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충전하라

비우지 않고 채우는 법

by 일의복리

⏹️ 이 글은 『일의 복리』시리즈의 PART 1입니다.

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기술을 나눕니다.

[지난 회 보기]


경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회사 일을 집에 안 가져온다고 해서, 에너지가 저절로 차는 건 아니었다. 경계는 에너지가 '새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에너지는 채워야 한다.


하루 종일 연구소 일에 시달리다 특히 야근까지 하고 온 날은 무척 무기력해진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하루 종일 피곤했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쉬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할까?' 문제는 나는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멈춰 있었을 뿐이다. 휴식과 무기력은 다르다. 휴식은 에너지를 채운다. 무기력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운동, 에너지의 역설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딸이 말했다. "엄마, 필라테스 같이 해요. 기구 필라테스." 나는 즉시 거절했다. "아니, 그건 무서워. 나이도 있고, 몸도 안 좋은데." 딸이 웃었다. "엄마, 그래서 더 해야죠. 2:1 레슨이라 혼자는 안 돼요. 같이 해요." 딸이 원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무서웠다. 기구가 낯설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역시 난 안 돼.'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에서 말했다. "의지력에 의존하지 말고, 환경을 설계하라."[1] 좋은 선택을 쉽게 만들고, 나쁜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것. 나는 이 원칙을 적용했다. 운동을 하기 위해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딸과 함께 등록했다. 고정 시간을 정했다. 운동복, 필라테스 양말을 준비해 뒀다. 바로 입을 수 있게. 환경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의지력은 유한하다. 하지만 환경은 계속 작동한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 루프를 설명한다. 신호(Cue) → 반복(Routine) → 보상(Reward). [2] 나의 운동 습관도 이 루프를 따랐다.

신호: 운동복, 양말 (보이게 배치)

반복: 딸과 함께 필라테스장 가기

보상: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딸과의 시간


처음엔 의지력으로 버텼다. 하지만 3개월 후엔 자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운동복을 보면 자연스럽게 입게 되었다. 운동 후 상쾌함이 다음 운동을 부르게 되었다. 두히그는 말한다. "습관을 바꾸려면 루틴만 바꾸고, 신호와 보상은 유지하라." 나도 그렇게 했다. 딸이 미국에 간 후에도 운동은 계속되었다. 신호(운동복)와 보상(상쾌함)은 같았고, 루틴만 바뀌었다(딸 대신 혼자). 습관은 의지력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몇 주 지나자, 아침에 일어나기가 쉬워졌다. 하루 종일 집중력이 좋아졌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했다. 운동하는 1시간이 아까운 게 아니라, 오히려 나머지 23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놀라운 건, 내가 딸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2년째 하고 있다.


1년 후, 딸이 미국에서 겨울방학에 돌아왔다. 또 말했다. "엄마, 이번엔 PT 해봐요. 제 PT 선생님 좋아요." 나는 무서웠다. 무거운 것을 어떻게 들지? 또 주저했다. "필라테스도 하는데, PT까지?" 하지만 딸이 원했고, 나는 또 시작했다. 지금 1년째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딸이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 올 때마다 운동을 하나씩 추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엔 거부했던 내가, 지금은 일상생활 루틴으로 운동한다. 누가 더 건강해졌는지 모를 정도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집중력은 90분마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3] 하지만 우리는 하루 8시간, 주 5일, 52주를 계속 달린다. 재충전 없이. 그러다 탈진한다. 번아웃된다. 문제는 일이 아니다. 에너지 충전이 없는 것이 문제다.


빌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운동 시간은 빼놓지 않는다. 그래야 나머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은 15% 더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


현재 나의 에너지 충전 루틴


지금 내 일주일은 이렇게 흘러간다.

