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수술실의 야수, 그리고 실패한 신(神)

by 연구소장

[파이탄 공화국 제4구역, 천명 바이오 비밀 연구소 지하 3층]


쨍그랑-! 콰아아아!


거대한 수조의 강화유리가 박살 나며, 수 톤의 배양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릿한 양수 냄새와 화학 약품 냄새가 뒤섞여 연구소 안을 가득 채웠다. 쏟아진 물줄기 사이로, 한 남자가 웅크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크아아아..."


짐승의 낮은 으르렁거림.


실험체 001.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었다. 180cm 남짓했던 키는 2미터에 가깝게 거대해져 있었고, 온몸의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여 핏줄이 터질 듯 얽혀 있었다. 척추를 따라 박혀 있는 검은색 데이터 포트(Port)들에서는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하지만 가장 기괴한 것은 그의 눈동자였다.


인간의 검은 동공은 사라지고, 파충류처럼 세로로 찢어진 황금빛 인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아... 아빠...?"


이진아가 덜덜 떨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5년. 매일 밤 꿈속에서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비록 괴물처럼 변해버렸지만, 그 이목구비만큼은 그녀를 무등 태워주고 성경책을 읽어주던 다정한 선교사 아버지의 것 그대로였다.


"아빠! 나야! 진아! 진아 왔어!"


이진아가 무기를 집어 던지고 수조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안 돼! 물러서!"


내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동시에, 001의 고개가 기계처럼 꺾이더니 이진아를 향했다. 황금빛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


콰직!


001이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콘크리트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파편이 튀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였다. 놈의 거대한 주먹이 이진아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미친!"


백강우가 전광석화처럼 끼어들며 전술 방패를 치켜세웠다.


쾅-!!


대전차 지뢰라도 터진 듯한 굉음.


방탄유리와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전술 방패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 엄청난 충격량에 백강우의 거구조차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크헉!"


백강우가 연구소 벽면에 처박히며 피를 토했다. 방패를 쥐고 있던 그의 왼팔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팀장님!"


박철민이 기겁하며 삼단봉을 뽑아 들고 001의 측면으로 쇄도했다.


"철민아, 타격하지 마! 뼈 부러진다!"


백강우가 고통 속에서도 소리쳤지만 늦었다.


박철민이 혼신의 힘을 다해 001의 무릎 관절을 내리쳤다.


깡-!


마치 무쇠 기둥을 때린 듯한 둔탁한 소리. 박철민의 손아귀가 찢어지며 삼단봉이 튕겨 나갔다. 001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돌려 박철민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더니, 가볍게 손등으로 쳐냈다.


"으악!"


박철민 역시 허공을 가르며 연구 장비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단 3초.


특수부대 출신의 정예 요원 두 명이 일격에 무력화되었다.


[하하하하! 훌륭하지 않습니까, 도련님?]


연구소 천장의 스피커에서 닥터 장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게 바로 '프로젝트 아담'의 첫 번째 성공작, 001번입니다. 대뇌 피질의 고통 수용체를 완전히 태워버리고, 아드레날린 분비량을 일반인의 20배로 고정시켰죠. 저 육체는 피로를 모릅니다. 총알을 맞아도 멈추지 않는, 완벽한 생체 병기!]


"이 개자식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성공작?"


나는 이를 갈며 001을 노려보았다.


[사람이라뇨? 저건 이제 사람이 아닙니다. 신(God)의 영역에 발을 들인 진화의 결정체죠. 아, 옆에서 울고 있는 그 아가씨에겐 유감이군요. 당신 아버지는 이미 뇌 신경이 포맷되었습니다. 기억 따윈 남아있지 않아요.]


"아니야... 아니야! 우리 아빠가 날 모를 리가 없어!"


이진아가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녀의 멘탈은 완전히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001이 그녀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듯 다시 거대한 주먹을 치켜들었다.


짝-!


나는 주저앉은 이진아의 뺨을 강하게 올려붙였다.


"이사장님...?"


이진아가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 이진아! 질질 짤 시간 없어!"


나는 그녀의 멱살을 틀어쥐고 눈을 맞췄다.


