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는 지나가고 기록은 남는다

by 시온

아이작 뉴턴은 말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그가 언제 이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곧바로 다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뉴턴과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앙투안-로랑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Lavoisier).


그는 18세기 프랑스의 화학자였다. 물질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질량 보존의 법칙’을 주창한 사람이다. 연금술의 안개 속에 갇혀 있던 화학을 근대 과학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그는 새벽과 저녁, 그리고 아내와 함께 '행복의 날'이라 부른 일요일마다 실험실에 앉아 세상의 질서를 관찰했다.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가 그 질서대로 움직인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아니,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실험실이 아니었다.


1780년, 라부아지에는 한 젊은이의 연소 이론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학문적으로는 옳은 판단이었다. 그 이론은 실제로 틀린 것이었다. 그러나 비판을 받은 그 젊은이, 장-폴 마라(Jean-Paul Marat)는 그 일을 오래 기억했다. 십수 년 후 프랑스혁명에서 권력을 손에 쥔 마라는 라부아지에를 향해 사형을 주장했다. 그리고 재판관은 선언했다. 공화국은 과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마라에게는 개인적 원한 외에도 라부아지에를 제거할 수 있는 구실이 있었다. 라부아지에는 과학 연구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페르므 제네랄(Ferme Générale)이라는 징세 청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거두는 이 회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가혹하기로 악명 높았다. 라부아지에 자신은 온화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속한 구조는 그렇지 않았다. 혁명의 법정은 그 구조의 죄를 개인에게 물었다.


1794년 5월, 라부아지에는 단두대에 올랐다. 수학자 라그랑주(Lagrange)는 탄식했다. 그 머리를 자르는 데는 순식간이면 충분하지만, 다시 만들려면 백 년도 부족할 것이라고. 그리고 석 달 후, 마라를 이은 혁명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처형되었다.


이 비극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라부아지에는 헤아림이 깊은 사람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마라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광기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다. 광기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으며, 선의로 막을 수 없고, 업적으로 피할 수도 없다. 뉴턴의 말이 이토록 쓸쓸한 이유는, 그것이 경고가 아니라 체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계산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주 무릎을 꿇어왔는가?


지식인의 비극은 여기에 있다.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과 세계를 견뎌내는 능력은 별개다. 라부아지에는 전자에서는 누구보다 탁월했지만, 후자에서는 너무나 보통의 인간이었다. 혁명의 속도를 읽지 못했고, 마라의 원한이 얼마나 깊은지 헤아리지 못했으며, 자신이 발을 딛고 있었던 구체제의 토양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 알지 못했다. 실험실 안에서 세상의 질서를 살펴보는 동안, 실험실 밖에서는 전혀 다른 질서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두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라부아지에가 처형된 후, 그와 같이 실험실을 지켰던 아내 마리-안(Marie-Anne Lavoisier)은 혼자 남았다. 핍박이 닥쳤고, 재산은 몰수되었으며, 세상은 냉담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편의 연구 노트를 정리했다. 기록을 묶고 편집하고 세상에 내놓았다. 화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오래 살아남는 방식으로. 혁명은 라부아지에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그가 발견한 것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그것을 지킨 것은 법정도 함성도 아니었다. 한 사람에 의한 조용하고 끈질긴 기록이었다.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마리-안에서 그 답이 보인다. 광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살아남아 기록하는 것. 사라질 뻔한 것을 붙잡아 다음 사람에게 건네고 세상에 알리는 것. 그것은 저항이라기엔 너무 조용하지만, 체념이라기엔 너무 능동적인 무언가다.


뉴턴의 말을 다시 읽는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이제 이 문장이 체념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계산할 수 없다면, 계산하려 들지 말고 기록하자. 광기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 무엇이 진짜였는지를 써서 남기자. 그것이 라부아지에가 끝내 하지 못한 일을, 마리-안이 대신 완성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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