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세워라

회사와 집 사이에 선을 긋는 법

by 일의복리

⏹️ 이 글은 『일의 복리』시리즈의 PART 1입니다.

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기술을 나눕니다.

[지난 회 보기]


딸이 중학생이었을 때였다.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엄마는 항상 바쁘고, 나한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해서 딸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 했다. 하지만 딸이 원한 건 내 돈이 아니라 내 시간이었다.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개발은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연구소에서 끝내지 못하면, 집에서도 했다. 저녁 식사 후에도 노트북을 펼쳤다. 주말에도 코드를 들여다봤다. 몸은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연구소에 있었다. 워라밸이 깨진 게 아니었다. 애초에 경계선이 없었다. 그날 밤, 결심했다. '집에서는 일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머릿속은 계속 연구소 일로 가득했다. '오늘 그 버그를 못 고쳤는데...' '내일 회의 준비를...' '그 이메일에 답장을...' 물리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회사에 있었다.


100미터 규칙


그래서 루틴을 만들었다. 퇴근 후 100미터 규칙. 연구소 정문을 나선 후, 100미터를 지나오는 동안, 오늘 발생한 '통제 불가능한 일' 목록을 머릿속으로 읊조린다. 'OOO 과제 지연. 내일 회의에서 논의.' '△△△ 버그. 내일 아침 다시 확인.' '부서장 기분. 내가 어쩔 수 없음.' 그리고 선언한다. '내일 아침에 다시 줍겠다.' 연구소에 놔두고 오는 의식이다.


5분 전환 루틴


집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후 5분을 쏟아붓는다. 찬물을 마신다. 또는 좋아하는 노래 1곡을 듣는다. 뇌에게 신호를 준다. '이제 개인 시간이다.' 뇌는 강력한 신호가 필요하다. '이제 회사 모드를 끝낸다'는 의식. 찬물 한 잔. 음악 한 곡. 그것으로 충분하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그림을 그렸다. 전쟁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붓을 들었다. 처칠은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전쟁을 잊었다."[1]


실패, 그리고 물리적 장벽


하지만 처음엔 실패했다. 100미터를 지나오면서 회사 일을 놔두겠다고 다짐했지만, 집에 도착하면 또 생각났다. '아, 그 이메일...' 노트북을 펼쳤다. 딸이 말을 걸어도 대충 들었다. "응, 그래. 알았어." 다시 실패했다.


그래서 물리적 장벽을 만들었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가방을 현관 구석에 놔뒀다. 멀리. 회사 이메일 알림을 꺼버렸다. 퇴근 후에는 보지 않기로 했다. '긴급하면 전화할 거야. 이메일은 내일 아침에 봐도 된다.' 실제로 긴급한 일은 거의 없었다.


칼 뉴포트는 『딥 워크』에서 말했다. "우리는 끊임없는 방해 속에서 살고 있다. 진정한 집중을 위해서는 의도적인 단절이 필요하다."[2] 이메일, 메시지, 알림. 끊임없이 들어온다. 퇴근했지만, 여전히 회사와 연결되어 있다. 연결을 끊어라. 의도적으로.


20년 주말부부의 생존 전략


20년 주말부부 생활 동안, 나는 평일에 혼자 딸을 키웠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야 했다. 그때 깨달았다. 에너지 관리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것을. 평일엔 집안일을 최소화했다. 이모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존재하는 엄마가 되려 했다. 딸과 함께 있을 때는, 진짜 함께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딸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계를 만드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경계 없이 탈진하면,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작은 경계가 시간이 지나며 단단해진다


40년을 돌아보면, 내가 큰 번아웃 없이 버틴 비결은 이것이다. 경계를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가끔 무너졌다. 하지만 다시 세웠다. 하루하루, 경계를 쌓았다. 그것이 복리로 작용했다.


주말마다 미국에 있는 딸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딸이 말한다. "엄마, 요즘 여유 있어 보여. 예전엔 항상 바빠 보였는데." 나는 웃는다. "이제 경계 만드는 법을 배웠거든." 40년이 걸렸다. 하지만 배웠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


첫째, 100미터 의식. 퇴근하면서 오늘의 통제 불가능한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라. 그리고 선언하라. '내일 아침에 다시 줍겠다.'

둘째, 5분 전환 루틴. 집에 도착하면 5분 동안 회사와 무관한 활동을 하라. 찬물, 음악, 스트레칭. 무엇이든.

셋째, 물리적 경계. 노트북을 멀리 두고, 회사 이메일 알림을 꺼라. 퇴근 후 2시간은 회사 일을 하지 마라.


이 세 가지를 한 달만 해보라.

당신의 경계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단단해질 것이다.


⏺️ 이번 주 실천 과제: 오늘 퇴근 후 "100미터 규칙"을 실천해 보세요. 회사 일을 내려놓고 오는 연습, 오늘부터 시작입니다.


PART1. 방수 멘털: 경계를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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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hurchill, W. (1948). Painting as a Pastime. Odhams Press.

[2] Newport, C. (2016). Deep Work: Rules for Focused Success in a Distracted World. Grand Central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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