"저건 지금 네 아버지가 아니야. 바이러스와 약물에 뇌를 점령당한 '중증 응급 환자'다. 넌 딸로서 여기 온 게 아니라, 의사로서 이 수술방에 들어온 거야! 네 손으로 환자를 포기할 텐가!"


내 서늘한 일갈에, 이진아의 흔들리던 동공에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멈췄다. 두려움에 떨던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아닙니다. 포기... 안 합니다."


"그래. 그래야 내 제자지. 일어서."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뒤로 물러섰다.


001이 쿵, 쿵,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수진! 박철민! 백강우 상태 확인하고 지혈해! 민도현! 내 옆으로 와!"


"네, 네!"


민도현이 구급 배낭을 메고 허둥지둥 달려왔다.


"도현아, 계산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스템: 약점 포착]을 가동했다.


001의 거대한 몸체 위로 수많은 홀로그램 수치들이 떠올랐다. 심박수 250. 체온 42도. 혈중 젖산 농도 측정 불가.


"마취총은 소용없어. 간 대사율이 미쳐서 약물이 도달하기도 전에 분해될 거다. 뇌혈관 장벽(BBB)을 직접 뚫고 들어가야 해."


나는 민도현의 배낭을 열어젖혔다.


"펜타닐(Fentanyl), 프로포폴(Propofol), 베쿠로니움(Vecuronium). 싹 다 꺼내. 치사량의 10배로 섞어서 칵테일 주사기 3개 만들어."


"치사량의 10배요?! 코끼리도 즉사할 양입니다! 심장 마비 와요!"


민도현이 기겁하며 반문했다.


"저 환자 심장은 지금 장갑차 엔진이야! 저 정도 안 부으면 시동도 못 꺼. 당장 배합해!"


"알겠습니다!"


민도현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앰플들을 까서 거대한 주사기에 들이붓기 시작했다.


[발악해 보시죠. 주사 바늘이 저 강철 같은 근육을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닥터 장이 이죽거렸다.


"뚫을 수 있는지 없는지, 내 손으로 증명해 주마."


나는 양손에 민도현이 건네준 거대한 주사기 두 개를 역수로 쥐었다.


메스 대신 쥔 주사기. 이것이 지금 이 미친 수술방의 도구다.


"크아아아악!"


001이 포효하며 나를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질량이 뿜어내는 풍압에 연구소의 서류들이 태풍처럼 날아다녔다.


"산개해!"


나는 몸을 숙여 001의 돌진을 피했다. 놈의 주먹이 내가 있던 자리의 콘크리트 기둥을 산산조각 냈다.


빠르다. 너무 빠르다. 정면 승부로는 절대 주삿바늘을 꽂을 수 없다. 빈틈을 만들어야 했다.


"박철민! 일어날 수 있나!"


"윽... 갈비뼈 두 대 나간 것 같습니다만... 뛸 수는 있습니다!"


박철민이 피를 뱉으며 일어났다.


"저 수조 보이지! 액체 질소 냉각관이 연결되어 있어! 밸브 터뜨려!"


"라져!"


박철민이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워 들고 깨진 수조의 후방 기계실 쪽으로 달렸다.


001이 타겟을 박철민으로 바꾸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아빠!!"


이진아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안 돼, 진아!"


한수진이 말리려 했지만 늦었다.


이진아는 무방비 상태로 001의 시야 정면에 섰다.


황금빛 인광이 그녀를 향했다. 놈의 거대한 손이 이진아의 목을 낚아채려 허공을 가르던 그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이진아가 눈을 감고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연구소 안을 찌렁찌렁 울리는 간절한 목소리였다. 5년 전, 매일 밤 아버지가 그녀의 머리맡에서 읽어주던 그 구절.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움찔.


001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이진아의 목을 부러뜨리려던 거대한 손이 공중에서 파르르 떨렸다. 황금빛 눈동자 속에 아주 미세한 혼란이 스쳐 지나갔다.


[뭐, 뭐야! 001! 공격해! 죽여버리라고!]


닥터 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왔다.


약물과 세뇌로 뇌를 포맷했어도, 세포 깊숙한 곳에 각인된 '본능'과 '사랑'마저 지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찰나의 시간. 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뇌파의 지연(Lag).


