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집단치고 자기들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그 '특별함'이 어느 순간 외부를 차단하는 논리로 굳어진다는 데 있다.
유대인의 역사는 그 패턴을 이해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된다. 유대교의 핵심에는 '선민(選民)' 개념이 있다.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공동체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접착제였지만, 동시에 외부와 쌓는 벽이기도 했다. 혼인도, 식사도, 종교적 의례도 외부인과는 철저히 구분했다.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그토록 집요하게 박해를 받은 데는 이 배타성이 빌미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물론 박해 자체는 명백한 불의였다. 그러나 '다름'을 강조하고 고집하는 태도가 다수에게 반감과 의심의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그 유대인들 사이에서 태어난 예수가 정확히 그 배타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예수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교의 선민 개념을 해체하려 했다. 세리와 창녀, 이방인과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어울렸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라며 율법의 자구보다 그 정신을 앞세웠다. 당시 종교 기득권층인 바리새인의 눈에 예수는 신학적 이단이 아니라 상부구조를 뒤집으려는 위험인물이었다. 그들이 지킨 것은 신앙이라기보다 자신들의 특별한 지위와 그것을 떠받치는 울타리였다.
결국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를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는 유월절 관례에 따라 죄수 한 명을 풀어주겠다며 예수와 바라바 중 하나를 군중에게 선택하게 했다. 바라바는 실제 강도였다. 군중은 바라바를 선택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혔다. 이 장면은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서, 집단이 자신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강도는 용납해도, 상부구조를 뒤집으려는 자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다시 한번 뒤틀린다. 예수를 처형하는 데 앞장선 유대인들은, 몇 세기 후 기독교 유럽에서 바로 그 이유로 박해받기 시작했다. "신을 죽인 민족"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흑사병이 돌 때는 우물에 독을 탔다는 누명을 뒤집어쓰며 학살당했다. 배타성으로 타인을 밀어냈던 행위가, 훗날 자신들을 밀어내는 논리의 재료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반전은 그다음에 온다. 유대인을 박해한 나치는 게르만 민족을 '아리아인'이라는 허구적 선민 개념으로 포장하며 "우리야말로 진정한 선민"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유대인의 배타성을 비난했지만, 정작 그들이 한 짓은 인종적 선민의식을 기반으로 한 학살이었다. 비난의 언어와 행동의 실체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이보다 선명한 내로남불도 드물다.
이 패턴은 기업의 세계에서도 낯설지 않다.
블랙베리는 한때 B2B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대통령과 CEO들이 쓰는 폰이라는 이미지가 브랜드의 핵심이었고, 그것이 곧 선민의식이 되었다.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블랙베리의 공동 CEO 짐 발실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결국 진짜 업무를 하기 위해 보안이 강력하고 키보드가 있는 블랙베리로 돌아올 것이다. 아이폰은 배터리도 금방 닳는 예쁜 장난감에 불과하다." 소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사 규격에 대한 집착은 자신들만이 기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블랙베리와 소니의 몰락에는 조직 문제, 기술 전환의 어려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선민의식과 배타성이 그 실패의 꽤 중요한 한 축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 고객은 특별하고, 그 특별한 고객은 우리 것만 쓴다"는 확신이 시장의 변화를 보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선민의식과 배타성은 단기적으로 공동체를 강하게 만든다. 내부를 결속시키고 정체성을 선명하게 해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성벽은 외부를 막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가두는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바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변화의 필요성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고립이 쌓이면, 무너지는 것은 외부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경직 때문인 경우가 많다.
유대인은 예수를 처형함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을 지키려 했다. 나치는 유대인을 박해함으로써 자신들의 순혈성을 지키려 했다. 블랙베리는 혁신을 외면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함을 지키려 했다. 셋 다 결국 지키지 못했다.
"우리는 특별하다"는 믿음이 "우리와 다른 것은 틀렸다"는 태도로 굳어지는 순간, 그 특별함은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