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을 끊어라

"나는 왜" 대신에 "다음은"을

by 일의복리

⏹️ 이 글은 『일의 복리』시리즈의 PART 1입니다.

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기술을 나눕니다.

[지난 회 보기]


인사고과표였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가 보임."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소극적?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집에 가는 길, 머릿속은 온통 그 한 줄로 가득했다.

"나는 왜 이런 평가를?", "나는 왜 인정받지 못할까?"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만 손해 본다. 다들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피해자 모드였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질문을 바꾸는 순간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왜?"라고 묻는 한, 나는 계속 피해자로 남는다는 것을.


질문을 바꿨다. "다음은 뭘 할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적극적으로 보이는 일을 해야 했다. 그때까지 나는 주로 백엔드 시스템 개발을 했다. 서버,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뒤에서 지원하는 일. 잘 보이지 않는 일. 문제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일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략을 바꾸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프로젝트 공백기가 생겼다. 3개월의 여유가 있었다. 나는 프런트엔드를 잘하는 후배를 찾아갔다. "웹 프런트 개발 좀 가르쳐줄 수 있어? 3개월 동안 특별 전수받고 싶어."

후배는 놀랐다. "선배님이 왜 갑자기?"

"전면에 나서는 일을 배우고 싶어."


3개월 동안 배웠다. HTML, CSS, JavaScript. 사용자 인터페이스. 화면 설계.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 책임자에게 제안했다.

"제가 이번엔 프런트엔드 개발을 해보고 싶습니다."

책임자는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백엔드만 하셨잖아요."

"그래서 배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사용자 화면이 바뀌었다. 내가 만든 것이 눈에 보였다. 사람들이 알아봤다. "이번 화면 누가 만들었어요? 좋은데요?"

다음 인사고과에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라고 적혀 있었다.


차이는 질문이었다


"나는 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을까?" → 답이 없다. 계속 곱씹게 된다.

"다음엔 어떻게 적극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 행동이 나온다. 변화가 시작된다.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성장과 자유는 바로 그 선택에 달려 있다."[1]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모든 것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그는 한 가지를 지켰다. 반응을 선택할 자유. "나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또 다른 평가, 또 다른 선택


또 다른 인사고과표가 있었다. "욱하는 성질이 있음."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보면 참을 수 없었다. 불합리한 일에는 즉시 항변했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정의롭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으로 보였다.


다시 "나는 왜?"의 늪에 빠질 수도 있었다. '나는 왜 항상 오해받을까. 나는 왜 이런 성격으로 태어났을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감정과 상황 분리하기"를 실천하기로 했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입을 열기 전에 5초를 세는 것. 처음엔 10번 중 1번만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했다. 1년 후, 10번 중 7번 성공했다. 3년 후, 자동으로 작동했다.


다음 인사고과에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업무 태도"라고 적혀 있었다.


리더십이 없다는 평가


또 하나의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내 평판을 물었다고 했다. "그 사람은 팀장은 못 할 것 같더라."


나는 특별히 팀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냥 내 일을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팀장감이 아니다"라는 평가는 달랐다. '리더십이 없다'는 의미였다. '영향력이 없다'는 의미였다.


다시 선택의 순간이었다. "나는 왜 그런 평가를 받을까?" 아니면 "다음엔 어떻게 리더십을 보여줄까?"

나는 리더십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회의에서 먼저 의견을 냈다. 후배들의 생각을 물었다.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어색했다. 원래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했다.


5년 후, 나는 팀장이 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자리였지만, 해냈다. 그리고 의외로 잘했다.


성장 마인드셋: "아직"의 힘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을 구분했다. [2]


고정 마인드셋: "나는 원래 이래. 나는 바뀔 수 없어."

성장 마인드셋: "나는 아직 이렇지 않아. 하지만 배울 수 있어."


차이는 한 단어다. "아직(Yet)." "나는 리더십이 없다" vs "나는 아직 리더십이 없다."

"아직"이 들어가는 순간, 가능성이 열린다.


질문이 인생을 바꾼다


40년을 돌아보면, 내 커리어를 바꾼 순간들은 모두 질문을 바꾼 순간이었다. "나는 왜?"에서 "다음은?"으로.


"나는 왜 소극적이라고 평가받을까?" → "다음엔 전면에 나서는 일을 해보자."

"나는 왜 욱할까?" → "다음엔 5초를 세보자."

"나는 왜 리더십이 없을까?" → "다음엔 회의를 주도해 보자."


질문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평가가 바뀐다. 이것이 복리다.


자기 연민의 함정


자기 연민은 가장 강력한 마이너스 복리다. "나는 왜?"라고 묻는 매일이 쌓이면, 1년 후엔 피해자가 되어 있다. "다음은?"이라고 묻는 매일이 쌓이면, 1년 후엔 주도자가 되어 있다.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나왔을 때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만델라는 말했다. "원망은 독약과 같다. 상대가 죽기를 바라며 내가 마시는 독약."[3] 그는 "나는 왜 이런 일을 당했는가?"를 묻지 않았다.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화해를 이끌었다.


작은 성공을 쌓아라


과거를 곱씹는 것은 쉽다. "나는 왜 이런 평가를 받았을까. 나는 왜 인정받지 못할까." 하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다음 행동뿐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쓰는 에너지를, 앞으로 할 일에 써라.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이 복리로 쌓이면, 정말 안 되는 사람이 된다. "나는 해냈어"라는 경험이 복리로 쌓이면, 정말 되는 사람이 된다.


작은 도전을 하라. 작은 성공을 경험하라. 그것이 자신감의 복리가 된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자기 효능감"을 연구했다. [4]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도전을 기회로 본다. 낮은 사람은 위협으로 본다. 차이는 경험이다. "내가 해냈다"는 경험이 쌓이면, 자기 효능감이 올라간다. 그리고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면, 더 큰 도전을 선택한다. 이것이 성공의 복리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


첫째, 질문 바꾸기. 오늘 뭔가 잘못되었다면, "나는 왜?"를 금지하라. 대신 "다음은?"을 물어라. 5분은 슬퍼해도 좋다. 하지만 5분 후에는 질문을 바꿔라.

둘째, 작은 도전 하나. 오늘 평소 안 하던 일 하나를 해보라. 회의에서 먼저 발표하기. 새로운 도구 배우기. 다른 팀 사람과 점심 먹기. 아무리 작아도 좋다.

셋째, 성공 일기. 잠들기 전, 오늘 내가 해낸 것 하나를 적어라. "오늘 5초를 참았다." "오늘 새로운 것을 배웠다." "오늘 먼저 인사했다." 작은 성공이 복리로 쌓인다.


이 세 가지를 한 달만 해보라.

당신의 마인드셋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다.



⏺️ 이번 주 도전:

"나는 왜?"라는 생각이 들 때,

잠깐 멈추고 "다음은?"으로 바꿔보세요.


실천해 보신 분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PART1 방수 멘털: 자기 연민을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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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rankl, V. E. (1946/2006). Man's Search for Meaning. Beacon Press. (Original work published 1946)

[2] Dweck, C. S. (2006).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Random House.

[3] Mandela, N. (1994). Long Walk to Freedom: The Autobiography of Nelson Mandela. Little, Brown and Company.

[4] Bandura, A. (1997). Self-efficacy: The Exercise of Control. W.H. Freeman and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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