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 | 크로아티아 #2
이른 아침 부지런히 움직인 덕에 플리트비체를 다녀와 자그레브와 인사할 시간을 얻었다. 해 질 녘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카푸치노 한잔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길 위의 사람들을 보며 저들은 여행자일까 어디를 가는 걸까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오늘 저녁, 우리에게 어딘가로 가야 할 목적지가 없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길 위의 사람들 틈에서 지금 우리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그렇게도 좋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거리의 악사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감상하는데 말도 안 되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정도로 가까운 친구이자 이웃인 J커플이 지금 이 풍경 속에 있다.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날 한 시 자그레브에서 그들을 만나게 될 거란 시나리오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크로아티아에서 머무는 마지막 밤. 우리에게는 여행이 시작되는 두 번째 밤이다.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자그레브의 밤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밤을 기꺼이 함께 즐기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못다 본 자그레브 구석구석을 함께 걸었다. 성 마르코 성당부터 돌의 문, 노천시장에 이르기까지 길치인 우리 두 사람이었다면 하루 저녁에 절대 누리지 못했을 호사.
함께인 여행에도 늘 서로의 독사진만 남겨오던 여행에 함께 찍은 투샷은 예상 못한 선물. 이들이 아니었다면 자그레브는 우리에게 그저 플리트비체와 스플릿을 가기 위한 경유지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따뜻한 곳으로 기억 될 자그레브.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J커플과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자그레브 두 번째 숙소로 돌아왔다. 착한 가격만큼 어제보다 더욱 소박해진 숙소지만 길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잤어도 오늘은 행복했을 것이다.
플리트비체를 눈에 담은 기쁨과 함께 언제 보아도 반가운 J커플을 이 곳 크로아티아에서 만났으니까. 그렇지만 잠은 설렘을 이긴다. 어제와는 다르게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드는 두 번째 밤이었다.
글과 사진 | B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