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소버린 리스크와 저평가된 우량주

by 연구소장

진나라 승상부의 깊은 대전. 바닥에 산산조각 난 옥잔의 파편 위로, 핏발이 선 여불위의 시선이 호랑이 모양을 한 청동 병부(兵符)에 가닿고 있었다.


정보와 자본의 융합이라는, 천하일보가 쏘아 올린 전대미문의 비대칭 전력 앞에서 진나라의 상권은 불과 며칠 만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여씨춘추를 통해 천하의 사상을 진나라의 잣대로 규격화하려던 거대한 지식 플랫폼 구축 작업 역시, 저잣거리의 백성들이 조롱하는 종이 쪼가리 앞에서 그 고결한 권위를 상실해버렸다.


여불위는 서탁을 짚은 양손에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힘을 주었다.


"상업적 수단과 사상의 통제력이 한낱 장사치 놈의 교활한 인쇄술에 농락당했다. 자본으로 놈의 금고를 뚫지 못했고, 서책으로 놈의 사상을 베어내지 못했다면..."


여불위의 동공이 청동 병부의 호랑이 눈알과 섬뜩하게 마주쳤다.


"그 금고와 사상이 존재하는 영토 자체를 짓밟아버리는 수밖에. 조나라의 숨통을 끊어 강무의 기반을 물리적으로 소거하겠다."


다음 날 아침, 진나라 함양성에서 출진의 나팔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여불위는 조나라 내에서 진나라 상인들이 부당한 핍박과 폭행을 당했다는 천하일보 폭동 사태를 구실 삼아, 즉각적인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진나라 최정예 철기병을 선봉으로 한 십만 대군이 함곡관을 넘어 조나라의 국경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진군을 개시했다.


군대의 진격 속도는 정보의 전파 속도만큼이나 파괴적이었다.


수천 리 떨어진 조나라 한단성의 천하 상회 본장.


공매도로 막대한 차익을 거두며 축배를 들고 있던 경영진의 회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정보 총괄 향희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대행수! 여불위가 마침내 이성을 잃고 병부를 움직였습니다! 진나라의 십만 대군이 국경의 성면을 돌파하고 파죽지세로 한단성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는 세작의 급보입니다!"


막대한 현금 다발을 세며 희열에 젖어 있던 최고 재무 책임자 공손룡의 손에서 은화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쨍그랑거리는 마찰음을 냈다.


"십... 십만 대군이라니! 진나라의 정규군이 쳐들어온단 말이오? 여불위 그 늙은이가 고작 상단 간의 이권 다툼에 국가의 군사력을 동원하는 미친 짓을 저질렀단 말이오!"


"명분은 충분합니다."


향희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우리가 천하일보를 뿌려 진나라 상인들을 폭동의 제물로 만들었지 않습니까. 여불위는 자국 상인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완벽한 개전 명분, 이른바 카수스 벨리(Casus Belli)를 획득한 것입니다."


집무실의 공기는 일순간 빙점 아래로 얼어붙었다.


자본주의의 논리 안에서 기업 간의 경쟁은 돈과 정보로 승패를 가릴 수 있다. 허나 경쟁자가 룰을 파괴하고 '국가'라는 초월적인 폭력 장치를 동원하여 게임판 자체를 쓸어버리려 든다면, 일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은 전무했다.


공손룡이 쥐어뜯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절규했다.


"끝났소! 수익률이 수백 배면 무엇하고, 금고에 황금이 태산처럼 쌓이면 무엇한단 말이오! 진나라의 십만 대군이 한단성 벽을 부수고 들어와 불을 지르면, 우리가 찍어낸 천하통보도, 정국 선생이 파놓은 요새도 모조리 잿더미로 산화할 것이오!"


최고 보안 사령관 위무기의 얼굴 역시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가 이끄는 사설 용병단 이천 명이 아무리 일당백의 전투력을 갖춘 베테랑이라 한들, 전차와 공성 병기로 무장한 국가 단위의 십만 정규군을 평야에서 막아내는 것은 물리적인 연산 자체가 불가능한 자살 행위였다.


