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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Dec 29. 2016

버티는 삶도 성장한다

"우린 결국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해외로 이직을 앞둔 지인이 말했다. "사실은 정말 두려워요." 그런 지인에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생각해 보면 제 인생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었던 것 같아요. 변태같이 자신을 괴롭히는. 대학 때 연극반도 그래서 들어갔고 밴드도 그래서 했고 MBA도 제가 제일 취약한 쪽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했던 거예요 지금의 선택도 그래요."




"대단한 거예요, 누구나 그런 선택 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말하곤 생각했다 '나의 삶은 주로 견디는 편에 있었구나' 어쩌면 내 인생에 유일한 도전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반수를 한 것과 대학 때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것, 결혼을 선택한 것이 유일했다. 이외에는 모두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선택하고 주로 버티는 편에 있었다. 최근 들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도전을 선택하고 있었다.




더 나은 조건 혹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이직을 한 이도 있었고,  충전의 시간을 위해 휴직을 선택한 이도 있었고 조직을 나와 창업으로 홀로서기를 한 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나에게 물었다. "이직할 생각 없어요?" "네,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이직은커녕 팀을 옮기거나 본부를 옮길 용기도 내겐 없었다.


오랫동안 일해온 지금의 조직과 사람들로부터 괴리감을 느낀 적도 많았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고 느꼈다. 이직을 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지 모르지만, 저녁이 있는 삶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본부를 옮기면 또다시 나를 증명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기회비용이 있기 마련이고 어디에나 고립된 조직문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 곳' 보다 나은 '그 곳'은 없다는 생각이 나를 한결같이 붙들었다.




무엇보다 퇴근과 동시에 어린이집에서 온 하루를 보낸 아이를 하원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도전을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각자의 고집과 신념으로 일을 해온 사람들과 작업한다는 것은 많은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단점을 수반한다. 외부의 사람들보다 내부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은 만큼 자신을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들은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타협을 거부한다. 그런 조직 안에서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는 한편 지금처럼 나의 상황을 배려해주는 조직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결국 나의 선택은 다시 머뭄이었다.




언젠가 동료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절이 싫으면 결국 중이 떠나야 하는데 이 조직이 지겹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떠남을 선택할 수 없는 나는 현실과 타협한 비굴한 직장인인 것 같아." 그런 내게 동료가 말했다. "아니야, 넌 지금도 성장하고 있어."




그날 밤, 나는 동료의 말을 되뇌었다. '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전하는 삶도, 견디는 삶도 어느 쪽이든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 얼마 전 보았던 애니메이션 SING 속 코알라의 대사가 떠올랐다. "우린 결국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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