"지금이야! 철민아!"


탕! 탕!


박철민이 권총으로 액체 질소 밸브를 명중시켰다.


푸쉬이이익-!!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가 하얀 안개를 뿜어내며 연구소 바닥으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주변 온도가 급강하했다.


"크어억...!"


001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극한의 대사율로 몸을 태우고 있던 놈에게, 급격한 온도 저하는 치명적이었다. 근육이 급속도로 수축하며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이게 마취과 의사들의 '저체온 요법(Hypothermia Therapy)'이다, 이 괴물아."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닥의 파편을 딛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신의 손] 스킬이 극한으로 활성화되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타겟은 단 두 곳.


경동맥 팽대부(Carotid Sinus)와 척수 신경이 이어지는 연수(Medulla).


피부와 근육이 아무리 질겨도, 뇌로 가는 핵심 신경망은 뼈로 덮여있지 않은 미세한 틈이 있다.


'정확하게,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나는 공중에서 001의 넓은 등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양손에 쥔 거대한 주사기를 내리꽂았다.


푸욱! 푸우욱!


"크아아아아아악!!!"


001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두 개의 주삿바늘이 강철 같은 승모근을 뚫고 들어가, 정확히 뇌혈관 기저부에 꽂혔다.


나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있는 힘껏 밀어 넣었다.


치사량 10배의 신경 차단제와 프로포폴 칵테일이 뇌혈관을 타고 뇌간으로 직행했다.


[안 돼! 이 미친 의사 놈아! 내 작품을 망치지 마!]


닥터 장이 절규했다.


"망치는 게 아니야. 치료하는 거지."


약물이 주입되자, 001의 발악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이 비틀거리더니, 척추에 꽂혀 있던 데이터 포트들의 푸른 스파크가 꺼졌다. 황금빛으로 번뜩이던 인광이 서서히 탁하게 변하며 원래의 검은 눈동자 색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쿵-!


마침내, 거대한 산 같았던 실험체 001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깊은 수면에 빠져든 것이다.


"하아... 하아..."


나는 001의 등에서 내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한 번의 수술에 모든 기력을 쏟아부은 듯한 피로감이었다.


"아... 아빠..."


이진아가 쓰러진 001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거대한 팔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 참혹한 꼴을 보게 된 슬픔이 뒤섞인 오열이었다.


"민도현."


내가 땀을 닦으며 불렀다.


"네, 네! 이사장님!"


"바이탈 체크해. 심장 멎으면 안 돼."


민도현이 재빨리 001의 목에 손을 짚고 청진기를 댔다.


"맥박 뜁니다! 분당 80회... 정상 수치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체온도 떨어지고 있고요. 완벽하게 재웠습니다."


"좋아. 1차 수술 성공이다."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스피커 너머로 헐떡거리는 닥터 장의 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최고 걸작이 허무하게 무력화된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어때, 닥터 장. 내 마취 솜씨가 좀 쓸 만하지?"


[너... 네놈 정체가 대체 뭐야! 그 주사기로 001의 혈관을 정확히 찌르는 건 불가능해! 어떻게 인간의 동체 시력으로...]


"내가 말했지. 나는 신(God)의 영토에 들어온 게 아니라, 내 환자를 고치러 온 거라고."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정글도를 주워 들었다.


"이제 면회 시간 끝났다. 집도의가 환자 보호자(원흉) 만나러 갈 시간이야."


나는 연구소 안쪽, 두꺼운 방탄유리로 덮인 메인 통제실을 노려보았다.


그 유리창 너머로 당황한 표정의 닥터 장이 보였다.


"철민아, 강우 형. 문 부숴."


"예스, 썰(Sir)!"


갈비뼈가 부러진 박철민과 팔이 꺾인 백강우가 독기 오른 표정으로 일어났다. 그들은 연구소 구석에 있던 소화기와 철제 빔을 집어 들었다.


쾅! 콰아앙!


방탄유리에 거미줄이 가기 시작했다.


[히익! 오, 오지 마! 보안팀! 당장 보안팀 투입해!]


