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한 네번째 여행지 | 하와이 #2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행기 안에서 매튜가 물었다.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할레아칼라"
예상한 대로 매튜의 대답도 같았다.
"나도"
여행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23개월이 된 딸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편도 9시간 왕복 18시간의 비행과
할레아칼라에 오르는 일이었다.
아이를 동반해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고도가 높고 추워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기에
우리의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무리한 일정을
소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할레아칼라의 추위를 대비해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마우이 아울렛으로 가
GAP의 긴팔 후디를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어린아이를 고려해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일출보다는
점심 먹고 출발해 다녀올 수 있는
일몰을 보기로 했다.
오전에는 하나로 가는 길을 갔다가
바로 할레아칼라로 출발
중간쯤 올랐을까
갑자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센 비여서 조금 무서운 기분까지 들었다.
길은 좁고
할레아칼라가 가까워지는 만큼
아무런 보호대도 없는
우측 한편의 절벽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바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기내에서 받은
뽀로로 인형을 끌어안고 잠이 든 상태였다.
"매튜 우리 그만 내려가자 너무 위험해"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지.""걱정하지 마 내가 조심해서 운전할게."
그가 여느 때보다 고집을 부렸다.
급기야 오르는 차량보다
내려오는 차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오르는 차들 중
우리가 선두여서
왠지 모를 책임감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함께 가는 3~4대의 차들 사이에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의지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올랐을까
저 앞에 휴게소가 보이고
정상에 가까워졌음을 실감하는 그때
거짓말처럼 비가 걷히고
무지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넉 놓고 바라봤다.
이런 무지개를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할레아칼라가 주는 선물 같았다.
무지개를 보고 자는 아이를 깨워
화장실에 가 기저귀를 갈아 입히고
다시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도착한 정상
추위에 약한 나는 너무 추워서
트렁크에 있던 수건까지 꺼내 치마처럼
다리를 감고서도 오들오들 떨었지만
아이와 매튜는 천진난만하게
할레아칼라 정상의
드넓은 평야를 뛰어다녔다.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온 많은 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해 질 녘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할레아칼라의 태양 앞에서
매튜와 아이의 그림자 사진을 남겼다.
차를 이용해 오른 정상임에도
할레아칼라 정상을 밟은 것은
왠지 모를 훈장처럼
마음 가득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문득문득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이 거짓말처럼
잔상으로 남아 자꾸만 떠올랐다.
땅에서 올려다보던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할레아칼라를 올라볼 일이다.
글과 사진 | B구루