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나] 4. 번아웃에 대처하는 방법
군생활을 할 때였나, 레이첼 오마라의 [Pause]라는 책을 읽었다. 과도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조금은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 책에, 그 당시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군 입대 전 생활에 대해 꽤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전역하고 나면 정말 열심히, 멋진 삶을 살겠노라고 끊임없이 다짐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나서는 흔히들 말하는 '군 버프'를 받으며 꽤나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첫 번째 번아웃을 경험하기 전까진.
약 6개월 간 많은 일들을 벌였고, 잠도 대폭 줄여가며 생활을 했다. 그 많은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실제로 목표로 했던 많은 것은 이뤘지만, 갑작스레 휴식을 맞닥뜨린 나는 기쁘기보단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무언가 다시 바쁘게 일을 해야 할 것만 같고, 몸은 휴식을 취해도 머리는 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몸과 정신이 다른 스탠스를 취할 때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는 나는, 몸과 정신의 합치를 위해 다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어리석게도. 하지만 일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많은 일을 마치고 적절한 휴식 없이 다시 접한 일은 내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효율도 없이, 그저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져 갔다. 그렇게 첫 번째 번아웃이 찾아왔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구글에 '번아웃 극복법'을 열심히 검색했다. '휴식을 취해라', '문화생활을 해라' 등의 와 닿지 않은 말들만 가득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레이첼 오마라가 쓴 [Pause]의 문구를 보게 된다. 레이첼 오마라는 엄청난 워커 홀릭으로, 구글에서 일하며 인정받는 직원이 되는 등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큼 성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진급한 이후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상사로부터 휴직을 권고받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시정지의 순간에 들어간다. 무급 휴가를 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게 된다. 그녀의 삶에 Pause가 필요했던 것을. 여태 달려온 그녀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레이첼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너무 달렸구나, 휴식을 줘야겠어. 단, 이것까지만 마무리하고! 그래서 우리들은 멈추지 못합니다.(...) 그리곤 더 더 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면 일도 삶도 엉망이 된 자신을 발견하죠.(...) 이미 그때는 쉬는 방법조차 잊은 상태일 겁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춤'입니다. 완전히 멈춘다의 'STOP'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 순간의 멈춤. 일시정지의 'PAUSE'를 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별 순간이 아니었다고 한다. 괴로워할 당시, 친구가 해준 말 덕분에 레이첼은 많은 생각의 진전을 이룬다.
"레이첼, 비행기가 추락할 때 승무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아? 가장 먼저, 자신의 산소마스크부터 쓰는 거야. 일단 살아야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거라고!"
레이첼의 이야기는 와 닿는다. 그저 이렇게 저렇게 해라가 아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는 가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렇게 나도 첫 번째 번아웃을 힘들었지만, 겨우 이겨냈다. 무작정 쉬고, 여행을 떠나고, 문화생활을 하며. 다시 삶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다신 잃고 싶지 않은 기분도 함께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번아웃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트업의 업무 환경은 번아웃에 걸리기 좋은 환경이다. 자유로운 출퇴근과, 업무 시간이 많을수록 성장하는 팀과 나를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일하고, 심지어 일하지 않을 때도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이젠 나를 챙기면서 일하고 있다. 또다시 번아웃에 걸려 오히려 업무 생산성이 지극히 낮아질까 봐. 스트레스로 인해 지금 너무도 즐겁게 하고 있는 이 일을 그만두게 될까 봐.
생각보다 번아웃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명확히 하고, 퇴근을 해서는 갑자기 생기는 급한 일이 아니면 일 생각을 잠시 멈춘다.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것(TMI : 축구, 러닝, 영화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쉬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렇게 출근하면 다시 업무에 몰입한다. 집중한다. 잠시 비워뒀던 머리가 돌아간다. 매일 매 순간 일만 생각하면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돌아간다.
그렇게 나는, 번아웃에 대처하기 위해 일상에서 종종 PAUSE를 건다.
출처 : 레이첼 오마라, [PAUSE]
by 방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