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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고미 Jul 09. 2024

유행하는 디저트를 만들지 않는 이유

망원동 7평 작은 카페, 비고미의 이야기


"요즘 크루키가 유행이래요. 크루키 디저트 사장님은 안 만드시나요?"

"sns에서 두바이 초콜릿 대란이 일어났대요. 두바이 초콜릿 디저트는 안 만드시나요?"


유행하는 디저트를 만들게 되면, 주목을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반짝, 한 순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Not to do list


가게를 운영하면서 우리만의 색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To do list보다 Not to do list를 잘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도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SNS만 열어봐도 세상 멋지고 근사한 것들이 널리고 널려있다. 세련된 인테리어, 힙한 가구, 화려한 디저트...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고 끝이 없다. 이렇게 좋아 보이는 걸 브랜드에 모두 접목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브랜드는 점점 색을 잃어가고, 방향성을 잃은 돛단배가 될 것이다. 


공간 운영 전에도, 그리고 공간을 운영하면서 변하지 않는 나만의 Not to do list 가 있다면, '디저트를 만들 때, 트렌드를 기준점으로 잡지 않는다'를 리스트 항목 중 하나로 정했다. 


1. 트렌드는 매일,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트렌드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유행하는 디저트를 만들어낸다면, 지금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유행은 계속 흐르고,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제품을 만들어내는 순간에도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오고 있다. 

계속해서 변화되는 트렌드를 기준점으로 잡고 디저트를 만든다면, 제품의 수는 끊임없이 늘어날 것이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는 대체 어떤 제품을 내세우는 곳인지' 인지하기 어렵다. 

우리 브랜드가 원하지 않지만 유행하기 때문에 선보이는 제품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방향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고유의 색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2. 그보다는 오래,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사실, 비스코티는 여느 카페에서도 만날 수 있는 디저트이다. 

그럼에도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비스코티로 정한 이유는, '유기농 우리밀 통밀'을 사용해서 만드는 디저트가게라는 점을 내세우고 싶다는 부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만드는 주체인 내가 꾸준히, 오래 만들고 싶은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나 자신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겠다는 믿음!)


내가 진심을 담아 만들어 낼 수 있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는 것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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