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 주는 자유, 그리고 당신에게
⏹️ 이 글은 『일의 복리』시리즈의 에필로그입니다.
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기술을 나눕니다.
2026년 2월, 토요일 아침. 예전 같았으면 딸의 방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을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집은 조용하다. 딸은 지금 미국에 있다. 처음엔 막막했다. 딸이 떠난 후, 많이 허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동안 복리로 쌓아온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멘털.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 직장 밖에서도 통하는 전문성.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들. 딸이 떠난 자리는 비었지만, 나는 비어있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한국 시간 오후 2시는 미국 시애틀 시간 토요일 저녁 9시다. 딸은 2022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딸과 영상통화를 한다. 바쁜 일정에도 이 시간은 꼭 지키다. "엄마, 이번 주 어땠어?" "응, 괜찮았어. 글 하나 썼어. 반응이 좋더라." 딸이 웃는다. "엄마가 작가가 될 줄 몰랐어. 근데 잘 어울려."
순간 뭉클하다. 20년 주말부부. 딸의 학교 행사를 못 간 날이 많았다. 죄책감이 있었다. "나는 나쁜 엄마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딸은 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47세에 박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62세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완벽한 엄마는 못 됐지만, 도전하는 엄마는 될 수 있었다. 딸에게 물려준 것은 재산이 아니라 태도였다.
2025년 10월, 정년을 맞았다. 동료들이 축하해 줬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푹 쉬세요." 나는 웃었다. "쉬는 건 너무 심심해요. 이제 다시 시작이에요." 23세에 연구소에 입사했다. 40년을 일했다. 최고 인사고과를 유지했다.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번아웃 없이 버텼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는 말했다. "죽음을 배우면 사는 법을 배운다." 정년을 맞은 지금, 나는 이 말을 이해한다. 명함이 사라진 후에도 남는 것. 그것이 진짜 인생이다.
62세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일의 복리'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 이 책을 쓰고 있다. 다음 40년이 시작되었다. 복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쓰며 40년을 되돌아봤다. 화려한 성공은 없었다. 극적인 반전도 없었다. 천재적 재능도 없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감정과 상황을 분리하는 연습. 일상의 친절을 쌓는 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 이 작은 것들이 눈덩이처럼 굴러갔다. 1년 후엔 별 차이가 안 보인다. 5년 후엔 조금 다르다. 10년 후엔 확실히 다르다. 40년 후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복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단, 멈추지 않아야 한다.
만약 30년 전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임신 중에 석사 과정을 다니던 27세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힘들지? 혼자 기숙사에서 입덧하며 논문 쓰는 거 정말 힘들지. 주말에만 남편을 보는 것도 외롭지. 하지만 괜찮아. 지금 네가 하는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30년 후에는 박사가 되어 있을 거야. 62세에는 작가가 되어 있을 거야. 딸은 너를 롤모델이라고 말할 거야. 포기하지 마. 매일 조금씩만 나아가. 그게 복리야."
그리고 15년 전 나에게도. 박사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던 47세의 나에게. "시작해. 오래 걸린다고 두려워하지 마. 어차피 시간은 지나갈 거야. 시작하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있어. 시작하면, 언젠가 박사가 되어 있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 지금이 가장 빠른 순간이야."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몇 살인가요? 25세? 35세? 45세? 55세?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이다. 오늘 무엇을 선택하는가. 오늘 어떤 태도로 일하는가. 오늘 누구에게 친절한가. 오늘 무엇을 배우는가. 이 오늘들이 쌓여서, 10년 후, 20년 후, 40년 후의 당신을 만든다.
당신은 지금 '너무 늦었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박사를 하기엔 나이가 많다고. 운동을 시작하기엔 몸이 안 좋다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위험하다고. 나는 47세에 박사를 시작했다. 60세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61세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62세에 작가가 되었다. 당신은 충분히 젊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나는 40년간 최고 인사고과를 유지하지 못했어.' '나는 박사 학위가 없어.' '나는 번아웃을 경험했어.' 괜찮다. 나도 완벽하지 않았다. 10번 시도해서 1번만 성공한 적도 많았다. 감정에 휘말려 실수한 적도 많았다. 동료와 말싸움을 한 적도 있었다. 중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다. 방향이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것. 멈추지 않는 것. 복리는 완벽한 사람에게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꾸준한 사람에게 작동한다.
이 책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일의 복리는 계속된다. 나의 다음 40년이 시작되었다. 당신의 다음 이야기도 시작되었다. 10년 후,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20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답은 오늘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멀리 보지 마라. 오늘만 보라. 오늘 감정과 상황을 분리했는가. 오늘 누군가에게 친절했는가. 오늘 새로운 것을 배웠는가. 오늘 조금 나아졌는가. 이 오늘이 쌓여서 10년이 된다.
62세의 내가 25세의 당신에게, 40년 직장생활의 막바지에 선 내가 이제 시작하는 당신에게,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시작하라.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작게 시작해도 괜찮다. 단, 멈추지 마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매일 1%씩 개선하면 1년 후 1.01의 365 제곱, 즉 약 37.78배가 된다. 반대로 매일 1%씩 후퇴하면 0.99의 365 제곱, 즉 약 0.03배로 줄어든다. 같은 1%인데 결과는 1,2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10년 후엔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복리다. 이것이 40년을 살아보고 깨달은 진실이다. 당신의 꾸준함에 복리를 붙여라. 그리고 40년 후, 당신만의 '일의 복리'를 써라.
⏺️ 13주간의 여정,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롤로그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에필로그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당신의 '일의 복리'가 시작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단지, 멈추지 마세요.
당신의 다음 40년을 응원합니다.
에필로그: 나이 듦이 주는 자유, 그리고 당신에게
다음 글 예고: 부록 - 오늘부터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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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꾸준함에 복리를 붙이세요 - @일의복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