"대행수. 내 부하들은 상회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소. 허나, 이천의 용병으로 십만의 군대를 막아내는 기적은 병법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소이다. 게다가 곽개에게 뇌물을 먹고 눈이 먼 조나라 왕실은 우리를 지켜주기는커녕 진나라 군대에게 우리를 제물로 바쳐 화친을 구걸할 것이 뻔하오."


법무를 총괄하는 한비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죽간을 쥐며 덧붙였다.


"이, 이것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엑스 테일(Extreme Tail)의 위협, 즉 국, 국가 자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입니다. 법률과 자본의 방벽은 이, 이미 무의미합니다."


모든 임원의 시선이 창가에 서서 멀리 북쪽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강무의 뒷모습을 향했다.


파멸적인 위기 앞에서도 강무의 호흡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절망에 빠진 임원진들을 차분한 안광으로 훑어보았다.


"제현들의 진단이 모두 옳습니다. 경쟁 기업이 국가의 군사력이라는 반칙을 꺼내 든 이상, 우리가 보유한 자본의 우위는 한순간에 증발해버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강무는 탁자 위로 걸어와, 지도 위에 놓인 진나라 군대의 상징인 검은색 목궁을 집어 들었다.


"우리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에 처했을 때, 위무기 장군이라는 훌륭한 백기사(White Knight)를 자본으로 영입하여 위기를 타개했지요. 허나 지금 도래한 이 거대한 소버린 리스크, 즉 국가 단위의 폭력 앞에서는 이천 명의 사병이나 수백만 냥의 황금 따위는 무용지물입니다."


강무는 목궁을 탁자 위에서 두 동강 내버렸다.


"국가가 가하는 리스크를 방어하려면, 그 폭력을 맹목적으로 행사하는 국가의 지배 구조(Governance) 자체를 우리 상회의 통제 아래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배 구조를 통제한다니? 우리가 무슨 수로 진나라의 군주를 조종한단 말이오!"


공손룡이 경악하며 반문했다.


강무의 시선이 향희를 향했다.


"향희 낭자. 조나라 왕실의 감옥, 혹은 빈민가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 진나라의 볼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신 적이 있습니까? 진나라 왕의 손자이자, 현재 여불위가 꼭두각시로 앉혀놓은 자초(장양왕)의 버려진 아들 말입니다."


향희의 매혹적인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의 방대한 정보망의 심연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던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영정(嬴政)...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이 한 명 있습니다. 여불위가 자초를 탈출시켜 진나라로 데려갈 때, 철저하게 조나라에 버리고 간 핏줄이지요. 지금은 왕족의 대우는커녕 한단성의 가장 비참하고 냄새나는 흑사리 빈민가에서, 길거리의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그 아이입니다."


강무의 안광이 사냥감을 포착한 맹금류처럼 날카롭게 찢어졌다.


"여불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약한 자초만을 진나라의 왕좌에 앉혀놓고 실권을 장악했습니다. 볼모로 버려진 그 어린 소년은 여불위의 장부 속에서 철저히 상장폐지된 휴지 조각,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악성 재고 취급을 받고 있지요."


강무는 등 뒤에 그림자처럼 기대어 술을 마시고 있던 최고 보안 책임자 형가를 향해 턱짓을 했다.


"형가 형님. 지금 당장 낭자와 함께 그 흑사리 빈민가로 가셔야겠습니다. 시장의 모든 투기꾼들이 외면하고 시궁창에 처박아둔, 천하에서 가장 훌륭하고 치명적인 '저평가 우량주'를 매수하러 갈 시간입니다."


한단성 외곽, 흑사리 빈민가.


햇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비좁고 축축한 골목길에는 부패한 오물 냄새와 역병의 기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법과 도덕의 테두리가 완벽하게 붕괴한 이곳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추악한 생존 본능만이 꿈틀거리는 짐승들의 사각지대였다.


