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차린 덤앤더머 (1/5)

by 시온

1편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둘이 식당을 차렸다. 한 명은 오십 대 중반의 A, 한 명은 예순이 넘은 B다. 셋이서 시작했지만, 정작 식당 일을 한 건 둘이었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식당 창업 실패기라고 하자니 너무 흔한 이야기 같고, 사기 피해담이라고 하자니 그것도 정확하지 않다. 사기라고 부르려면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잃었고, 잃은 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들이었다.


A는 주변 사람들이 천사라고 부른다. 과장이 아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런 문장이 걸려 있다.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두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어릴 적부터 형편이 어려웠던 친구에게 베푸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다. 그 친구가 C다.


B는 학교 졸업 후 바로 대기업에 입사하여 불혹이 되기 전에 임원을 달았고, 그 뒤로도 계속 꾸준히 나아갔었다. 예순을 넘겨 은퇴한 뒤 한숨 돌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뒤통수를 몇 번 맞은 적이 있어서,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됐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C를 소개받고도 2∼3년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충분히 지켜봤다고 판단한 뒤에야 가까워졌다.


C는 스스로를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식당을 한 적도 있었다. 본인의 본업은 결국 제대로 된 식당을 하는 것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그런 C에게도 한때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사십을 앞두고 시작한 사업이 제법 잘 풀렸고, 한동안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 불렸다. B와 C가 처음 만난 것은 그 무렵이었다. B는 오래전부터 식도락에 관심이 많았고, F&B 사업에도 눈길을 두고 있었다. 둘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음식과 식당 이야기가 나왔고, 언젠가 같이 해보자는 말이 오갔다. 그런데 팬데믹이 오면서 C의 사업은 급격히 기울었고, 이를 만회하려 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가 그마저도 쫄딱 망했다.


팬데믹이 서서히 끝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 C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은퇴한 B에게 식당을 같이 하자고. 지금이 때라고. B는 조건을 달았다. C가 하던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한 뒤에 하자고. C는 곧 정리된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자리를 알아보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투자금 이야기가 나왔다. C는 지금 자기 손에 돈이 없다고 했다. 레시피와 운영은 자기가 맡을 테니, 투자금은 B가 전부 대라고 했다. B는 거절했다. 너도 잃을 것이 있어야 일에 집중한다. 투자금의 20퍼센트는 네가 내라, 이 조건이 아니면 안 한다고 했다. C는 알겠다고 했다. 지분은 C가 51퍼센트를 요구했다. B는 잠시 생각했다. 욕심이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사업을 하려면 그 정도 욕심은 있어야 한다. 오케이를 했다. C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었다. A도 함께 해야 한다고. B는 A를 본 적이 없었지만 오케이를 했다.


그리고 C는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식당을 열고 나서 한두 달만 식당에 나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자기가 기존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동안에는 식당과 회사를 왔다 갔다 해야 하니 그때까지만. B는 이 또한 오케이를 했다.


구두 합의가 끝나자 C는 속도를 냈다. 자리를 알아보고, 계약을 서둘렀다. B는 마음 한편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C의 투자금이 들어온 걸 확인하고 계약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야박하게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임차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서에 도장이 찍히고 나서야 B가 물었다. 네가 내기로 한 20퍼센트는 언제 들어오느냐고. C가 답했다.


"저는 그 돈을 댈 능력이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건 사업이 아니었다. 믿음을 실험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실험 결과를 B가 너무 늦게 확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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