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그래비티, 탄탄함의 蓄積

by 시온

NBA 하이라이트 영상은 중독성이 있다. '화이트 초콜릿'이라 불렸던 제이슨 윌리엄스의 노룩 패스와 비하인드 백패스는 몇 번을 봐도 감탄이 나온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화려함에 끌린다. 농구에서도,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독의 자리에서 팀을 꾸려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순간 선택은 존 스탁턴이다. 유타 재즈의 전설이었던 스탁턴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NBA 역사상 가장 깨기 어려운 기록을 남겼다. 통산 어시스트 15,806개. 2위와의 격차는 주전급 포인트 가드 한 명의 커리어에 맞먹는다. 이 기록은 재능만의 산물이 아니다. 역할에 대한 절제, 팀 중심 사고, 반복을 견디는 체력,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가 쌓여 만든 시간의 결과다.


더 중요한 건 ATR(어시스트 대 턴오버 비율)이다. 스탁턴은 3.7이었다. 턴오버 한 번 할 때마다 어시스트를 거의 네 번 기록했다는 뜻이다. 반면 윌리엄스는 2.2였다. 화려함의 비용이 그대로 드러난다. 윌리엄스가 순간을 지배했다면, 스탁턴은 경기를 지배했다.


이 대비는 기업 조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인재는 크게 표층형 인재(Surface Talent)와 구조형 인재(Structural Talent)로 나눌 수 있다.


표층형 인재는 눈에 띈다. 말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뛰어나며, 발표력이 좋다. 회의의 공기를 읽고 상사의 관심사를 정확히 짚는다. 마치 윌리엄스의 노룩 패스처럼 순간적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위험한 것은 '조리 있는 아부'다. 단순한 굽신거림이 아니다. 상사의 생각을 대신 정리해 주고, 불안을 논리로 포장하며, 반대 의견을 미리 제거한다. 리더 입장에서는 편하다. 마치 자신의 판단이 더 정교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판단이 대행되고 있는 위험한 상태이다.


반대로 구조형 인재는 조용하다.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숫자를 보고, 리스크를 먼저 말한다. 말을 아끼고 결과로 이야기한다. 프로젝트를 끝까지 가져가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스탁턴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매 시즌 성과를 쌓는다. 조직의 품질은 이들에게 달려 있다.


문제는 조직이 이 둘을 자주 혼동한다는 데 있다. 발표력이 사고력으로 오인되고, 언변이 판단력처럼 보이며, 관계 관리가 성과를 대체한다. 표층형 인재는 종종 콘텐츠보다 관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경향이 있다. 일보다 사람, 구조보다 감정, 축적보다 포장을 택한다.


초기에는 조직이 부드러워진다. 회의는 매끄럽고 보고서는 화려해진다. 그러나 곧 신호가 나타난다. 현장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불편한 데이터가 올라오지 않으며, 리더 스스로의 판단은 자취를 감춘다. 이때부터 조직은 스스로를 교정할 능력을 잃는다. 성과보다 스토리가 앞서고, 조용히 일하던 구조형 인재들이 하나 둘 이탈한다. 남는 것은 관계망과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내부 품질은 빠르게 녹아 내린다.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물론 표층형 인재가 전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NBA 흥행에 윌리엄스의 화려한 장면이 필요하듯, 기업에도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상징성을 담당할 얼굴은 필요하다. 핵심은 비율이다. 조직의 70~80%는 구조형 인재가 채워야 한다. 표층형은 전면이 아니라 전방에 세워야 한다. 보여주는 역할은 맡기되, 조직의 심장부를 맡겨서는 안 된다.


경영의 품질은 결국 세 가지로 드러난다. 누가 승진하는가? 누가 핵심 프로젝트를 맡는가? 누가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는가? 표층형 인재의 비중이 높을수록, 그 조직은 경영 회사가 아니라 브랜딩 회사가 된다.


여전히 제이슨 윌리엄스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감탄한다. 그러나 팀을 맡긴다면, 회사를 맡긴다면, 그리고 위기의 밤을 함께 건너야 한다면 선택은 명확하다. 화려한 개인기는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탄탄한 기본기는 조직을 살린다.스탁턴의 불멸의 어시스트 기록이 말해 준다. 진짜 실력은 순간의 빛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적 비극은 화려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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