그 진흙탕 골목의 가장 깊숙한 구석에서, 짐승의 포효 같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덩치 큰 부랑아 셋이 깡마른 소년 하나를 바닥에 눕혀놓고 무자비한 발길질을 퍼붓고 있었다. 소년의 나이는 기껏해야 열세네 살 남짓. 얼굴은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입고 있는 베옷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 있었다.


"이 빌어먹을 진나라 새끼야! 그 빵 조각 당장 내놓지 못해!"


부랑아가 몽둥이로 소년의 등짝을 후려쳤다. 둔탁한 타격음이 골목을 울렸으나, 소년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소년은 두 팔로 자신의 가슴에 품은 딱딱하고 곰팡이 핀 빵 조각을 감싸 안은 채,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그 모든 구타를 묵묵히 흡수하고 있었다.


"독한 새끼. 죽여버려!"


부랑아 하나가 주먹만 한 돌멩이를 집어 들고 소년의 머리를 내리치려던 찰나였다.


골목 어귀에서 날아온 낡은 호리병 하나가 부랑아의 손목을 정확히 타격했다. "악!" 비명과 함께 돌멩이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어둠을 찢고 걸어 들어온 것은 비단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강무와 향희, 그리고 나른한 표정으로 검집을 긁적이고 있는 형가였다.


형가가 하품을 내뱉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린놈들이 상도덕도 없이 동네북을 치고 있네. 시끄러워서 낮잠을 잘 수가 없잖아."


부랑아들은 형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피비린내와 살기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는, 쥐새끼들처럼 뿔뿔이 흩어져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강무는 흙바닥에 쓰러진 소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소년은 여전히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품에 안긴 빵 조각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잔뜩 경계하는 맹수의 눈초리로 강무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무는 소년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적국의 수도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린 열세 살의 아이. 평범한 아이라면 그 동공에 절망이나 비굴함, 혹은 자비에 대한 애원이 담겨 있어야 마땅했다.


허나, 이 소년의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그런 나약한 찌꺼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을 향한 지독한 증오, 살아남겠다는 짐승 같은 집착,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발밑을 짓밟은 자들의 목줄을 물어뜯고야 말겠다는 지극히 차갑고 잔혹한 포식자의 살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잔혹한 군주, 훗날 칠국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할 진시황 영정의 어린 시절은, 강무가 예측한 대로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가장 완벽하고 야성적인 그릇 그 자체였다.


"당신이 진나라 왕실의 핏줄, 영정(嬴政)이오?"


강무의 물음에 소년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내 핏줄을 조롱하러 온 조나라 귀족 놈이라면 당장 꺼져라. 네놈들에게 구걸할 바에는 내 혀를 깨물고 죽을 테니."


강무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품에서 갓 구워낸 김이 모서리며 고기 속이 꽉 찬 화권(고기만두) 두 개를 꺼내 소년의 흙투성이 손앞에 툭 던졌다.


소년의 눈이 순식간에 화권으로 향했다. 극한의 굶주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향은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소년이 떨리는 손을 뻗어 화권을 집어 드는 순간, 강무의 손이 소년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먹어도 좋습니다. 단, 이것이 공짜로 베푸는 동정심의 적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바닥에 버리십시오."


강무의 서늘한 음성이 소년의 귓전을 때렸다.


"나는 적선이나 구휼 따위를 하러 온 위선자가 아닙니다. 나는 투자를 하러 온 장사꾼입니다."


소년은 강무의 손아귀에서 손목을 비틀어 빼내며 독기 어린 눈으로 강무를 노려보았다.


"투자? 나같이 버려진 목숨에게서 뭘 빼앗아 먹겠다는 수작이냐! 나에게는 이 썩은 빵 조각 외에는 털어갈 자산 따위가 없다!"


"당신의 현재 가치는 확실히 제로(Zero)에 수렴합니다. 부채와 생명의 위협만이 가득한 파산 직전의 부실기업이나 다름없지요."


강무는 소년의 참혹한 꼴을 가리키며 냉혹하게 평가했다.


