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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영 Jul 17. 2024

<복수는 나의 것>

복수라는 주제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주의

필자는 독자 여러분이 이 영화를 봤다는 가정하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따라서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이 글을 당장 나가서 영화를 먼저 보시길 추천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필자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이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먼저 접한 영화이다. 사실 이 영화는 여타 다른 한국 영화나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데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플롯의 형태이다. 후에 더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다른 영화들은 주인공의 행적에 플롯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이 영화는 '복수'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복수는 나의것> 포스터

영화의 구성

앞서 서술했듯이 <복수는 나의 것>의 플롯은 상당히 특이하다. 보통의 '복수영화'는 주인공이 어떤 과정으로 복수를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복수는 나의 것> 같은 경우는 복수가 복수를 낳는 과정을 보여주며 복수라는 행위 그 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본 작의 플롯은 전부 인물들의 복수로 구성되어 있다.

장기매매단에 대한 류의 복수, 딸을 납치하고 죽인 것에 대한 동진의 복수, 영미를 죽인 것에 대한 류의 복수 등등

영화를 보고 있자면 마치 영화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인물

본작의 겨볼 점은 인물의 변화에도 있다. 작품의 주제가 복수인 것 답게 주연 인물들은 점점 복수를 거듭해 나가며 인간성을 잃고 살인에 익숙해져 가는 양상을 보인다.

류의 경우, 영화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공장을 다니며 아픈 누나를 병간호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장기매 사기를 당한 뒤 누나를 살리기 위해 유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죽일 목적이 없었으니 그가 범죄에 무감각해졌다고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중에 장기매매단을 전부 죽이고 동진에게 영미의 복수를 시도하며 결국 그는 말 그대로 악인이 돼버렸다.

동진

선한 인물이 복수에 눈이 멀어 타락하는 과정은 동진의 경우 더  크게 부각된다.

그 또한 초반에는 회사를 운영하는 선한 인물이었지만 딸이 죽게 되자 그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인간성을 잃게 되는데,  유독 동진은 류와 달리 단순히 살인을 거리낌 없이 행하는 것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딸의 시체을 부검할때      동진의 누나의 시체를 부검할때

위 사진을 보면 죽음을 대하는 동진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 누군지 모르는 남이고 전자는 딸이니 만큼 반응의 차이가

 더 클 순 있지만 이 외에도 죽음을 대하는 동진의 태도는 동진이 영미를 전기고문하며 짜장면을 먹는 장면과 운전기사의 아들이 결국 죽었다는 연락에 전화를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장면에서도 볼 수 있다.

 이는 복수에 눈이 먼 동진이 인간성을 잃어버리면서 사람의 죽음에 아무런 심리적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운전기사의 아들의 경우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보면 그에게 운전기사에 대한 약간의 죄의식이 남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아이가 죽었다고 연락이 오자 남아있던 일말의 죄의식과 책임감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연출

연출 또한 상당히 특이한데, 영화 본편이 상당히 잔인한 것과 반대로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건조하다. 보통의 경우 주연들의 죽음에는 슬픈 배경음악이 깔리거나 배우들의 오버액션, 충격적인 연출 등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영화는 그런 거 없다. 류가 동진에게 죽고 토막 당하는 장면조차도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이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와 확실히 대비되기도 한다. 고어장르인 <악마를 보았다>는 장르적 쾌감을 위해 잔인한 장면에서 배우의 격양된 연기와 강렬한 bgm이 깔리는 반면 <복수는 나의 것>은 주제 특성상 폭력에 많이 노출되어 오히려 이 부분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두 영화가 폭력과 복수중 어떤 것에 좀 더 초점을 뒀는지 알 수 있다.


결말

영미의 복수를 하러온 무정부주의자 동맹

영화의 결말에선 동진이 류의 시체를 토막 낸 후 삽질을 하던 도중 영미의 복수를 하러 온 무정부주의자 동맹에 죽임을 당한다. (숨이 끊어지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영화 전체가 복수인 셈.

사실 본작의 결말은 호불호가 갈린다. 이들의 등장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영미의 무정부주의자 단체에 대해서 언급만 있지 아무런 암시도 없었고 형사마저 이 단체에 속한 게 영미밖에 없다고 했을뿐더러 영미 자체가 허풍쟁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단체의 존재가 단순한 맥거핀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결말에 있어서 호의 입장에 속한다.

영미가 속해있는 이 단체가 행하는 복수가

복수라는 영화의 주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줄 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단순히 두 주연인 류와 동진의 복수가 아닌 복수라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을 확실히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화가 중점을 둔 부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며

<복수는 나의 것>은 대한민국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이자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올드보이>와 더불어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필자 또한 매우 애정하는 영화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 여러분은 한 번쯤 시청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분명히 좋아하리라. 단,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꽤 존재하므로 후유증은 책임못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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