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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구루 Jan 01. 2017

이과장이 사는 법

그의 필살기



"이번 연수 어땠어?" "어땠냐고? 쓸데없이 타이트하고, 남는 건 없고, 시간 아깝고 연수는 진짜 별로였는데 의외의 성과가 있었어." 과장이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할 일명 정신교육 워크숍에 다녀온 내게 동기가 물었다. "그래? 뭐야 뭐야 뭐가 좋았는데?"



"거기서 영업 쪽에 근무하시는 과장님 한 분을 만났는데 이 분이 너무 대단하신거야 우리 팀의 조장님 이셨는데 1박 2일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고 그걸 진심으로 칭찬하시는 거야 솔직히 친해지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도 있잖아 그런데 조금 거리를 두고 싶은 그런 분께도 다가가서 진심으로 그분의 장점을 찾아 말씀하시고 북돋워 주시니까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좋아져서 결국 하는 프로젝트마다 1등을 했지 뭐야."



그런데 마침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방향이 같아서 그 분과 지하철을 같이 타게 됐어 그래서 물어보았지 "과장님, 과장님과 교육받으면서 정말 많이 놀랐어요 어떻게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장점을 보시고 그걸 진심으로 칭찬하시는지 긍정 에너지가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거든요 어떻게 그래요?" 정말 진심으로 궁금했던 나는 그분의 비법이 궁금했다.



"제가 사실은 입사하고 쭉 연구소에만 근무를 해왔거든요 연구소 솔직히 편하고 좋지요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라 크게 당황스러울 일도 없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퇴직이 가까워오니 사람을 많이 알아야겠다 싶더라고요 나중에 퇴직하고 사업을 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알아야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잖아요 주변 사람들도 제가 외향적인 편이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북돋워주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 겸 2년 전 용기를 내서 영업파트로 자원해 왔는데 이게 정말 너무 힘든 거예요."



"세상에 정말 별별 사람이 다 있더라고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객은 다르더라고요 저도 연구소 쪽에 있다가 나름의 계획을 갖고 이 쪽으로 뛰어들었는데 영업사원과 고객으로 만난 관계는 굉장히 일방적이었어요 무시받기도 일쑤였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정말 공황장애까지 올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필살기를 찾게 된 거예요."




그 사람이 가진
최대의 장점을 보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겠으니까
내가 살려고 노력한 습관이
내재화가 된거예요




과장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전하자 그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나처럼 동기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정말 대단하시다 그러네 일말의 성과가 있었네 어쨌든 그래도 남는 게 있었다니 다행이야." 그때 나는 사람으로부터 느낀 실망과 괴리감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이었다. 연수에서 만난 과장님의 한마디가 없었다면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못한 채 더 긴 방황 속에 머물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반면 실망했던 모습에 대해서는 저런 부분은 배우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번에 마음을 다잡긴 힘들었지만 몇 번이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매일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 이를 대면하는 일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었다.



필살기라는 것이 있다. 위키백과의 정의로는 싸우는 기술 중 가장 활성화되고 집약적인 기술을 필살무기라고 한다. 나이 든 과장님이 갖고 계신 필살기는 누구나의 장점을 찾는 것이었다. 나는 과장님의 필살기가 제법 멋있다고 느꼈다. 나무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을 때 찾아낸 그의 필살기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란 사전적 정의와 달리 자신도 살고, 상대도 살리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었다.  




- 국어사전 : 사람을 확실히 죽이는 기술.

- 위키백과 : 필살기(必殺技)는 싸우는 기술 중에서 기술, 무기, 기술 등 중 가장 활성화되고 집약적인 기술이다. 무기의 경우 필살 무기라고도 칭한다.





글과 사진 | B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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