"여불위는 당신을 불량 자산으로 분류하여 상장폐지 시키고 이곳 조나라의 시궁창에 유기했습니다. 하지만 내 안목은 다릅니다. 당신의 눈동자 속에 도사린 그 지독한 권력욕과 살아남겠다는 짐승 같은 집착. 나는 당신이 품고 있는 그 무한한 잠재 성장 가치에 내 막대한 자본을 베팅하려는 것입니다."


강무의 입에서 나오는 생경한 자본의 언어들에 소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 핏줄이 진나라의 왕손이라 하여 내게 돈을 대주겠다는 말이냐? 미친 장사치로군. 여불위가 진나라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한, 나는 영원히 조나라의 시궁창에서 개처럼 죽어갈 목숨이다."


"그래서 내가 당신의 엔젤 투자자(Angel Investor)가 되어주겠다는 것입니다."


강무가 소년의 멱살을 거칠게 쥐어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불꽃처럼 부딪혔다.


"엔젤 투자란, 자본은 없으나 세상을 뒤엎을 혁신적인 독기를 품은 초기 창업자에게 조건 없이 거액의 시드 머니(Seed Money)를 쏟아부어,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제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극비의 재무 프로젝트입니다."


강무는 소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당신에게 최고의 학문과 무술을 가르칠 스승을 사주겠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지켜줄 어둠의 칼날을 대여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진나라로 살아서 돌아가 왕좌를 쟁취하고, 여불위의 숨통을 직접 끊어버릴 수 있도록 천하 상회의 썩어 넘치는 재력을 남김없이 쏟아부어 주겠습니다."


소년의 동공이 미친 듯이 지진을 일으켰다. 평생 자신을 조롱하고 핍박하던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손을 내민 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어설픈 동정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피와 돈이 얽힌 거래의 조건으로.


"대체 나에게 그런 거액을 투자해서... 네놈이 얻어가는 이익은 무엇이냐!"


강무는 소년의 멱살을 놓고 소년의 어깨에 묻은 진흙을 툭툭 털어주며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아주 단순한 이치입니다. 내가 당신을 천하를 호령하는 거대한 제국의 CEO(황제)로 만들어 줄 테니, 당신은 훗날 그 제국의 상권과 물류 인프라를 독점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사업권을 우리 천하 상회에 양도하시면 됩니다. 당신은 권력을 얻고, 나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시장을 얻는 것. 이것이 벤처 투자의 가장 이상적인 엑시트(Exit) 전략 아니겠습니까."


소년 영정은 바닥에 떨어진 화권을 집어 들었다. 그는 강무를 노려보며 짐승처럼 입을 크게 벌려 화권을 거칠게 뜯어먹기 시작했다. 목이 메어 기침을 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불타고 있었다.


화권을 씹어 삼킨 영정이 입가의 기름기를 소매로 거칠게 닦아내며 강무를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


"좋다. 장사꾼. 내 목숨과 핏줄을 너의 그 기괴한 자본이라는 것에 담보로 맡기마. 단, 내가 진나라의 옥좌에 오르는 그날, 이 시궁창에서 나를 짓밟았던 놈들과 여불위의 일족은 내 손으로 남김없이 도륙을 낼 수 있도록 완벽한 힘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소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패기와 권력에 대한 굶주림은, 그 어떤 제후국의 왕보다도 강렬하고 압도적이었다.


"계약이 성사되었군요."


강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향희와 형가를 향해 턱짓을 했다.


"형가 형님. 오늘부터 낭인 생활은 끝입니다. 형님의 최우선 임무는 우리 상회의 가장 귀중한 자산인 저 소년의 목숨에 흠집 하나 나지 않도록 이십사시간 밀착 경호하는 것입니다. 향희 낭자, 낭자의 정보망을 총동원하여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병법가와 법가 사상가를 은밀히 매수하여 이 아이의 독선생으로 붙이십시오. 비용은 상회의 비자금 계좌에서 무제한으로 승인하겠습니다."


향희가 부채를 펼치며 요염하게 미소 지었다.


