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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고미 Jul 22. 2022

용문시장 안 비고미 베이커리 이야기

다정하고 따뜻한 용문시장의 상인이 되었다.

용문시장에 위치한 비고미 베이커리


용문시장 안 골목에 위치한 작은 비건 베이커리


빽빽한 아파트, 도심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시장이라는 존재는 사실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장에 갔던 날은 일 년에 몇 번 엄마와 명절 음식을 사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가 어른이 된 지금, 시장 안 골목의 작은 가게 사장님이 되었다. 

용문시장 안 과일가게

용문시장의 상인이 되었다.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는 내가 시장에서 상인 분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비고미 베이커리는 시장 안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오픈했던 첫날, 커피와 빵을 들고 가게 근처 상인 분들에게 인사를 드렸더니 젊은 청년들이 용문시장에 와 가게를 하는 것이 기특하다고 예쁘게 봐주셨다. 뒤로도 골목을 지나다니시는 상인분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근황 이야기를 나누는 친한 이웃이 되었다.


시장 안에 위치해 있어 가장 큰 장점은 매일 아침 신선한 재료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비고미 베이커리의 메뉴 중에는 단호박 머핀과 제철과일 타르트, 블루베리 케이크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올라가는 메뉴가 있는데, 가게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매일 아침마다 용문시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이 과일은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어떤 맛인지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키오스크로 가득한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시장은 조용한 새벽부터 손님들을 맞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왁자지껄한 길을 걸어오며 우리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활기와 용기를 얻곤 한다.


시장은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해오신 전문가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가게 맞은편에는 간판 가게가 있는데, 비고미 베이커리의 예쁜 간판은 바로 앞 간판가게에서 제작해주신 작품이다. 가끔 급하게 인쇄물이 필요한 날이면 바로 앞 간판가게로 달려가면 튼튼하고 품질 좋은 종이에 뽑아주시곤 한다. 

화장실의 전등이 갑자기 고장 난 날이면 바로 옆 철물점으로 달려가 "사장님! 저희 화장실 좀 봐주실 수 있나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뚝딱뚝딱 금방 해결해주시는 전문가 분들이 우리 가게의 이웃으로 계셔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오늘도 바로 앞 식당에서 점심으로 만드신 콩국수를 가져다 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있는 복숭아를 담아서 돌려드렸다.

"밥 먹었어요?"


밥은 먹었는지, 가게에 별 일은 없는지 오며 가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바로 옆 떡집에서는 방금 가래떡이 나왔다며 기다란 가래떡을 선물해주시기도 하고, 두부 가게에서는 지금 막 나온 따뜻한 두부라며 직접 만드신 양념장과 함께 가져다주시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고구마를 구웠다고 가져다주시고... 감사한 마음에 커피와 빵을 함께 드리면 뭘 이런 걸 가져왔냐고 말씀하시면서 맛있게 잘 먹겠다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신다. 빽빽한 빌딩으로 가득한 서울에서 사람 냄새가 가득한 이 동네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다.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느낄 수 없었던 다정한 마음들. 


어떤 마음으로 한 자리를 지켜오셨는지, 정성이 가득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오늘도 비고미 베이커리는 다정하고 따뜻한 이곳에서 맛있는 비건 디저트를 굽고, 커피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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