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관 속에서 시작되는 찬가
1984년 발간된 톰 클랜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함장이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숀 코너리가 연기한 마르코 라미우스 함장과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CIA 분석관 잭 라이언, 두 사람이 냉전의 긴장 속에서 만들어가는 드라마는 체제와 개인, 충성과 자유 사이의 선택을 다룬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한 편의 음악으로 시작된다.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이 무르만스크 항구를 떠난다. 함장 마르코 라미우스의 결심은 이미 굳어져 있다. 조국을 등지고 자유를 찾아 나서는, 되돌릴 수 없는 항해 말이다.
Basil Poledouris의 'Hymn to Red October'가 처음 울려 퍼질 때, 그것은 속삭임에 가깝다. 라미우스의 내면 독백처럼 조용히 시작되는 이 음악은 점차 거대한 파도처럼 솟아오른다. 프라하 교향악단의 현악기가 그려내는 것은 바다의 깊이가 아닌, 한 인간의 영혼이 품은 모순된 감정의 심연인 것이다.
"Холодно, хмуро. И мрачно в душе"
(춥고, 흐리고, 마음속은 암울하기만 하구나)
"Как мог знать я что ты умрёшь?"
(난들 당신을 떠나보내리라고 생각이나 했으리요?)
"До свиданья, берег родной!"
(잘 있어라, 고향이여! 다시 만날 그날까지!)
"Ты плыви, плыви бесстрашно"
(계속 나아가라, 두려움 없이 항해하라)
"Победный шаг родной страны"
(우리 조국을, 승리의 행군을!)
Poledouris가 직접 쓴 이 가사들에 대해서 그의 친구 Richard Kraft는 이렇게 회상한다.
"He also took great pride in his lyrics to the Hymn that started the film. Even though they were sung in Russian, it gave Basil an opportunity to use words as well as music to express his noble thoughts."
"그는 영화 오프닝을 장식하는 찬가의 가사 작업을 특별히 자랑스러워했다. 러시아어로 불리는 노래였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음악과 언어를 함께 사용해 자신의 숭고한 사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였다."
표면적으로는 차가운 북해에 맞서는 소련 군인의 강인한 결의처럼 들린다. "Революции надежда, Сгусток веры всех людей"(혁명과 소망, 만인의 믿음의 응결물이여)라는 구절은 소련 해군의 자부심을 노래한다.
하지만 이 가사는 라미우스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내의 죽음 이후 그를 잠식한 공허함과 환멸. "난들 당신을 떠나보내리라고 생각이나 했으리요?"라는 구절은 그의 모든 계획을 촉발시킨 아내의 예기치 못한 죽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임무를 떠나는 승조원들의 일시적인 작별인사로 들리는 "До свиданья, Родина"(잘 있어라, 조국이여)는 실제로는 라미우스가 영원히 등지려는 국가에 대한 최종적인 결별이다. "В октябре"(10월 달에)를 반복하며 혁명을 기념하는 이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혁명'인 망명을 위한 찬가가 된다.
Poledouris의 친구 Richard Kraft의 회고에 따르면, Poledouris는 "영화의 문자적인 장면이 아닌, 캐릭터의 영혼이나 영화의 거대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한다.
음악적으로 'Hymn to Red October'는 숨김없이 슬라브적이며 프로코피예프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금관악기는 애국적 열정을 뿜어내고, 작은 북은 군대 행진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소용돌이치는 현악기는 거대한 스케일을 더하며, 슬레이 벨이나 탬버린 같은 악기들은 러시아적인 느낌을 강화한다.
이 곡은 원래 오케스트라와 남녀 혼성 합창을 위해 작곡되었으나, 영화에서는 남성 합창이 압도적으로 두드러진다. 대담하고 힘찬 남성 합창단은 의도적으로 붉은 군대 합창단을 연상시키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즉각적으로 소련이라는 배경의 진정성을 확립한다.
영화 속에서 이 음악은 구조적 기둥 역할을 한다. 오프닝에서 '찬가'는 라미우스가 자신의 임무를 숙고할 때 조용하고 내밀하게 시작된다. 잠수함이 바다로 나아가면서 음악은 점차 고조되고,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 함선의 거대한 규모를 드러낼 때 완전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내면의 심리 드라마와 외부의 장관을 완벽하게 결합하는 순간이다.
그리스계 미국인으로 정교회에서 성장한 Poledouris는 어린 시절부터 합창단의 소리에 매료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Hymn to Red October'에 준종교적이고 성스러운 특성을 부여한다. 무신론 국가인 소련의 찬가가 마치 그리스 정교회의 성가처럼 울려 퍼지는 아이러니. 남성 합창단의 강력한 울림은 성가대가 부르는 기도문처럼 엄숙하고 장엄하다.
'Hymn to Red October'의 독특함을 이해하려면, 다른 잠수함 영화들의 음악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깊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지만, 각 작곡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Hans Zimmer의 '크림슨 타이드'(1995)는 미국 핵잠수함 앨라배마호의 이야기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 곡으로 등장하는 Roll Tide는 금관악기의 포효와 타악기의 폭발적인 리듬으로 핵전쟁 직전의 긴박함을 표현한다. Zimmer 특유의 압도적인 사운드는 천조국 군사력의 위압감과 자신감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지는 결정의 무게를 형상화하는 것은 물론, 함장과 부함장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음향적으로 구현한다.
Klaus Badelt의 'K-19: The Widowmaker'(2002)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1961년 소련 핵잠수함 K-19의 원자로 사고를 다룬 이 영화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슬픔에 젖어 있다. 'Heroes'라는 제목의 음악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죽어가는 젊은 수병들의 희생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영웅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한 진혼곡. Badelt는 웅장함보다는 인간적 비극에 초점을 맞춘다.
그 사이에서 Poledouris의 'Hymn to Red October'(1990)는 독특한 균형을 찾는다. 크림슨 타이드처럼 압도적이지도, K-19처럼 비극적이지도 않다. 대신 거대한 체제와 한 개인의 선택 사이에서 조용히 진동한다. 슬라브적이면서도 프로코피예프를 연상시키는 선율은 강하고 선언적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개인적 슬픔이 스며있다.
세 작품 모두 잠수함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를 다루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Zimmer는 긴장과 대립을, Badelt는 희생과 비극을, 그리고 Poledouris는 선택과 자유를 노래한다.
'찬가'의 주요 멜로디는 '붉은 10월' 잠수함을 상징하는 음악적 신호가 되어 긴장감 넘치는 순간마다 반복된다. 이 테마는 액션 장면에서 강력하게 등장하여 잠수함의 위력을 보여준다. 때로는 합창을 으스스하고 신비롭게 사용하여 애국가를 추도곡처럼 들리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 붉은 10월이 미국 해안에 도착했을 때 음악은 다시 한번 울려 퍼진다. 엔딩 크레딧에서도 러시아어 합창과 함께 'Hymn to Red October'가 재현된다. 하지만 이제 그 의미는 달라졌다. 같은 노래, 같은 가사이지만 라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이미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다. 국가적 찬가였던 이 음악은 이제 그들이 걸어온 여정의 기록이 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같은 음악으로 마무리하면서도, 그 맥락은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소련 해군의 위엄을 노래했지만, 마지막에는 자유를 찾은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음악이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완결시키는 순간이다.
몬태나의 강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던 라미우스의 소박한 꿈. 거창한 이념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평범한 바람. 음악이 잦아들 때, 우리는 깨닫는다. 이 모든 거대한 서사가 결국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한 인간의 이야기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