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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캣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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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트린 Jan 08. 2019

어린 고양이의 강제 독립

농구장 주변 화단에 이쁜이가 새끼를 두고 갔다.


꼬물이 네 마리를 데리고 와서 지낸 지 두 달여 만이었다. "새끼들 돌보느라 힘들지?" 하면서 닭가슴살이라도 건네면 그대로 물고 가 새끼들 입에 넣어주던 모성애 지극한 어미였는데 제일 작은 아이만 두고 다 같이 떠나버렸다. 아니, 다 같이 떠났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훌쩍 떠나는 어미를 쫓아가려다 이 아이는 여기서, 또 다른 아이는 다른 곳에서 뒤를 놓쳤을지 모르는 일이다.


은행잎이 화단을 뒤덮은 늦가을이었고, 가끔씩 바람이 매서웠다.


갑자기 혼자 남은 어린 고양이는 얼어붙은 듯 몸을 한껏 움츠리고 앉아서 어쩌다 냥, 소리만 한번씩 냈다.이제 겨우 4~5개월, 사람으로 치면 일고여덟 살쯤 된 어린이였다.

사람 엄마가 그 나이의 아이를 유기했다면 신고가 들어가고도 남을 일이지만 어쩐 일인지 고양이 어미들은 그 시기쯤 정을 끊어 새끼를 독립시켰다.





어미 품에서 형제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온통 신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던 세상이 갑자기 허허로운 벌판으로 변하면서, 이 시기의 어린 고양이들은 더없이 가혹한 시간을 맞는다.  

그런 처지를 말하기라도 하듯, 이 아이도 뽀송하던 털은 푸석하게 변하고 얼굴 주변은 얼룩이 묻어 꼬질했다. 언뜻 결의에 찬 듯 보이는 눈은 두려움을 감추고 있었다.


"어미에게 독립당한 어린 냥이들은 어떻게 되나요?"

자주 가는 병원의 수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새로운 영역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지 못하면 굶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일까, 캣맘의 보살핌을 받으며 새끼들을 키우던 어미 고양이들은 종종 어린 새끼들만 남기고 혼자 떠나기도 한다. 그나마 안전한 밥자리를 새끼들에게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밥만이 문제겠는가, 어미 없이 홀로 남은 어린 고양이에게 세상은 온통 부비트랩일 것이다. 발 내딛는 곳마다 생각지 못한 위험이 기다리는 곳, 언제 어떤 일로 목숨을 잃을지 몰라 공포스러운 곳.


농구장 근처의 어린 고양이도 이제 곧 그런 세상으로 걸음을 내밀어야 했다.

겨울이 코앞이라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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