닥터 장이 패닉에 빠져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미 바깥의 잔당들은 우리 팀에 의해 제압되었거나 정글로 도망친 지 오래였다.


와장창-!


마침내 방탄유리가 박살 났다.


나는 통제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도련님! 전 그저 회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닥터 장이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며 두 손을 싹싹 빌었다.


나는 그의 멱살을 잡아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건에 시선이 꽂혔다.


은색의 금속 가방. (Silver Briefcase).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 이중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천명 바이오의 기밀 중의 기밀이 담긴 가방이었다.


"비밀번호 대. 손가락 다 부러지기 전에."


"그,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그건 회장님의 모든 게 담긴..."


우드득.


내가 자비 없이 그의 새끼손가락을 뒤로 꺾어버렸다.


"아아아악!!"


"다시 묻는다. 비밀번호."


"으으... 0... 1... 0... 9..."


철컥.


닥터 장의 피 묻은 지문을 찍고 비밀번호를 누르자, 은색 가방이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가방 안에는 차가운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내뿜는 크리스탈 앰플 세 개와, 데이터가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가 들어있었다.


앰플 겉면에는 붉은 글씨로 **[Project Adam - God's Blood]**라고 적혀 있었다.


"신의 피..."


나는 그 앰플을 집어 들었다.


투명한 액체 속에서 기묘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아버지 천무성이 그토록 원했던 영생의 열쇠이자, 이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원흉.


"도현아, 이 하드디스크 당장 암호 풀어서 분석 돌려. 이 미친 약이 뭔지, 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당장 알아내야겠어."


"네! 제 전공이죠."


민도현이 재빨리 외장 하드를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했다.


통제실 안은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나는 포박된 닥터 장을 걷어차 구석에 처박고, 창밖으로 쓰러져 있는 001과 그를 안고 있는 이진아를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난 것 같았다.


악당을 생포했고, 아버지를 구했으며, 증거를 확보했다. 이제 이것들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파멸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진짜 지옥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어... 이사장님...?"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보던 민도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왜 그래. 암호가 안 풀려?"


"아뇨... 암호는 풀었는데... 데이터가 좀 이상합니다."


민도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치 보아서는 안 될 끔찍한 괴물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 앰플의 유전자 배양 코드... 그리고 [프로젝트 아담]의 최종 완성체 데이터..."


"뜸 들이지 말고 똑바로 말해."


민도현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사장님의 DNA와... 99.9% 일치합니다."


"뭐?"


순간, 내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덮쳐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 DNA랑 일치하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민도현이 노트북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복잡한 유전자 염기 서열 그래프 두 개가 완벽하게 포개어져 있었다.


"저기 쓰러져 있는 001번, 그리고 수많은 실패작들... 그건 이 약을 완성하기 위한 실험체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약이 주입되어 완성된 유일한 성공작, '아담'..."


민도현의 목소리가 통제실을 울렸다.


"그게 바로... 이사장님입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빙의한 이 몸, 천이환. 단순히 버림받고 마약에 찌든 재벌 3세인 줄 알았다.


초인적인 체력, 상처가 눈에 띄게 빨리 낫던 회복력, 피로를 모르는 신체. 그 모든 것이 단순히 빙의자의 버프나 [시스템] 때문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 천무성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괴물이었다.


[크큭... 으하하하!]


구석에 처박혀 있던 닥터 장이 피 묻은 입으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도련님? 당신은 의사가 아니야. 회장님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지. 당신의 그 잘난 몸뚱어리는, 회장님이 영원히 살기 위해 준비해 둔 '새로운 그릇'일 뿐이라고!]


닥터 장의 비웃음이 뇌리에 꽂혔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나의 시야 위로,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시스템 알림창이 떠올랐다.


[경고: 숙주의 자아 각성이 감지되었습니다.]


[숨겨진 히든 패시브 <신의 그릇(EX)> 정보가 개방됩니다.]


[체내에 이식된 나노 머신 제어권이 '마스터(천무성)'에게 있음을 확인합니다.]


나는 내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비린내 나는 정글,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부정당한 이 지옥의 한복판에서.


메스를 쥐고 있던 나의 손이, 처음으로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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