월요일, 수요일 저녁 - 기구 필라테스

화요일, 목요일 저녁 - PT


일주일에 최소 4일, 운동한다.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필라테스는 날씬한 젊은 여성을 위한 운동이고 PT는 몸 좋은 일부 사람들만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고, 또 '나이도 있는데 뭐' 생각했지만 시작했고, 계속했고, 이제는 운동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완벽한 운동'이 아니다. '시작하는 용기'다. 나도 처음엔 무서웠다.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딸이 권했고, 시도했다. 그리고 지금은 딸에게 감사한다. 딸이 미국에 가 있어도, 딸이 남긴 선물이 매일 나를 움직이게 한다. 작은 시작이 복리로 쌓인다.


독서, 마음을 비우는 시간


독서는 내 마음을 비우는 방법이다. 퇴근 후 30분, 회사와 전혀 관련 없는 책을 읽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역사든. 중요한 건 회사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이것을 "주의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이라고 부른다. [5] 집중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소진되면 회복이 필요하다. 독서, 산책, 음악. 이런 활동들이 뇌를 회복시킨다. 회사 일로 가득 찬 머릿속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것. 그것이 독서다.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내 고민은 작아진다. 역사책을 읽으면, 내 문제가 별것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독서는 도피가 아니다. 관점의 전환이다.


에너지는 관리가 아니라 투자다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를 '아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에너지는 은행 예금이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써야 늘어난다. 운동으로 몸을 쓰면, 체력이 는다. 독서로 뇌를 쓰면, 사고가 확장된다. 사람을 만나면, 영감이 생긴다. 에너지는 소비하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제대로 소비하면 늘어나는 자원이다. 문제는 '잘못된 소비'다. 의미 없는 회의. 불필요한 걱정. 관계의 드라마. 이런 것들이 에너지를 빼앗는다.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하라. 그것이 에너지 관리의 핵심이다.


소소한 충전이 복리가 된다


40년을 돌아보면, 내가 지금까지 버틴 이유는 이것이다. 꾸준히 충전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가끔 빠뜨렸다. 하지만 다시 시작했다. 하루 10분 운동이 1년이면 60시간이다. 하루 30분 독서가 1년이면 180시간이다. 이것이 10년, 20년 쌓이면 어떻게 될까. 복리다.


딸이 또 영상통화에서 말한다. "엄마 요즘 밝아 보여. 예전엔 항상 피곤해 보였는데." 나는 웃는다. "이제 에너지 채우는 법을 배웠거든." 그리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경계를 만들고, 에너지를 채워라. 그래야 오래간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


첫째, 하루 10분 운동.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점심시간에. 스트레칭이든, 산책이든. 10분만 몸을 움직여라.

둘째, 퇴근 후 30분 독서. 회사와 무관한 책을 읽어라. 소설, 에세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회사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셋째, 에너지 감사 일기. 잠들기 전, 오늘 나에게 에너지를 준 것 하나를 적어라. 작은 것도 좋다. "오늘 산책했다." "오늘 좋은 책을 읽었다."


이 세 가지를 한 달만 해보라.

당신의 에너지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차올라갈 것이다.


⏺️ 이번 주, 당신은 어떤 10분을 시작하시겠어요?

댓글로 다짐을 남겨주세요.

당신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됩니다.


PART1. 방수 멘털: 에너지를 충전하라

[■■■■] 4/4

다음 글 예고: PART2. 관계의 황금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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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aler, R. H., & Sunstein, C. R. (2008). Nudge: Improving Decisions About Health, Wealth, and Happiness. Yale University Press.

[2] Duhigg C. (2012).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Random House.

[3] Rossi, E. L. (1991). The 20-Minute Break: Reduce Stress, Maximize Performance, and Improve Health and Emotional Well-Being Using the New Science of Ultradian Rhythms. Jeremy P. Tarcher.

[4] Berrigan, C. (2017, August 16). Does exercise really increase productivity? Brookings Institution. https://www.brookings.edu/articles/exercise-increases-productivity/

[5] Kaplan, S. (1995). The restorative benefits of nature: Toward an integrative framework.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15(3), 16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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