"대행수. 이번 투자는 배당금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는데요? 하지만 저 아이가 진나라의 왕좌에 오르는 날, 여불위가 우리에게 가했던 소버린 리스크는 완벽하게 역전되어 여불위 본인의 목을 자르는 단두대로 변할 테니, 기대 수익률은 칠국 전체를 합친 것보다 거대할 것입니다."


강무는 어두운 빈민가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진나라의 십만 대군이 한단성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허나 강무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여불위는 군대라는 무식한 폭력으로 천하 상회의 껍데기를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무는 십만 대군과 창칼을 맞대는 미련한 짓을 하는 대신, 그 십만 대군의 통수권자인 진나라 왕실의 정통성을 통째로 사버리는 우회 상장을 선택한 것이다.


적대적 기업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공격해 올 때, 그 기업의 하부 조직과 소모전을 벌이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가장 치명적이고 완벽한 방어는, 적 기업의 지배 구조 최정점에 있는 대주주(정통 후계자)를 포섭하여 이사회를 뒤집어엎고, 적의 CEO(여불위)를 내부에서부터 합법적으로 파면시켜버리는 것이다.


"여불위. 당신이 십만 대군으로 내 앞마당을 짓밟으려 하는 동안, 나는 당신이 앉아 있는 그 진나라라는 거대한 회사의 주식 지분을 밑바닥에서부터 조용히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강무는 이제 짐승의 허물을 벗고 미래의 제왕으로서 첫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어린 영정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자본으로 무력을 통제하고, 투자로 제국을 설계하는 거대한 장기판.


천하 상회의 미래를 건 가장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극비의 엔젤 투자가, 시궁창 냄새 진동하는 한단의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용어 설명

소버린 리스크 (Sovereign Risk): 국가나 정부 단위에서 발생하는 거시적인 위험. 개별 기업이나 투자자가 통제할 수 없는 국가적 재난, 전쟁, 국채 부도 사태 등을 의미한다. 진나라의 10만 대군 침공이 천하 상회에 가한 거대한 국가적 폭력이자 통제 불능의 위기다.


카수스 벨리 (Casus Belli): 전쟁이나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개전(開戰) 명분. 여불위는 천하일보의 보도로 인해 조나라 내 진나라 상인들이 폭동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조나라를 침공하기 위한 완벽한 합법적 핑계로 삼았다.


꼬리 위험 (Extreme Tail Risk): 발생할 확률은 통계적으로 극히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시장이나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만큼 거대한 파괴력을 가진 위협. 단순한 상권 다툼이 국가 간의 전면전으로 비화된 사태를 한비가 법률적 관점에서 진단한 용어다.


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 기업의 경영진, 주주, 이사회 등 이해관계자들 간의 권력 분립과 통제 체계. 강무는 진나라라는 거대한 국가의 지배 구조 최정점에 설 수 있는 '적통 주주(영정)'를 포섭하여, 현재의 CEO(여불위)를 내부에서 축출하려 한다.


엔젤 투자 (Angel Investment): 자금력이나 기반이 전혀 없는 초기 창업자에게 자본을 지원하고 멘토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을 돕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강무가 시궁창에 버려진 소년 영정에게 막대한 자금과 최고 수준의 교육, 경호를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극비 프로젝트다.


시드 머니 (Seed Money): 씨앗 자금. 창업의 가장 초기 단계(Seed stage)에 투입되는 밑천. 강무가 영정을 훗날의 진시황으로 벼려내기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비자금을 의미한다.


우회 상장 (Backdoor Listing): 비상장 기업이 이미 상장된 기업을 인수합병하여, 복잡한 상장 심사 절차를 우회하고 상장 효과를 누리는 기법. 진나라 정규군과 정면대결하여 피를 흘리는 대신, 진나라의 차기 군주를 매수하여 진나라의 권력 자체를 합법적으로 접수하려는 강무의 우회 전략을 빗댄 표현이다.


엑시트 (Exit Strategy): 투자자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한 후, 지분을 매각하거나 권리를 양도받아 막대한 투자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는 최종 목표. 영정을 제국의 황제로 만든 대가로 천하의 상권과 물류 인프라를 독점하려는 강무의 궁극적인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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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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