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고미 Jul 22. 2021

안녕, 비건

비건이 되었다.

instagram @b_gomi_

   

“나 이제 고기 안 먹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겨울, 비건이 되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토록 고기를 좋아했던 내가 왜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기 없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그동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고기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비건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먹고, 점심에는 식당에 가서 늘 먹었던 돈까스 덮밥을, 저녁에는 가족들과 삼겹살을 먹었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면 치킨이 빠질 수 없었고, 간식으로는 부드러운 치즈케이크를 먹곤 했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식탁 위의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나의 일상에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고기가 함께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나 인생 전반의 식습관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토록 고기를 좋아했던, 고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단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비건’이 되었다. 한 시간 남짓한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는 고기를 먹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다큐멘터리도 충격적이었지만, 지나쳐 온 나의 일상 속에서 한 번도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의 모습도 충격이었다. 늘 나의 일상에서 마주했던 것들이었는데 왜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고기를 먹는 것은 나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금껏 살아오면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에 눈을 뜨고 나니 다시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더 늦기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을 시작점으로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전까지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한 번에 완벽하게 바뀌지 않더라도 서서히 변해가겠노라 다짐했다. 비건은 나에게 비단 식습관의 문제만이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선택지에 대한 결정은 결국 나의 몫이었다.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누구도 해치지 않는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고 싶어졌다.


누구에게도 비건이 되기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나 또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기에 비건을 선택할 수 없었고, 자연스러운 일상에 숨겨진 사실을 마주한 적이 없었기에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 속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들에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