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1
자정이 가까운 밤,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사진에서만 보았던 반젤라치크 광장을 밟으니 정말 크로아티아에 왔구나 싶었다. 지도 한 장과 캐리어를 끌고 듬성듬성 가로등 밝은 언덕길을 올라 숙소에 도착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고 소박한 공간. 이 곳에서 하루를 자고 내일이면 플리트비체로 간다. 크로아티아에서 맞이하는 첫날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설레 잠은 오지 않는 그런 밤이다.
늦은 시간 도착해 자그레브를 살필틈도 없이 날이 밝자마자 플리트비체를 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까지는 2시간 30분. 이제 버스를 타고 요정들이 사는 초록숲 속으로 간다.
110 쿠나짜리 천국행 티켓을 들고 한걸음 한걸음 초록숲으로 들어간다. 거짓말처럼 날씨마저 기가 막히게 좋다. 다시 유람선을 타고 15분. 이제 여기서부터 진짜 플리트비체가 시작된다.
마치 꿈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다. 보이는 것은 초록과 한없이 투명한 에메랄드빛 호수뿐.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지인이 혼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크로아티아는 누군가와 함께 가면 더 좋을 여행지라고 말해주었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보러 간 것이 후회될 거라고. 진심으로 플리트비체에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내려오는 길 매점에서 감자튀김 한 봉지를 샀다. 순간 쏟아지는 비에 일용할 양식이 젖을세라 감자튀김을 가슴에 품고 굵은 빗 속을 뛰었다. 즉석에서 조리해주는 감자튀김을 사느라 하마터면 자그레브행 버스를 놓칠 뻔했는데 비를 흠뻑 맞고 버스 뒷자리에 앉아 먹은 감자튀김은 먹어본 중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비에 젖어 오들오들 몸은 춥고 배는 고프고 젖은 손으로 감자튀김을 먹으며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플리트비체를 보았으니까.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이야기했다. 다음엔 꼭 플리트비체의 밤하늘을 보러 오자고 빡빡한 6박 8일 일정에 플리트비체를 당일로 잡은 것은 여행 내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었다.
글과 사진 | B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